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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에선 전력생산을 위한 수력발전용 댐 건설을 두고, 개발과 환경, 생존권을 둘러싼 논쟁이 한창이다. 북동쪽 라타나끼리 지방의 대표적인 세개의 강 가운데 하나인 스레폭(Serepok).
 캄보디아에선 전력생산을 위한 수력발전용 댐 건설을 두고, 개발과 환경, 생존권을 둘러싼 논쟁이 한창이다. 북동쪽 라타나끼리 지방의 대표적인 세개의 강 가운데 하나인 스레폭(Serepok).
ⓒ 김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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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오전 10시께, 햇볕이 따갑다. 방금 전 만해도 강한 소나기가 내렸던 터였다. 캄보디아 북동쪽 라타나끼리주(州)의 스레폭(Serepok) 강 언덕에 섰다. 수도 프놈펜(Phnom Penh)에서 차로 12시간여 거리. 1시간여만 더 가면 바로 베트남이다.

언덕 아래로 짙은 황토색 강물이 보였다. 조그만 나루터에 기다란 나무 보트가 기자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난생 처음 타보는 거라 두려웠다. 엉거주춤 자리를 잡았다. 제법 요란한 모터소리와 함께, 빠르게 강물을 가로 질렀다.

이날 안내를 맡은 분 탄(Bun Than, 28)씨는 "캄보디아뿐 아니라 외국에서 온 기자들이 이곳을 찾은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2대의 나무 보트엔 <오마이뉴스>뿐 아니라, 중국과 베트남 기자들도 함께 있었다.

우리가 찾은 곳은 스레폭 강 주변 티메이(Thmey)라는 원주민 마을이다. 이곳엔 170여 가구가 산다. 마을 주민 수는 모두 899명. 주변 원주민 마을 가운데 제법 큰 편이다.

20여 분 동안 강물을 거슬러 올라갔다. 울창한 나무와 숲 사이로 듬성 듬성 놓여진 집들이 눈에 들어왔다. 방문 너머로 얼굴을 내민 주민들은 표정이 없다. 그렇다고 딱히 경계심을 보이지도 않았다. 호기심 어린 눈빛의 아이들은 가끔 웃어 보이기도 했다. 나이가 더 어린 아이들은 취재진을 보고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캄보디아 북동쪽 세산강 주변 원주민 마을. 베트남에서 시작하는 세산강 상류에는 이미 댐들이 지어져 있으며, 지난 2009년 급작스런 방류로 인해 대홍수를 겪기도 했다.
 캄보디아 북동쪽 세산강 주변 원주민 마을. 베트남에서 시작하는 세산강 상류에는 이미 댐들이 지어져 있으며, 지난 2009년 급작스런 방류로 인해 대홍수를 겪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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댐 건설 후, 주민들 생계 막막... 물고기 수확량 75% 줄어

마을 한 가운데 제법 넓직한 단층 나무집이 보였다. 일종의 마을 회관 같았다. 집 주변과 내부엔 노란색과 빨간색 등을 입힌 수많은 천 조각에 여러 문구들이 띄었다. 캄보디아의 공식언어인 크메르어와 이곳 원주민 언어인 라오(Lao)였다.

분 탄씨는 "주로 마을 대표나 주민들이 모여 회의를 하거나 어울리는 곳"이라며 "(캄보디아) 정부가 라타나끼리 등지에 추진 중인 댐 건설 계획에 반대한다거나, 강을 살리자는 염원을 담은 글귀가 (천 조각에) 씌여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에서 기자들이 찾아왔다고 하자, 이곳에 30여 명에 가까운 주민들이 모여 들었다. 대체로 이곳에서 오래동안 살아온 이들이다.

취재진이 방문한 티메이 마을의 대표인 실아 라타(Sela Ratha)씨. 그는 "댐 건설로 인해 우리의 삶의 터전인 강과 농지 등을 송두리째 잃어버리지만, 정부는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있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방문한 티메이 마을의 대표인 실아 라타(Sela Ratha)씨. 그는 "댐 건설로 인해 우리의 삶의 터전인 강과 농지 등을 송두리째 잃어버리지만, 정부는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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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을 대표하는 실아 라타(Sela Ratha, 54)씨는 "이곳 사람들은 100여 년 전부터 이곳에서 터를 잡아와 살아왔다"면서 "이쪽 (스레폭강)에 댐을 짓게 되면, 우리의 삶의 터전인 강과 농지 등을 송두리째 잃어버리게 된다"고 말했다.

