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자전거 국토순례 둘째 날 이야기 이어갑니다. 오전 6시 30분이 기상 시간이지만 참가자 대부분은 6시가 안 되어 일어났습니다. 부지런한 친구들은 일찍 일어나 세수도 하고 옷을 갈아입고 출발준비를 하였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밥 먹고 세수하고 곧바로 라이딩을 시작합니다.

한국YMCA 자전거 국토순례에는 120여명의 청소년들과 20여명의 성인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습니다.
 한국YMCA 자전거 국토순례에는 120여명의 청소년들과 20여명의 성인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습니다.
ⓒ 이윤기

관련사진보기


누가 깨우지 않아도 알람 시계가 없어도 아이들 대부분은 스스로 일어납니다. 잠자리를 정리하고 배낭을 싸고 다시 자전거 타고 길 떠날 준비를 합니다. 이번 자전거 국토순례에는초등학교 5학년부터 고3까지 전국에서 모인 120여 명이 참가하고 있습니다.

적지 않은 참가비를 부담하고 한 여름 뙤약볕과 변덕스러운 소나기 그리고 불편한 잠자리와 복잡한 샤워장 같은 어려움을 마다하지 않은 유별난 청소년들입니다. 하루 종일 자전거를 타고 저녁에는 강연을 듣고 환경 영화를 보고하는 빡빡한 일정도 무난하게 소화해내고 있습니다.

"엄마가 가라고 해서 왔어요."
"저는 자전거 타는 거 진짜 좋아해요."
"자원봉사 점수 받으러 왔어요."
"아빠랑 함께 왔어요."
"재미있을 것 같아서 왔어요."
"뭔가 특별한 도전을 해보고 싶었어요."

참가 동기는 다양하였지만 어쨌든 자전거를 타고 전남에서 임진각까지 620km를 달려야 하는 것은 똑같은 조건입니다. 평소에 자전거 타기를 좋아했다는 청소년들의 경우에도 하루에 8시간씩 혹은 80~100km가 넘는 거리를 자전거로 타 본 경험은 전무한 아이들입니다.

오전 8시 30분 나주시청소년 수련관을 출발하여 광주시내로 진입, 광주광역시청과 광주역을 거쳐 낮 12시가 조금 넘어 5·18국립묘지에 도착하였습니다. 오전 10시 무렵 광주시청을 향해 달리는 동안 첫 번째 소나기를 만났습니다. 오전에 출발할 때 맑은 날씨였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먹구름이 몰려와서 여름 소나기를 퍼붓더군요. 워낙 더운 날씨에 라이딩을 하다보니 처음 비가 내릴 때는 아주 반갑더군요.

시간이 지날수록 빗줄기가 거세지고 옷과 신발이 다 젖을 무렵이 되었을 때 광주시청에 도착하였습니다. 광주시청과 의회가 한 건물에 있었는데, 정현애 광주광역시의회 부의장이 직접 나오셔서 한국YMCA 자전거 국토순례에 참가한 청소년들을 격려해주었습니다.

정현애 부의장은 피서대신 '고난의 길'을 선택한 참가자들에게 격려의 인사를 해주면서 임진각까지 완주할 뿐만 아니라 자전거 이용률을 높일 수 있도록 캠페인을 해달라고 당부하였습니다. 정현애 부의장은 짧은 인사말과 함께 음료수를 기증하여 참가청소년들을 격려해주었고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또 광주시 송귀근 부시장께서도 아이스크림을 후원해주셔서 더위에 지친 참가자들이 시청사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시청사내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었습니다. 아울러 광주시내 이동 구간의 각 경찰서에서는 도심구간을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도록 교통 통제를 적절하게 해주어 참가자들이 편하게 라이딩을 할 수 있었습니다.

광주광역시뿐만 아니라 전남 강진에서 장흥, 영암, 나주를 거쳐 광주 그리고 담양을 지나 정읍까지 오는 동안 각 관할 지역 교통 경찰들이 나와서 국토순례 참가자들이 안전하게 라이딩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었습니다.

특히 둘째 날 라이딩 구간 중에서 가장 난 코스였던 담양에서 나주로 넘어오는 밀재 구간을 지날 때 더위와 오르막길에 지친 청소년 라이더들을 응원해주고 편도 1차선 고갯길을 안전하게 넘을 수 있도록 교통통제를 해주었습니다. 이틀 동안 자전거 라이딩이 안전하게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경찰의 협력이 절대적이었습니다.

소나기를 맞으면서 수 많은 교차로를 지나야하는 광주시내 도심구간을 통과하여 낮 12시 조금 넘어 5·18국립묘지에 도착하였습니다. 두 번째 만난 소나기는 '우박'에 버금 가는 굵은 빗방울이라서 몸에 맞으면 따끔따끔 하였습니다.

