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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는 공용 통신시설을 이용해 친척의 절임배추사업을 도운 7급 공무원 민아무개(해남군청)씨의 '징계' 처분을 요구했다.
 행정안전부는 공용 통신시설을 이용해 친척의 절임배추사업을 도운 7급 공무원 민아무개(해남군청)씨의 '징계' 처분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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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방자치단체 7급 공무원이 2년여 동안 공용 통신시설을 이용해 친척의 배추절임사업을 돕다가 발각돼 '징계' 처분을 받게 됐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행정안전부의 감사결과 문서에 따르면, 해남군청에 근무하는 민아무개(7급)씨가 2008년 11월부터 2011년 1월까지 근무시간에 친척의 배추절임사업을 돕기 위해 해남군청의 팩스와 전화로 주문서를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6월부터 감사를 벌였던 행정안전부는 최근 해남군에 민씨의 '징계' 처분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보다 앞선 지난 3월 자체감사를 벌인 해남군은 민씨를 '훈계' 처분하는 데 그쳐 '봐주기감사', '부실감사'라는 지적을 받았다.

행안부 "군청 전화·팩스 총 539회 사적으로 이용"

행정안전부는 "민씨가 2008년 11월부터 2011년 1월까지 26개월간 처제와 동서가 운영하는 A농원에서 가공·생산된 절임배추의 판매를 돕기 위해 주문서를 받아 전달하는 등 사적 용무를 함으로써 직무를 태만히 하고 공용물인 해남군청 전화·팩스를 총 539회 사적으로 이용하여 해남군에 6만7000원 상당의 공공요금을 손해입힌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행정안전부는 "민씨와 그의 부인 계좌를 확인한 결과 처제동서와 거래한 내역이 일부 발견되었으나 '5건 69만 원'이라는 경미한 금액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하지만 급여형식의 대가를 지급받은 것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으므로 영리업무에 종사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는 공무원의 영리업무와 겸직을 금지한 '국가공무원법 제64조'와 '지방공무원법 제56조' 위반 가능성을 일축한 것이다.

민씨와 관련된 민원을 처음 제기한 이는 백의장 천우농산 대표다. 백 대표는 민씨의 처제와 동서가 운영하는 A농원과 지난 2009년부터 거래해오던 중 주문서를 받아온 민씨가 공무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돼 올 초 국무총리실과 행정안전부, 전남도와 해남군에 민원을 제기했다.

해남군청 7급 공무원(전산분야)이던 민씨가 백 대표에게 보내온 '송장'자료(A농원에서 절임배추 주문자에게 몇 상자를 보냈는지 보여주는 자료)를 보면, 민씨가 근무시간 중 해남군청 팩스를 이용했음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행전안전부 감사결과에서도 그가 군청의 전화·팩스를 총 539회(6만7000원 상당) "사적으로" 이용했음이 드러났다.

하지만 행정안전부는 "경미한 금액"이고 "급여형식의 대가"가 아니라는 점을 들어 민씨가 국가공무원법·지방공무원법에서 금지한 '영리 업무'에 종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백 대표는 "민씨가 근무시간 중에 사적(친척)인 관계인 A농원의 절임배추 판매사업을 위해 공공용 행정통신시설을 이용해 영업한 사실이 확인됐는데 이는 국가공무원법 제64조와 지방공무원법 제56조를 위반한 것"이라며 "그런데도 영리업무에 종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은 민씨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7급 공무원 민아무개씨가 지난 2009년 12월 17일 천우농산에 보낸 송장'. 빨간 선 안에 'fax 해남군청'이란 문구가 적혀 있다.
 7급 공무원 민아무개씨가 지난 2009년 12월 17일 천우농산에 보낸 송장'. 빨간 선 안에 'fax 해남군청'이란 문구가 적혀 있다.
ⓒ 구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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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군 '금전거래' 없다고 했지만 '5건 69만 원' 드러나

또한 행정안전부는 "장기간에 걸쳐 본연의 업무를 소홀히 하고 직무를 태만히 한 점, 소액이지만 사적 용무를 위해 공용물을 지속적으로 사용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엄중히 책임을 물어 '징계' 처분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3월 해남군의 자체 감사 결과와는 다른 대목이다. 당시 해남군은 민씨가 친척의 절임배추 판매사업에 개입해 공용 통신시설을 이용한 사실을 확인했지만 '훈계' 처분하는 데 그쳤다.

해남군은 지난 3월 백 대표에게 보낸 '민원회신'에서 훈계 처분을 내린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공무원이 근무시간 중에 사적(친척)인 관계인 A농원의 절임배추 판매사업을 위해 공공용 행정 통신시설을 이용한 사실이 확인되었으나 우리 군 공무원 전체는 우리 군에서 생산되는 농수산물을 판매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음. 다만 특정인(친척)이 생산한 농산물을 한정해서 판매한 것은 지방공무원법 제52조(친철·공정의 의무)를 위배한 사실이 인정된 바 금회에 한하여 엄중 문책(훈계)하고 다시는 이러한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조치하겠음."

영리업무를 금지한 국가공무원법 제64조나 지방공무원법 제56조를 피해 '훈계' 처분에 그쳐 '봐주기감사'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훈계는 공무원의 징계(파면·해임·정직·감봉·견책)에 포함되지 않는 임의처분이다.

게다가 해남군이 '부실감사'를 벌였다는 정황도 발견됐다. 해남군은 "민씨와 배우자의 금융거래내역을 확인한 결과 영업대가로서의 금전거래는 없었다"고 밝혔지만, 행정안전부의 감사결과는 달랐다.

행정안전부는 "민씨가 처제·동서와 거래한 내역이 일부 발견되었다"며 5건에 걸쳐 69만 원이 민씨에게 건너갔다고 밝혔다. 적은 금액이긴 하지만 절임배추 판매사업과 관련된 금전거래가 확인된 것이다.

민원을 제기했던 백 대표는 "민씨의 처제 이아무개씨는 2009년와 2010년 네 차례에 걸쳐 나에게 '민씨가 절임배추 판매영업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월급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근무시간에 개인업체 영업을 하고 행정선진화를 위한 통신시설을 3년간이나 개인업체 영업에 이용한 행위에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것은 공직사회의 부패를 조장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해남군 "민씨가 사익을 위해서 영업한 것은 아니다"

박주화 해남군청 감사관실 계장은 "행정안전부로부터 민씨를 경징계 처분하라는 요구를 받았다"며 "조만간 징계위를 열어 감봉, 견책 등 경징계 수위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계장은 "공무원들이 농민들의 농산물 판매에 적극 협조한다는 차원에서 민씨가 영업을 한 것이지 사익을 위해 한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민씨가 친척의 절임배추사업을 도와준 것이어서 우리 군에서 '훈계' 처분을 내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 계장은 '민씨가 5건 69만 원 받았다'는 행정안전부 감사결과와 관련해 "영업을 했다고 해서 급여 성격으로 받은 돈이 아니다"라며 "민씨 부부가 소개해준 인부들의 일당을 처제로부터 송금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해남군, #절임배추 판매사업, #행정안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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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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