이들 주민들의 생업은 어업이다. 참 쌈(Cham Sam, 34)씨는 "부모님과 아이들 2명 등 6명의 식구를 위해 강에 나가 물고기를 잡는다"면서 "대개 강에 몇개의 그물을 쳐 놓고 돌아가면서 수확을 하고, 이를 시장에 내다 판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몇년새 스레폭 강의 상류에 댐이 지어지면서, 이들은 생계에 큰 타격을 입었다. 댐들은 베트남에서 수력발전용으로 지은 것들이다. 참 쌈씨는 "예전 같으면 하룻밤새 약 100여 미터짜리 그물을 쳐 놓으면 20kg의 물고기가 잡혔다"면서 "하지만 같은 곳에서 이젠 물고기 수확량이 5kg까지 줄었다"고 토로했다.

한마디로 생계가 막막하다고 했다. 라타씨는 "(캄보디아) 정부에서도 전력 생산을 위해 (스레폭) 강에 댐을 짓는다고 하면서도 우리에겐 어떤 대책도, 내용도 말하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주민들의 항변 "그들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이들 원주민들 대부분은 댐 건설에 따른 걱정뿐 아니라, 정부나 관련 업체들의 무성의에도 분통을 터트렸다. 딩 렉(Deng Rek, 61, 여)씨는 "단지 이곳에서 평온하게 살고 싶을 뿐"이라며 "다른 곳으로 이사가고 싶은 마음도 없고, 딱히 돈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상류쪽에 댐들이 만들어지면서, (갑작스런 방류 등으로) 다른 곳 주민들은 집이 물에 잠기기도 했다"면서 "그러면서도 정부는 피해 보상도 제대로 없다"고 전했다.

이곳 뿐 아니다. 캄보디아 북동쪽 라타나끼리 지방에는 3개의 강이 메콩(Mekong)강과 만난다. 메콩강은 중국을 비롯해, 라오스와 캄보디아를 걸쳐 흐르는 동남아시아의 대표적인 강이다. 캄보디아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메콩강으로 흘러가는 3개의 강은 세콩(Sekong)강과 세산(Sesan), 스레폭(Serepok) 등이다. 물론 이들 강 역시 인근 라오스와 베트남에서 시작됐다.

이들 3개의 강과 환경 등을 보존하기 위해 만들어진 비정부기구 환경단체인 3SPN(3S Rivers Protection Network)의 자료를 보면, 캄보디아 정부는 메콩강 등지에 모두 9개의 댐 건설을 추진 중이다. 이 가운데 6개의 댐이 세콩과 세산, 스레폭 강에 지어진다.

미치 민(Meach Mean) 3SPN 사무총장은 "캄보디아 정부는 수력발전을 위한 댐 건설에 중국과 베트남, 한국 기업을 참여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세산과 스레폭의 상류 쪽에 96년 이후 베트남 정부에서 많은 댐을 이미 건설해 왔다"면서 "그동안 이들 강 주변의 원주민들은 예기치 못한 홍수와 가뭄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설명했다. 민 사무총장은 "댐 건설로 원주민의 생존권 자체가 위협을 받고 있는 것뿐 아니라 강물에 살고 있던 어류와 주변 환경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스레폭 강 변의 원주민 마을 안에 세워져 있는 댐 건설 반대 피켓. 이 지역의 강과 환경 보존을 위해 비정부기구 환경단체인 3SPN(3S Rivers Protection Network)이 활동하고 있다.
 스레폭 강 변의 원주민 마을 안에 세워져 있는 댐 건설 반대 피켓. 이 지역의 강과 환경 보존을 위해 비정부기구 환경단체인 3SPN(3S Rivers Protection Network)이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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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살리기 위한 댐 건설인가 vs 환경과 원주민의 생존권인가