국토순례를 준비한 YMCA  실무자들은 5·18국립묘지에 서서 '님을 위한 행진곡'만 들어도 숙연해지는 세대였지만, 라이딩에 참가한 청소년들이 5·18을 얼마나 이해할지 걱정이었습니다만 차분하고 엄숙한 분위기에서 참배를 마무리하였습니다.

518 국립묘지 참배
 518 국립묘지 참배
ⓒ 이윤기

관련사진보기


자전거 국토순례 참가자들이 5·18 국립묘지에 참배에 맞추어 이철우 광주YMCA 이사장이 방문하여 청소년 라이더들을 격려해주었습니다. 이번 한국 YMCA 자전국토순례의 주제는 '생명과 평화 발구름'입니다.

이철우 이사장은 "자전거를 타고 임진각을 가는 청소년 라이더들이 남북의 평화와 통일에도 관심을 가지고,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에서 농성을 하고 있는 김진숙 지도위원도 기억하고 제주 강정마을 문제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이야기 하였습니다. 바로 그곳이 지금 5·18정신의 현장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620km 코스 중 가장 힘든 구간, 밀재 고개를 넘다

오후에는 이번 자전거 국토 순례의 가장 난 코스인 해발 530여 미터의 추월산 밀재 고개를 넘었습니다. 대략 3km 미터가 계속되는 오르막 길을 절반 정도의 참가자들이 자전거에서 내리지 않고 꼭대기까지 올라갔습니다. 나머지 절반 가량의 참가자들도 자전거를 타다 끌다하면서 결국엔 정상까지 모두 올라갔습니다. 

평소에 자전거를 즐겨타는 라이더들에게는 특별한 경험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만, 기어 조작도 서툴었던 아이들이 이틀 만에 3km가 넘는 해발 530여미터의 고개 길에 올랐을 때의 그 벅찬 표정과 감정은 이루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기쁨과 희열이겠지요. 어려운 고비를 넘긴 청소년 라이더들의 사기가 하늘을 찌를 듯하고 스스로에 대한 대견함과 자부심도 넘쳐났습니다. 땀이 비 오듯 이마를 타고 내리고 거친 숨을 헉헉 숨을 토해내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고개 마루를 향해 패달을 밟았습니다.

첫날 서먹서먹하게 팀원들과 인사를 나눈 청소년들은 이틀 동안 힘든 경험을 함께 한 후에는 어느새 끈끈한 팀워크를 발휘하기 시작하였고, 식사, 세탁, 샤워 같은 활동을 할 때도 서로 챙겨주고 돕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하였습니다.

해발 530여미터 3km 구간의 가파른 오르막 길 꼭대기 '밀재'에 오른 마산지역 참가자들
 해발 530여미터 3km 구간의 가파른 오르막 길 꼭대기 '밀재'에 오른 마산지역 참가자들
ⓒ 이윤기

관련사진보기


고갯길은 올라가는 것도 힘들지만 내려가는 것은 더 위험한 일입니다. 5km 정도 이어지는 고갯길을 내려가서 내장산 근처에서 오후 휴식을 취하는 동안 음료수와 연양갱을 간식으로 먹었습니다.

평소에 집에서는 연양갱 같은 간식은 먹지도 않았을 아이들이 눈 깜짝할 새 연양갱을 먹어 치운 후에는 아쉬움과 미련을 감추지 못하더군요. 아이들은 앞을 다투어 집에가면 연양갱을 실컷 사먹겠다고 하더군요.

"나는 집에 가면 연양갱 10개 사서 혼자 다 먹을 거다."
"나도 집에 가면 연양갱도 실컷 사 먹고 아이스크림, 과자 실컷 먹을 거다."

집 떠나 사서 고생을 하고나더니 먹는 것을 대하는 태도가 확 달라지더군요. 오리엔테이션이 있었던 첫날에 비하여 아이들의 식사량도 두 배 정도 늘어났습니다. 식사시간이 되면 커다란 접시에 한 가득 밥과 반찬을 받아와서 남김 없이 먹어치우더군요.

이틀 째 점심 여자 청소년들의 식판입니다. 끼니 때마다 식사량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틀 째 점심 여자 청소년들의 식판입니다. 끼니 때마다 식사량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 이윤기

관련사진보기


추월산 밀재 고개를 넘어 정읍 청소년수련관으로 오는 10여km 길은 높은 오르막이 없는 평탄한 길이었지만, 라이딩에 지친 참가자들에게는 힘겨운 길이기도 하였습니다. 내장산입구에서 청소년수련관까지는 이틀 동안의 라이딩 중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이동하였습니다. 아이들의 몸이 자전거 타기에 잘 적응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국YMCA 자전거 국토순례, 7월 30일(토)은 정읍청소년 수련관을 출발하여 고부면, 주산면, 부안시민발전소, 새만금 방조제 30km, 비응도 풍력발전단지를 지나서 군산시청소년수련관까지 이어지는 102.7km를 달립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YMCA, #국토순례, #자전거, #라이딩, #임진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