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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은 시리아군의 유혈 진압이 계속된 라타키아에서 살해된 세 살배기 여자아이 올라 자블라위에 관한 영상을 17일 게재했다.
 CNN은 시리아군의 유혈 진압이 계속된 라타키아에서 살해된 세 살배기 여자아이 올라 자블라위에 관한 영상을 17일 게재했다.
ⓒ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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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아이가 사지를 축 늘어뜨린 채 길 위에 누워 있다. 입은 약간 벌어져 있고, 멍한 얼굴에는 핏기가 없다. 아이의 오른쪽 눈은 피로 물들어 있다.

이름은 올라 자블라위. 태어난 지 2년 반이 지난 이 세 살배기 여자아이의 몸은 어울리지 않게 수의로 덮여 있다.

CNN은 17일(미국 현지시각), 너무나 어린 나이에 짧은 생을 마감한 올라 자블라위의 주검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올라 자블라위는 시리아의 해안 도시 라타키아에 살았다. 라타키아는 3월 중순 이래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가 여러 차례 일어난 곳이다. 시리아군은 13일(시리아 현지시각)부터 나흘에 걸쳐 라타키아를 포위하고 십자포화를 퍼부었다(관련 기사 : "탱크에 이어 군함까지... 움직이는 건 다 표적"). CNN은 시리아 현지 활동가들의 말을 인용해, 올라 자블라위가 시리아군의 공격이 한창이던 14일에 목숨을 잃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올라 자블라위의 부모는 일요일이던 그날 아이를 데리고 라타키아를 탈출하려 했다. 그러나 이들이 타고 있던 차에 총탄이 날아들었다. 올라 자블라위는 오른쪽 눈에 총탄을 맞고 숨을 거뒀다.

활동가들은 올라 자블라위를 쏜 건 시리아군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활동가들은 어깨에 총을 맞은 올라 자블라위의 아버지는 아마도 체포돼 갇혀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올라 자블라위의 어머니가 어떻게 됐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승에서 만 3년도 못 채우고 흉탄에 목숨 잃은 아이

CNN은 올라 자블라위의 모습이 담긴 영상에서 사람들이 다음과 같이 울부짖었다고 소개했다.

"(시위대도 아니고) 그저 아이일 뿐이다. 악마 같은 바샤르 알 아사드(시리아 대통령)가 이 아이를 죽였다."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에 대해서는 <안과의사 꿈꿨던 대통령, 국민을 쏘다> 참조)
"봐라. 이게 바샤르 알 아사드가 말하는 개혁이다."

CNN은 시리아 당국이 취재를 막아 "이 아이가 정확히 어떻게 죽었는지를 밝히는 것이 지금으로선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다. 그러면서 CNN은 시리아의 최근 상황을 "자유를 요구하는 사람들과 권력을 유지하려는 체제 간의 싸움"이라고 표현하고, 그 와중에 아무 죄도 없는 올라 자블라위가 희생됐다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CNN은 지난 5월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가 민간인, 그중에서도 특히 여성과 아동이 희생되지 않게 할 것을 시리아 정부에 요구한 것을 상기시켰다. 유니세프가 당시 밝힌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시리아 당국이 접근을 막고 있어서) 보고된 사례들의 진실성을 확인할 수는 없지만, 우리는 아이들을 멋대로 가두고 구금 기간 중에 아동을 고문하거나 학대해 몇몇 사례에서는 죽음에 이르게 한 모습을 담은 최근 영상들에 특히 충격을 받았다."

곳곳에서 희생되는 아이들... "이게 대통령이 말하는 개혁인가"

CNN은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고 있지만, 올라 자블라위가 시리아군의 총탄에 목숨을 잃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민주화 시위가 시작된 후, 시리아군은 핏빛 진압을 계속해왔다. 시리아군의 고문을 받으며 처참하게 살해된 것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참혹한 모습으로 가족에게 돌아온 사례도 여럿 있다(관련 기사 : 성기 잘린 13세 이어 눈이 사라진 15세 주검). 노인도, 장애인도, 아이도 시리아군의 폭력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또한 최근 시리아군이 탱크 등 중화기를 동원해 민주화 시위 중심지들을 잇달아 짓밟는 과정에서 희생된 아이가 올라 자블라위만이 아니라는 점도 그러한 가능성을 뒷받침한다(관련 기사 : 아버지는 2만 명 학살, 아들은 무차별 탱크 공격).

