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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최고의 보양식은 부모님이 차려주시는 아침밥이다.
▲ 어렵사리 만들어본 오리죽 역시 최고의 보양식은 부모님이 차려주시는 아침밥이다.
ⓒ 류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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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최근 친구들과 가족들로 부터 살쪘다는 소리를 자주 들었습니다. 한두 명이 그랬으면 장난으로 넘어갔을 것을 여러 사람에게서 그런 소리를 듣다보니 저도 더 이상 그러한 충고에 참을 수 없었고, 늘어진 뱃살에 참을 수 없었습니다. 사실 전 작년 초부터 살이 부쩍 찌기 시작했습니다.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입니다.

"고등학교 때 살 빼려고 하면 체력이 부족해져서 안 된다."

제가 살을 빼려고 마음먹으면 으레 주변에서는 이런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이어트를 하루 이틀 미뤄왔습니다. 살을 뺄 엄두도 안 났고 시간도 없다는 핑계로 말입니다.

그러던 제가 이번 해 본격적인 여름을 앞두고 단식을 하였습니다.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습니다만 그중 으뜸은 앞서 언급했듯 주변 사람들의 애정 어린(?) 매정한 타박입니다.

단식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2년 전, 2009년 여름에도 5일 단식과 한 달 생채식에 성공하여 10kg를 감량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전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단식에 들어가기로 결심하였습니다.

당초 목표는 3일이 목표였습니다. 일상 생활을 겸해야 했기에 목표를 '작게' 잡은 것입니다. 주변에서 반신반의하는 것은 당연한 반응입니다.

"한 끼만 못 먹어도 죽을 거 같은 애가 어떻게 단식을 해? 급식에서 맛있는 반찬 있으면 두 번씩도 먹으면서?"

이런 반응이 주를 이룰 것은 이미 직감했던 바입니다.

다이어트를 위해 감행한 5일간의 단식

오기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더 열심히 단식을 하였습니다. 2일에서 3일로 가는 날, 정신이 멍해지기도 했지만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힘이 났습니다. 단식 3일째 최초 목표는 달성했지만 배는 전혀 고프지 않았습니다. 공복감은 평소 그 시간대와 다를 바가 없었죠. 그래서 저는 이틀을 연장했습니다. 5일 동안 물만 먹고 사는 그 괴로움은 생각보다 즐거움으로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친구들이 물었습니다.

"거짓말 마. 어떻게 5일을 굶냐?"

전 대답했습니다.

"하루 하루 몸이 가벼워지는 기분을 모르면 성공하지 못할 거야. 하지만 난 이제 그 기분을 알겠어"

그렇게 저의 5일 단식이 끝났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바로 밥을 먹을 수는 없습니다. 위가 작아졌기 때문에 음식물을 섭취하기 위해서는 식단 조절을 통한 보식 기간을 가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보식 기간도 5일을 목표로 세웠습니다.

보식 기간에는 주로 죽 같은 유동식을 섭취합니다. 그래서 저는 주로 집에서 만들어주시는 죽을 먹고 밖에 있을 때는 편의점 죽으로 요기를 해결하였습니다. 죽을 못 먹을 때는 우유 쉐이크로 끼니를 때우거나 가끔씩은 거르기도 하였습니다.

결과에 비해 과정이 너무나 고단했다.
 결과에 비해 과정이 너무나 고단했다.
ⓒ 류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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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단식 참아낸 기특한 나를 위한 보양식

그리고 대망의 보식 마지막 날. 특별한 보식, 단식을 한 저를 위한 보양식을 만들어보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부모님도 그날 하루 집을 비우셔서 저를 위한 음식을 만들어보기로 결심한 것 입니다. 일단은 큰 틀은 죽으로 정했습니다. 그리고 집에 냉장고를 살펴보았습니다. 참치도 보였고 오리도 보였습니다. 오리로 결정하고 음식 손질에 들어갔습니다.

일단은 쌀을 불린 다음, 쌀을 냄비에 넣고 하얗게 될 때까지 볶는다. 그리고 중간 중간에 물을 첨가해주면 더욱 더 좋다. 쌀이 웬만큼 퍼졌다는 생각이 들면 채소와 재료를 넣고 죽이 될 때까지 끓인다.

이론상 죽은 상당히 쉬워 보였습니다. 그럴싸한 음식이 만들어질 거라는 기대감을 갖고 음식을 만들어나갔습니다.

그러나 현실을 달랐습니다. 쌀을 볶다가 물을 넣으니 쌀은 더욱더 질어지기만 할 뿐 퍼진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습니다. 그 둘은 어감상 비슷하지만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그리고 잘게 썬 채소를 넣어야 했는데 제 칼질은 깍둑썰기에 가까웠습니다. 그것마저 모양과 크기가 제각각이었습니다.

또 대망의 오리를 다져서 넣으려고 했는데 썰다 보니 제 입으로 들어간 게 더 많아졌습니다. 잘게 썬 크래미는 밥에 넣자마자 자취를 감춰버렸고요.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저의 오리죽은 음식이라 부르기 미안했습니다.

씁쓸한 실패 끝에 확인한 진리..."엄마 밥이 최고!"

그렇게 저의 2011년 첫 보양식 요리를 끝맺게 되었습니다. 만들고 나서 보니 생각보다 휠씬 맛이 없었고 눈으로 보기에도 보양식과는 괴리감이 있어 보였습니다. 또한 다음 날 일어나서 먹으려고 보니 죽은 이미 볶음밥처럼 말라버리고 음식은 더욱 맛이 없어졌습니다.

사실 저의 보양식 도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작년에는 영계찬밥죽에 도전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달랑 생닭 하나만 전기밥솥에 넣고 조리하다가 거의 익을 때쯤 찬밥을 넣어 죽을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만들고 보니 닭은 생각보다 질겼고 찬밥은 물을
머금어 2~3배로 부풀어 올랐습니다. 역시 보양식과는 거리가 멀었죠.

두 번의 실패를 겪고 깨달았습니다. 고등학생인 저에게 최고의 보양식은 부모님께서 해주시는 밥상입니다. 앞으로는 보양식 만든다고 시간 낭비, 돈 낭비 하지 말고 아침 밥이나 제대로 먹어야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 기사공모 '이 여름을 건강하게-나만의 보양식' 응모 글입니다.



태그:#류호준, #나만의 보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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