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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

취재 : 구영식 팀장, 최지용·이주연 기자, 김민석·윤성원·손형안·강유진 인턴기자

지난 27일 집중 폭우로 우면산 산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신동아렉스빌 아파트에 토사가 덮쳐 한 주민이 거실에서 깨진 창문 넘어로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지난 27일 집중 폭우로 우면산 산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신동아렉스빌 아파트에 토사가 덮쳐 한 주민이 거실에서 깨진 창문 넘어로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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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집중 폭우로 우면산 산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일대 남부순환도로에서 현장 복구에 동원된 중장비들이 형체를 알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자동차 잔해를 제거하고 있다.
 지난 27일 집중 폭우로 우면산 산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일대 남부순환도로에서 현장 복구에 동원된 중장비들이 형체를 알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자동차 잔해를 제거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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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집중 폭우로 우면산 산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주택가에서 토사와 뿌리 뽑힌 나무 등으로 인해 전신주가 넘어져 현장 작업 관계자가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 27일 집중 폭우로 우면산 산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주택가에서 토사와 뿌리 뽑힌 나무 등으로 인해 전신주가 넘어져 현장 작업 관계자가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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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신 : 오후 6시 20분]

"화산이 폭발해 용암이 흘러 내린 것 같다."

붉은 흙이 드러나 계곡 골짜기처럼 패인 마적산.
 붉은 흙이 드러나 계곡 골짜기처럼 패인 마적산.
ⓒ 이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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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쏟아진 비로 꼭대기부터 산사태가 일어나 펜션에서 잠자고 있던 학생 등 13명이 숨진 강원도 춘천시 신북읍 마적산. 28일, 피해 현장을 방문한 송영길 인천시장은 붉은 흙이 드러나 계곡 골짜기처럼 패인 마적산의 모습을 이같이 표현했다.

마적산으로 부터 쏟아진 토사는 봉사활동차 강원도에 온 인하대학교 학생들이 머문 펜션을 그대로 덮쳤다. 펜션은 흙에 모든 게 쓸려 내려가 뼈대만 남아 있었다. 펜션 뒤편에는 깍아지를 듯한 절벽이 형성돼 있었고, 그 아래로 큰 나무들이 어지럽게 쓰러져 있었다. 포클레인이 서둘러 흙을 퍼내고 있지만 쏟아진 흙을 모두 정리하기엔 역부족으로 보였다.

마적산이 휩쓸고 지나간 곳 바로 옆의 매운탕 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 아무개씨는 망연자실한 채 가게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 김씨는 "가게 뒤에서 흙이 덮쳐 건물 기둥만 남았다, 흙이 무릎 위까지 차있어 안을 건드릴 수가 없다"며 "학생들에게 너무 큰 일이 생겨서 우리가 입은 피해에 대해서는 차마 말을 못하겠지만, 40년 동안 산 저 곳에 다시 들어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호빵처럼 부푼 아이들, 씻어 놓고 보니 내 새끼"...유족들 오열

춘천시 마적산으로 부터 쏟아진 토사는 봉사활동 차 강원도에 온 인하대학교 학생들이 머문 펜션을 그대로 덮쳤다. 흙에 모든 게 쓸려가 버린 펜션은 뼈대만 남아 있다.
 춘천시 마적산으로 부터 쏟아진 토사는 봉사활동 차 강원도에 온 인하대학교 학생들이 머문 펜션을 그대로 덮쳤다. 흙에 모든 게 쓸려가 버린 펜션은 뼈대만 남아 있다.
ⓒ 이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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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밤 산사태로 사망한 이들은 강원대학병원으로 옮겨진 상태.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송영길 시장은 유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병원으로 향했지만, 유가족들은 "잘못 오셨다"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유가족들은 "춘천시가 이 사태를 천재로 몰아가려 하고 있다, 인재로 접근하면 (보상 등으로) 덤터기를 쓴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빈소도 안 차려준 것만 봐도 그렇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사건 발생 직후, 분향소가 제 때 마련됐어야 했지만 춘천시의 대응이 늦었고 보상 문제도 걸려 있어 유가족들은 현재 분향소 설치를 거부하고 있다. 유가족들은 "현장에 배수로도 없었고 옹벽이나 펜스도 없었다는 점에서 인재"라며 "건축물 허가를 내 준 것 자체가 문제기 때문에 춘천시에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요구했다.

유가족 대표는 "어제 아이들 시신을 5구 봤는데 호빵처럼 부풀어서 얼굴을 못 알아보겠더라"며 "씻어 놓고 보니 내 새끼더라"며 울먹였다. 이들은 "추모비 건립 뿐 아니라 갈 곳 없는 젊은 영혼들의 명예를 찾아달라"며 "한 시간이 1년 같다, 그 긴 시간 동안 뭘 생각해야 할지 미칠 것 같다"고 호소했다.

손 대표는 "홍수 피해 현장이 꼭 인재로 보인다"며 "(마적산도 10여 년 전) 방공포대가 이전해 가면서 뒤처리를 제대로 못했다는 주민들의 주장이 상당히 근거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산사태의 위험이 있는 곳과 절개지의 붕괴위험이 있는 곳들을 빨리 파악하도록 하겠다"면서 "아직 학생들 분향소도 마련되지 못하고 있는데, 강원지사와 협의해서 빨리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겠다"고말했다.

민주당은 내일(29일) 당내에 재난대책특별위를 구성할 예정이다.

[4신 : 28일 오후 5시]

작년에 넘쳤던 도림천 올해도 넘쳐... "정부, 대책 세우긴 하나?"

"하늘에서 폭포가 쏟아졌다. 그렇게 비가 많이 내린 건 신림동에서 40년 산 나도 얼마 만에 보는지 모르겠다."