<로이터통신>은 시리아 현지의 활동가 단체를 인용해, 13일부터 16일까지 계속된 시리아군의 공격으로 라타키아에서 36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이 중에는 저녁수가 쏜 총에 맞아 숨진 것으로 전해지는 13세 소년 무함마드 쇼한도 포함돼 있다.

또한 <로이터통신>은 최근 시리아군이 탱크로 짓밟은 곳 중 하나인 다이르 앗 자우르에서도 16세 소년 니브라스 알 사야가 총에 맞아 숨졌다고 보도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다이르 앗 자우르에서 라마단 밤 기도가 끝난 후 수백 명이 행진하자 시리아군이 발포했고 니브라스 알 사야는 그 총탄에 맞아 숨을 거뒀다고 한다.

BBC도 다이르 앗 자우르에서 16세 소년(니브라스 알 사야로 보인다)이 시리아군의 총에 맞아 숨졌다고 전했다. BBC는 이와 관련해 시리아군 장교가 "군은 다이르 앗 자우르에 안정을 되찾기 위해 신속하고 분별력 있게 작전을 수행했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을 인용해 보도했다. 민주화 시위가 시작된 후, 시리아 정부는 민간인 학살을 부인하고 오직 "테러리스트"와 "무장한 범죄 집단"에 맞서 싸우고 있을 뿐이라고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이에 앞서 미국의 CBS는 인권 단체인 '시리아 인권 관측소'를 인용해, 라타키아에서 2일(현지 시각) 밤 아홉 살 소녀가 저격수의 총에 맞아 3일(현지 시각) 숨졌다고 보도한 바 있다(관련 기사 : "저격수, 아홉 살 소녀 사살... 곳곳에 시신 더미").

이와 함께 <가디언>은 라타키아의 주민 및 현지 활동가들을 인용해, 시리아군의 공격이 계속된 4일 동안 라타키아에서 군과 샤비하(친정부 민병대)가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에 대한 충성을 강요했다고 16일 보도했다.

라타키아의 한 주민은 "군과 샤비하가 '바샤르는 우리의 신이다', '우리가 너희에게 자유에 대해 가르쳐 주겠다'고 말하며 도발했다"며 "끔찍했다"고 말했다. 시리아군은 이전에도 주민들에게 '대통령은 신이자 주인'이라고 강요했다(관련 기사 : 퍽! 퍽! "네 주인이 누구냐"... "대통령입니다"). 또한 라타키아의 한 활동가는 "이곳에서 벌어진 건 학살이었다"고 말했다.

시리아 당국은 이처럼 핏빛 진압을 하고 있지만, 민주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알 자지라>는 "16일(현지 시각) 밤에도 (중서부의) 홈즈, 이라크와 접경 지대인 (동부의) 알부 카말, 북부의 비니시, 그리고 수도인 다마스쿠스 교외 몇몇 지역에서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학살 후에도 이어진 시위... 더디기만 한 국제사회

한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8일 시리아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에 앞서 지난 3일, 시리아 정부의 인권 침해 및 민간인에 대한 무력 사용을 규탄하는 의장 성명을 채택한 바 있다.

3일 채택된 의장 성명은 시리아에서 민주화 시위가 시작된 후 유엔 차원에서 취한 첫 번째 조치였다. 시리아 민주화 시위가 6개월째로 접어든 것을 감안하면, 시리아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은 더딘 편이다. 리비아에서 반정부 시위가 일어난 지 한 달 만에 나토가 공습을 시작한 것에 비춰보면 더욱 그렇다.

시리아군의 학살이 계속되는 와중에도 민주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고 보도한 <알 자지라>.
 시리아군의 학살이 계속되는 와중에도 민주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고 보도한 <알 자지라>.
ⓒ <알 자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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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시리아, #아랍 민주화, #라타키아, #바샤르 알 아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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