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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길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 22일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오 시장이 '주민투표-시장직연계'를 강행하자 "이왕 이렇게 됐으니 남은 기간 총력을 기울이겠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결연한 목소리였지만, 승리에 대한 희망보다는 현재 상황의 갑갑함과 미래에 대한 우려가 잔뜩 담겨있었다.

 

홍 대표는 23일 오전 의원, 한나라당의 서울지역 원·내외 당협위원장 간담회에서도 "그동안 고생하시면서 투표참여 운동했지만 아직 조금 부족하다"고 상황이 여의치 않음을 밝히면서 "투표율 상승기운이 있으니 오늘 내일 투표참여 운동을 조금 더 독려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이같은 독려와는 별개로, 서울 전체의원 48명 중 41명이나 되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일단 '공무원'인 국회의원은 직접적인 투표지원활동을 벌일 수 없다. 또 8월 국회가 열려있다는 점도 제약요건 중 하나다.

 

구상찬 의원은 "아침 일찍부터 지하철역 등에 나가기는 하는데 나는 그냥 서 있거나 악수하는 정도고 당직자들이 전단을 돌리고 피켓팅을 한다"며 "당직자들이 문자메시지나 전화홍보를 중심으로 투표독려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역에서 얼굴이 가장 알려져 있고, 영향력이 큰 국회의원들이 전력투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시의원들이나 구의원들이 나서야 하지만 이 역시 여의치 않다. 서울시의원의 75.5%를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 의원은 "우리 지역(강서구)의 경우 우리 당 시의원은 한명도 없고 구의원들과 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서울지역 구의원은, 시의원과 달리 여야 분포가 비슷하다). 

 

"선관위가 국회의원들에게 제한하는 게 많아"

 

김기현 한나라당 대변인은 "나도 (지역구는 울산이지만) '24일이 투표일입니다'하는 안내판을 들고 나가려고 했는데 선관위가 안 된다고 하더라"며 "정무직 공무원인 국회의원들은 언제든지 선거운동을 하는 사람들인데 유세차 타는 것도, 전단지 나눠주는 것도 안 된다고 선관위 임의로 해석하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는 "시의원과 구의원, 당원들은 자기 비용을 쓰면 제한없이 독려전화를 하면서 투표운동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금 흐트러진 전열을 정비해 다시 단일 대오로 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사자'인 오세훈 서울시장 역시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이종현 서울시 대변인은 "제재가 많다보니 선거가 하루 남아도 (공무원인) 시장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고 말한다.

 

반대쪽 일선에서 투표불참 운동을 벌이는 민주당 시의원들의 판단도 다르지 않다. 강북구의 한 시의원은 "한나라당 인사들이 플래카드 붙이고 아침에 지하철역에서 인사하는 정도는 하는데 상가와 경로당 순방, 주민간담회 같은 주민접촉은 잘 보이지 않더라"며 "일반시민들이 내 문제가 아닌 것으로 보는 분위기가 많다"고 전했다.

 

관악구의 시의원도 "오 시장의 시장직 연계 기자회견 이후부터 좀 움직이는 것 같은데 그렇게 열성적으로 보이지는 않고, 오히려 교회가 열심히 여론 작업을 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로서는 상황이 매우 안 좋기 때문에 막판에 관제투표를 시도하지 않을까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고도 했다.

 

박근혜 "서울시민이 알아서 판단할 것"

 

이런 상황이 되면서 당내에서는 체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서울지역 한 의원은 "다 끝났는데, 지금 무엇을 할 수 있겠나. 안되는 건 안되는 거다"라고 말했다. 다른 의원도 "오 시장의 시장직 연계 이후 분위기가 좋아지면서 투표율이 상승국면이 된 것은 맞다"면서도 "재보궐선거 등 역대 선거 결과를 쭉 분석해봤는데 산술적 수치상로는 33.3%가 안 나온다. '오세훈의 눈물'이 기적을 일으키길 바랄 뿐이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투표율이 최소 30%이상은 돼야 그나마 할 말이 있을텐데…"라는 걱정을 내놓기도 했다.

 

산술적 수치로 '투표율 33.3%'가 안 나온다는 것은, 서울 유권자 838만7278명 중에 279만5760명이 투표장에 나와야 하는데 현 정황상 이게 대단히 어렵다는 의미다.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 시장이 얻은 208만6127표보다 약 71만표를 더 얻어야 하고,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에서 얻은 득표 수 268만표보다 11만표가 많은 수치다.

 

오 시장 등이 한 가닥 기대를 걸었던 박근혜 전 대표도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박 전 대표는 23일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가기 전에 기자들에게 "지자체마다 형편과 사정이 다르니 거기에 맞춰 해야 한다고 이전에도 여러 번 말씀드렸다"며 "주민투표니까 서울 시민들이 거기에 대해서 판단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오 시장의 시장직 연계 선언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 150여 명이 전날 박 전 대표의 삼성동 자택 앞에서  박 전 대표에게 이번 주민투표를 독려할 것을 촉구하는 집회까지 열었으나 효과는 없었다.


#주민투표#오세훈#홍준표#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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