게다가 정부는 대형 공사를 추진하면서, 지역주민 등과 제대로 된 대화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과 베트남 등 관련 참여 기업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폴 험프리(Paul Humphrey) 3SPN 코디네이터는 "댐 건설을 추진하면서, 지역 주민에 제대로 된 설명도 하지 않았고, 의견 수렴도 거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댐 건설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게 될 원주민에 대한 경제적 피해 보상이나 이주 대책 등에 대한 어떠한 대책도 듣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3SPN의 조사에 따르면, 세산강 하류쪽에 내년 초부터 공사에 들어가는 '로우어 세산 2(Lower Sesan 2)' 댐이 완공될 경우 4500명이 넘는 주민들이 이주를 해야할 것으로 나타났다. '세산 2' 댐의 경우 베트남의 베트남전력공사(Electricity of Viet Nam)가 맡아 진행할 예정이다. '세산 2' 댐은 이곳 세 개의 강에 짓는 6개의 댐 가운데 발전 용량이 400메가와트(MW)로 가장 크다.

미치 민 사무총장은 "이 댐이 완공되면, 4개 코뮨(commune, 우리나라의 군(郡)정도에 해당)과 7개의 마을이 잠길 것"이라며 "4574명의 사람들이 마을을 떠나야 하고, 세산과 스레폭으로 이동하는 어류의 길목까지 차단해 생태계에서도 심각한 부작용이 있을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우려는 국내 기업이 참여를 검토 중인 '로우어 세산 3(Lower Sesan 3)'에서도 마찬가지다.(아래 박스 기사 참조) 아직 구체적인 건설 계획 등은 나오지 않았지만, 이 댐이 건설될 경우 1000여 명이 넘는 원주민의 이주 역시 불가피하다.

이곳 강 주변 원주민들의 생업은 어업이다. 밤새 강물에 그물을 쳐 놓았다가 다음날 물고기를 거두어 시장에 내다 판다.
 이곳 강 주변 원주민들의 생업은 어업이다. 밤새 강물에 그물을 쳐 놓았다가 다음날 물고기를 거두어 시장에 내다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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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3SPN과 이들 지역 주민을 중심으로 그동안 댐 건설 반대 집회와 시위도 이어졌다. 민 사무총장은 "지난 5월에도 주민들과 함께 반대 집회를 했다"면서 "앞으로 댐 공사가 본격화될 경우에 비폭력 저항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라타나끼리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도, 캄보디아 정부는 경제살리기를 위해 댐 건설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캄보디아 영자일간신문인 캄보디아 데일리(The Cambodia Daily)의 폴 브리제(Paul Vrieze) 기자는 "(캄보디아) 정부는 기업 투자 등 경제를 살리기 위해선 안정적인 전력 보급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면서 "(주민 반발에도) 민간 기업들을 끌여들여 댐 공사를 강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지난 5월 프라흐 선(Prach Sun) 캄보디아 환경부장관은 "댐 건설이 일부 원주민에게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하지만 캄보디아는 경제발전을 위해 전력이 필요하며, 댐에서 나오는 전기는 지역 주민에게 우선 공급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현재 캄보디아 전력 보급률은 작년 말 기준으로 29% 수준에 불과하다. 물론 수도 프놈펜 등 큰 도시는 100%에 가깝게 전기가 들어가지만, 지방의 경우는 매우 열악한 상황이다. 기자가 있던 라타나끼리의 숙소에서도 하루에 몇차례씩 전기가 잠깐씩 꺼지기도 했다.

민 사무총장은 "우리도 경제를 위해 전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현재와 같이 제대로 된 환경평가나, 지역주민의 의견 등을 수렴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댐 건설을 추진하는 것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력 생산을 위해 댐 건설 이외 대안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그는 "대형 수력발전만이 능사가 아니다"고 답했다. 비록 대규모 전력 생산은 아니더라도 환경과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는 소규모 수력발전이나 대체에너지 등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바람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캄보디아 북동쪽 자연 숲이 울창한 이곳에서 벌어지는 개발과 환경, 생존권을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우리에게도 현재 진행형이다.

