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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무이파'가 해군기지 예정지인 제주 강정마을 해안을 휩쓸고 간 뒤에, 각종 시설을 복구하려고 시도하는 주민들과 이를 방해하는 경찰들 사이에 충돌이 발생했다. 이 와중에 사회운동가 한 명은 경찰에 연행되고 평화운동가 한 명이 실신하는 불상사도 일어났다.

 

지난 6일부터 제주 해안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태풍 무이파는 7일 밤까지 강정마을 해안에 적잖이 피해를 끼쳤다. 해군에서 공사를 위해 설치해 놓은 각종 부표들도 파도에 휩쓸려 사라져 버렸고, 해군기지 공사 중단을 위해 싸우는 활동가들이 머물던 천막들도 대부분 비바람에 맥없이 무너졌다.

 

이런 가운데, 주민들은 무너진 시설을 복구하느라 8일과 9일 이틀을 정신없이 보냈다. 그런데 서귀포경찰서는 이틀 동안 강정마을에 병력을 배치하면서 주민들과 마찰을 빚었다.

 

8일 오전 서귀포경찰서는 송양화 서장의 현장지휘 아래 경찰 병력 약 200명을 강정마을에 배치시켰다. 당시 경찰은 해군기지 공사현장에서 시설물을 보호하고 해군기지에 대해 찬반 의견을 달리하는 주민들 사이에 발생할지도 모르는 충돌을 미리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주민들은 태풍에 더 막대한 피해를 입은 마을들이 많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해군기지 공사 시설물을 보호하겠다고 나선 경찰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며 혹시 '다른 마음'을 품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9일 정오쯤 주민들이 손상된 시설을 복구하기 위해 해안으로 물품을 반입하는 것을 경찰이 저지하면서 주민들의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그날도 경찰은 병력 200여 명을 동원했고 "해군기지 예정지 안으로 반입되는 물품은 모두 불법시설물이기 때문에 출입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주민들은 이에 항의하였고, 경찰은 주민들 사이에 있던 시민운동가 박아무개씨를 현장에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 연행했다. '개척자들' 소속 한아무개씨는 경찰의 방패에 눌려 현장에서 실신했다 깨어나기도 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박씨는 강정마을의 실상을 동영상에 담아 꾸준히 외부에 전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박씨가 경찰에 연행되자 주민들과 사회단체 회원들은 '경찰서장과의 면담', '연행자 석방' 등을 요구하며 하루 종일 서귀포경찰서 정문에서 농성을 벌였다. 하지만 체포된 박씨는 제주동부경찰서로 이송되고 말았다.

 

이에 격분한 주민들과 사회단체 회원들 및 한대련(한국대학생연합) 소속 대학생들은 오후 9시부터 서귀포경찰서 정문에서 촛불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9일 낮에 일어난 사건에 대해 "경찰의 폭력적 근성이 드러난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지난 7월 15일 새벽에 경찰에 연행되어 구속되었다가 8일 법원의 보석결정으로 석방된 고권일 강정마을해군기지반대대책위원장은 "우리는 평화를 지키고 공동체를 회복시키는 싸움을 할 것"이라면서 "서귀포 경찰서는 불법연행을 시인하고 주민들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촛불집회에는 아시아 교회들을 대표하는 아시아기독교 교회협의회 소속 4명의 대표단이 참여해서 주민들을 격려했다. 이들을 대신해 마이크를 잡은 찰리 위원은 "강정마을 주민들의 고통을 이미 들어서 잘 알고 있다"고 전한 뒤 "돌아가서 우리 교회들과 함께 당신들을 위해 일 할 것이고, 늘 당신들을 위해 기도할 것이며, 하나님이 여러분들을 축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석웅 전교조 위원장도 10만 조합원을 대표해서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장위원장은 "이명박 정부의 경쟁만능 교육을 반대했다는 이유만으로, 진보정당을 지지했다는 이유만으로 1600여 명의 교사가 형사입건 되는 바람에 (싸우느라) 그동안 강정마을 주민들과 함께하지 못했다"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는 "앞으로 10만 조합원들과 함께 강정마을 주민들을 위해 싸우겠다"고 말했다.

 

한대련 소속 통일대행진단 대학생 20여 명도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이들은 발랄한 몸동작과 흥겨운 노래 공연을 선보이기도 했고, 주민들과 어우러져 춤을 추기도 하면서 집회 내내 주민들을 즐겁게 했다. 


태그:#강정마을, #해군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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