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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시 월등면. 과수로 먹고 사는 산중마을이다.
 순천시 월등면. 과수로 먹고 사는 산중마을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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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순천시 월등면. 문유산과 바랑산 병풍산, 희야산 등 크고 작은 산이 감싸고 있는 산중마을이다. 이 일대가 오래 된 복숭아 주산지다. 토질이 약산성인데다 경사진 곳이 많아 배수관리가 그만큼 잘 된 덕이다. 일조량이 많고 밤낮의 기온차도 크다. 복숭아를 재배하기 좋은 조건을 두루 갖췄다.

마을 주변 산과 들에는 어김없이 복숭아가 주렁주렁 열렸다. 황금색 종이로 만든 겉옷 속으로 발그레한 복숭아가 보인다. 탐스럽게 생겼다. 군침이 절로 돈다. 농부들은 이 복숭아를 따느라 눈코 뜰 겨를이 없다. 여인네들은 농부들이 따온 복숭아를 선별하고 포장하느라 부산하다.

이 복숭아의 상당량이 길거리 좌판에서 팔려 나간다. 농부들의 주머니도 공판장으로 가지고 가는 것보다 두툼하다. 소비자들도 여기에 오면 방금 딴 싱싱한 복숭아를 조금이라도 싸게 살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맘때 월등면을 찾는 외지 자동차들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이강원 씨의 복숭아밭. 복숭아가 빠알갛게 익어가고 있다.
 이강원 씨의 복숭아밭. 복숭아가 빠알갛게 익어가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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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 젖은 복숭아. 색깔이 탐스럽다.
 비에 젖은 복숭아. 색깔이 탐스럽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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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을 따라 간다. 복숭아의 달콤한 향에 코가 벌름거린다. 복숭아의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다. 그 때문일까. 나도 모르게 사람들이 여럿 모여 있는 길거리 판매장에 차를 세운다. 사람들이 복숭아를 사고 있다.

맛 보라고 잘라 놓은 복숭아 한 조각을 입에 넣어본다. 단단하면서도 달콤한 과육에 혀가 호사를 한다. 그 맛이 지명(地名)처럼 월등하다.

시식을 한 사람들은 저마다 복숭아 한두 상자씩 사가지고 간다. 트렁크에 복숭아를 실은 차가 한 대 빠져나가면 금세 다른 차가 들어온다. 선별해 포장하는 여인네의 손길은 여전히 쉴 틈이 없다. 분위기를 보니 우연히 들른 사람들이 아니다. 일부러 찾아온 이들이다.

"단골들이에요. 며칠 전에 왔던 사람도 있고, 몇 년째 계속해서 찾아오는 사람도 있고…. 한번 맛을 본 분들이 꾸준히 찾아 오시더라구요."

'고원농장' 판매장 주인 이강원(40)씨의 얘기다. 대처에서 10년 넘게 직장생활을 하던 그는 7년 전 고향으로 돌아와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대를 이어 복숭아를 재배하고 있다. 50년 가까이 복숭아를 일궈온 집안이다.

그의 복숭아 재배면적은 2만 6400㎡. 어려서부터 일손을 거들어 온 복숭아 재배인데다 아버지의 도움으로 바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이강원 씨가 봉지를 뒤집어 복숭아의 상태를 살피고 있다.
 이강원 씨가 봉지를 뒤집어 복숭아의 상태를 살피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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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원 씨 부부가 복숭아를 선별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이강원 씨 부부가 복숭아를 선별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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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가 가꾼 복숭아는 소비자들로부터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과육이 연하고 향도 좋고 당도도 높기 때문이다. 7월에 나오는 조생종 복숭아만 농협을 통해 계통출하를 할 뿐, 중생종과 만생종은 전부 직거래로 동이 난다. 정직과 신용으로 관계를 지속해 온 단골 소비자들이 든든한 배경이다. 9월에 따는 만생종은 대부분 명절 선물용으로 나간다.

"노하우요? 대를 이어 온 재배기술과 정성이 어우러진 결과죠. 토양도 토양이지만 가지 치고, 순을 고르고, 봉지를 씌우는 일 하나하나를 정성껏 합니다. 열매가 튼실한 것도 정성이 가득 들어갔기 때문이에요."

비결을 물은 데 대한 그의 대답이다. 복숭아를 품종별로 골고루 갖추고 있는 것도 그이 농장의 장점이다. 황도, 백도 등 15종을 심어놓고 소비자들이 원하는 대로 포장해 준다. 지난 봄 변덕스런 날씨 탓에 작황이 그다지 좋지 않지만, 가격은 좋은 편이다.

이씨는 "복숭아는 아직까지 땀을 쏟은 만큼 일한 보람을 가져다주는 작물"이라며 "앞으로도 정직하게 농사지으면서 부단히 연구하고 노력해서 최고 품질의 복숭아를 계속 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강원 씨가 딴 복숭아. 황도, 백도 등 품종이 15종이나 된다.
 이강원 씨가 딴 복숭아. 황도, 백도 등 품종이 15종이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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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원 씨가 자신의 과원에서 복숭아 자랑을 하고 있다.
 이강원 씨가 자신의 과원에서 복숭아 자랑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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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전남새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복숭아, #월등복숭아, #이강원, #고원농장, #순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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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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