캄보디아 북동쪽 라타나끼리지방의 세개의 강(세산, 스레폭, 세콩강)에 예정된 댐 건설 현황.
 캄보디아 북동쪽 라타나끼리지방의 세개의 강(세산, 스레폭, 세콩강)에 예정된 댐 건설 현황.
ⓒ 3SP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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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결정된 것 없어... 댐 건설까지 5년 이상 걸릴 듯"
캄보디아 수력발전에 참여하는 한국 기업들... 돈 될까?

경안전선쪽은 캄보디아에서 전력케이블 생산공장 뿐 아니라, 골프장 건설과 통신사업까지 진출했다. 이어 라타나끼리 지방의 댐 건설까지 참여를 계획하고 있다. 경안전선 자회사인 KTC Cable의 포놈 펜 공장.
 경안전선쪽은 캄보디아에서 전력케이블 생산공장 뿐 아니라, 골프장 건설과 통신사업까지 진출했다. 이어 라타나끼리 지방의 댐 건설까지 참여를 계획하고 있다. 경안전선 자회사인 KTC Cable의 포놈 펜 공장.
ⓒ 김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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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오전 캄보디아 수도 프놈 펜 외곽의 칸 단코르(Khan Dankor). 프놈 펜 시내에서 차로 1시간여 달리자, 낯익은 표시가 눈에 들어왔다. 공장 입구에 그려져 있는 태극 문양이다. 케이티씨 케이블(KTC Cable)은 한국에서 전력 케이블 등으로 유명한 중견기업 경안전선이 캄보디아에 세운 자회사다.

국내에선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경안전선과 KTC 케이블은 캄보디아에선 유명하다. 국내 제조업체 가운데 캄보디아에 대규모로 공장을 짓고 투자하고 있는 곳은 이 업체가 유일하다. 지난 2009년 이명박 대통령이 캄보디아를 방문했을 때, KTC 케이블의 단코르 공장을 견학했을 정도다.

경안전선 쪽은 캄보디아에서 전력케이블 생산공장뿐 아니라, 골프장 건설과 통신사업까지 진출했다. 이어 라타나끼리 지방의 댐 건설까지 참여를 계획하고 있다.

프놈 펜 포스트(Phnom Penh Post)에 따르면, 한국의 KTC 케이블이 라타나끼리 댐 건설 프로젝트에 700만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KTC 케이블은 현재 댐 건설 사업에 현대엔지니어링과 전력공기업인 남동발전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한 상태다.

이희도 KTC 케이블 현지 법인장은 "국내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현재 1차로 사업예비조사를 하고 있는 상태"라며 "로우어 세산 3는 잘 모르겠지만, 프릭리앙(Preak Leang) 지역의 댐 건설쪽을 검토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캄보디아에 부임한 지 두 달이 채 안돼 현재 업무를 파악하고 있는 상태"라며 "구체적인 투자 규모 등에 대해선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대신 "댐 건설 추진에 대해 현재 캄보디아 정부와 얼마 전에 1차 미팅을 했다"면서 "(정부 쪽의) 여러 요구사항 등이 담겨져 있었는데, 이를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캄보디아 댐 건설과 운영 등 사업 전반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남동발전 쪽은 좀더 조심스럽다. 남동발전 관계자는 "현재 해당 지역의 댐 건설에 따른 사업성 예비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단계"라며 "구체적으로 결정된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댐 건설 추진 중인 프릭리앙 지역이 캄보디아 국립공원 안에 위치해 있는 점과 원주민 반발 등을 의식한 듯했다. 그러면서도, 대규모 수력발전 건설을 위한 환경영향 평가나 주민보상 등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임을 보였다.

그는 "(남동발전이) 공기업이다보니, 이같은 사업을 추진하는데 있어 환경과 보상 등에 대해 신경을 쓸수 밖에 없다"면서 "물론 캄보디아 정부쪽과 논의를 해서 정하며, 사업 기간도 최소 5년 이상 걸리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태그:#캄보디아, #수력발전소, #경안전선, #KTC CABLE, #남동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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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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