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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민들이 진짜 시민을 위한 예산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울산시는 개정된 재정법에 따라 오는 9월까지 예산편성과정에 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주민참여예산제를 도입해야 한다. 하지만 울산시는 법위반을 피하기 위해 실제 시민의 권한이 거의 없는 형식적인 수준의 주민참여예산제를 도입하려고 하고 있다. 더 이상 울산시의 이러한 독선적인 행태를 두고 볼 수 없다고 생각한 울산시민들이 직접 예산을 제안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시민들은 지난달 11일 '시민참여 좋은예산 네트워크'를 구성, 본격적으로 예산제안받기 운동을 시작했다.

울산은 공업도시로 다른 도시에 비해 세금이 많이 걷히기 때문에 재정이 비교적 탄탄한 편이다. 그만큼 시민들 삶의 질도 높아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많은 예산이 실질적으로 시민들의 삶이나 생활에 녹아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엄청난 예산이 산업단지나 관광산업 인프라 확충 같은 개발비용으로 사용됐지만 입주율이 낮거나 사용자가 적어 예산낭비라는 지적이 많다.

반면 전국광역시 중에 시내버스 배차비율이 가장 낮아 시민들이 불편을 느끼는 등 사용자가 많고, 요구도 많지만 시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곳에는 예산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울산시장은 시민을 위해 예산을 쓴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많은 시민들은 '시장이 자신의 치적사업에 예산을 사용하지 실제 시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생활과 밀접한 예산을 사용하는데는 매우 인색하다'고 말한다. 또 시민들은 시장이 다수의 요구에도 자신의 정치철학을 고집하며 귀를 닫고 있다고 말한다. 이미 전국적으로 지방자치단체들이 초등학교 무상급식에 대해서 지원하고 있지만 울산은 한 푼도 지원하고 있지 않다.

진짜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주민참여예산제가 필요

주민참여예산제란 지금까지 지방자치단체장이 독점하던 예산편성 과정에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것이다. 시민들이 직접 제안하고 우선순위도 결정할 수 있는 제도로 1989년 브라질 포르트 알레그리시에서 처음 시작된 이래 전세계적을 확산되고 있다. 주민참여예산제는 UN으로부터 "예산을 인간개발에 우선순위를 두는 방향으로 재조정하는 실천을 통해 행정의 투명성을 보장하는 가장 혁신적인 방법의 하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성남시가 재정위기로 모라토리엄(지급유예)을 선언했고, 인천시나 천안시 등도 재정위기에 빠져 있다.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재정적자와 낭비성 사업에 예산을 퍼부은 결과다. 이렇게 문제가 불거지도록 시민들이 까맣게 몰랐던 건 예산편성과정에 시민이 참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폐쇄성은 예산사용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불러와 결국 시민들의 삶보다는 치적사업에 몰두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이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 이제 반드시 제대로된 주민참여예산제가 도입되어야 한다.

무상급식 반대 투표 논란, 주민참여예산제가 도입되면 해결될 문제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의 독선적인 예산편성이 논란이 되고 있다. 예산편성권을 독점한 단체장이 시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논란이다. 이런 문제는 만약 서울시가 실질적인 주민참여예산제를 도입해 운영하였다면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렇듯 주민참여예산제는 이미 집행된 예산에 대한 문제제기가 아니라 예산편성과정에 시민들에게 결정권한을 부여함으로써 예산낭비나 막개발을 사전에 막을 수 있다.

주민참여예산제는 오는 9월부터 전국적으로 의무 시행되어야 한다. 실질적으로 시민들이 참여해 예산편성을 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대의민주주의를 넘어 직접민주주의를 위한 출발이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의미있는 제도가 도입됨에도 일반시민들이나 언론의 반응은 싸늘하다. 시민들이야 아직 제도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이라지만 많은 시민들의 알권리를 충족해 줘야할 언론의 책임방기는 납득하기 어렵다. 언론의 무관심은 단체장들의 주민참여예산제 도입의 회피와 형식적인 조례로 넘기려는 꼼수의 빌미가 된다.

예산편성권을 다시 시민에게

주민참여예산제를 처음 시작한 브라질 포루트알레그리시의 두뜨라 시장은 참여예산 첫해에 자신이 공약으로 제시했던 예산지출 우선순위와 시민들이 정한 우선순위가 다르자 과감히 자신의 생각을 접고 시민들의 의견을 따랐다. 이것은 선거를 통해 획득한 정치권력으로 시민들에게 무엇을 해주겠다는(for the people) 것이 아니라 그 권력을 시민들에게 되돌려 줘야 한다는(of the people) 정치철학에 따른 것이다.

많은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시민들에게 무엇인가를 해주겠다는 명분으로 예산을 자기 돈처럼 사용하고 있다. 심지어 시민들이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하는 경우도 많다. 이는 시민들은 뭔가를 잘 모르고 정치 지도자인 자신만 옳다고 믿기 때문이다.

정치 지도자와 행정 주도의 사회발전은 분명한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시민들의 직접참여와 직접결정권이 사회가 처한 발전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는 유력한 대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지금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 벌어지고 있는 주민참여예산제 도입과 관련된 논란에 시민들과 언론이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태그:#울산주민참여예산제, #시민참여 좋은예산 네트워크, #주민참여예산제, #예산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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