길가에 앉아있던 이아무개씨는 27일 하늘을 '폭포'로 기억했다. 지난 27일 관악구 신림동 일대에 오전 7시 30분부터 8시 30분까지 시간당 110.5mm의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당시의 폭우로 도림천이 범람해서 한 때 도로가 통제되고 주변 상가와 가옥이 침수 피해를 입었다.

도림천이 범람하며 가장 큰 수해를 입은 삼성산 시장을 찾았다. 시장 입구에 들어서서 주변을 살폈지만 수해의 흔적을 찾기 어려웠다. 상인들의 발빠른 복구로 시장은 대부분 정상적인 모습을 찾아가고 있었다. 시장을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그렇지만 완벽하게 복구가 끝난 것은 아니었다. 침수된 가게를 지금 막 정리하기 시작한 상인에서부터 수압으로 고장 난 출입문을 고치는 상인들도 보였다. 삼성산 시장 입구에서 10년 넘게 장사를 해왔다는 한 상인은 가게를 정리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그녀는 "작년부터 물이 넘치는데 도림천 공사 때문이 아닌가 싶다"며 짜증스레 걸레의 물을 짜냈다.

지상에 위치한 점포의 상황은 그래도 나은 편이었다. 지하 1층에 위치한 PC방 주인 김아무개씨는 침수된 가게를 방치한 채 밖에 나와 있었다. 그의 안내를 따라 지하로 향했다. 상가에는 미처 다 퍼내지 못한 물위로 가재도구가 떠다니고 있었다. 그가 망연자실한 듯 말했다.

"작년에도 마찬가지였어. 아니, 작년보다 더해. 정부에서 수해 예방 대책을 어떻게 세우는 건지 모르겠어. 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아무리 많아도 이건 아니지. 서울시와 구청에서 수해 예방을 한다며 매년 이러면 되겠냐고. 비가 많이 올 때마다 넘쳐. 난리야 난리. 이걸 누가 치울 것이며, 재산피해는 얼마나 많고, 가게도 운영 못하고 정말 죽겠어."

작년에 도림천이 넘쳤을 때도 그의 가게는 침수 피해를 입었다. 그는 "당시에 가게를 정리하고 영업을 다시 시작하는데 보름이 넘게 걸렸다"고 토로했다. 그의 재산이었던 컴퓨터는 물에 침수돼 무게로 값을 따지는 고철이 되었다.

삼성산 시장 상인들에게 도림천이 범람하던 당시의 상황을 물었다. 시장에서 과일을 파는 박아무개씨는 당시의 상황을 "한마디로 엉망진창"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물이 범람했을 때 상인들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며 "연락을 받고 시장에 왔을 때 물이 허벅지까지 차있었고 상점 안으로 흙탕물과 쓰레기들이 들어오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시장 중턱에서 전파상을 하는 김창현(43)씨는 "차를 타고 시장 입구로 내려가고 있었는데 도림천이 범람을 한 상태라 더 이상 못 내려갔다"며 "위쪽에 보이는 산에서 흙하고 나무가 빗물에 섞여 쏟아지며 고지대에도 침수피해가 일어났다"고 말했다.

각종 잡화를 파는 유태현(64)씨의 가게에는 기자보다 먼저 찾아온 구청직원들이 있었다. '구청 직원들이 왜 왔는지'를 묻자 유씨는 "자세한 침수품목은 아니고 그냥 침수 당했다는 사실만 조사해갔다"며 "피해 보상이나 복구 대책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고 말했다.

유씨는 "저지대는 위에서 내려오는 물을 도림천에서 다 못 받아주니까 피해를 많이 입었고, 고지대는 복개천 입구가 바윗돌과 나무찌꺼기 막히면서 물이 도로 아래 하천으로 못 흐르고 도로 위로 넘치며 피해가 커졌다"고 고지대임에도 침수당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인간이 자연재해를 완벽히 대비할 수 없지만 정부에서 대책을 세워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8일 현재 도림천은 폭우가 소강상태에 접어들며 수위가 낮아졌다. 여전히 유속이 빠르고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지만, 근처 도로의 차량과 보행자 통행은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3신 : 28일 오후 3시 20분]

"10분 만에 모든 걸 싹 쓸어갔다"

쏟아진 폭우로 인해 수백명의 환자와 직원들이 고립됐던 경기도 광주시 삼육재활병원은 27일의 참혹함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물을 잔뜩 머금은 진흙은 병원 전체를 뒤덮고 있었고, 병원 정문과 마당에는 물이 아직도 발목까지 차 있었다. 서 있기도 힘든 상황에서 경찰과 직원들은 병원 안에 있던 장비들을 밖으로 옮기고 있었다.

민오식 삼육병원 이사장(60)은 현장을 방문한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만나 "옹벽 위로 물이 찰랑거리나 싶더니 10분 만에 모든 걸 싹 쓸어갔다"며 "고가의 진료 장비들은 지하층과 1층에 있어 모두 물에 잠겨 못쓰게 됐다"고 참담함을 감추지 못했다.

손 대표는 "팔당댐 수문을 빨리 열지 않아서 피해가 더 커진 측면이 있다는 주민들의 얘기를 들었다"며 "상황을 신속하게 파악해야겠다"고 말했다.

27일부터 광주시 일대를 돌아다니며 상황을 살핀 소병훈 민주당 광주지역위원장은 "4대강 사업으로 남한강 유속이 빨라져 팔당댐에 많은 물이 빠른 시간 내에 도달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하천의 토사를 제대로 긁어내지 않아 사태가 커진 것 같다"고 비판했다.

삼육병원 바로 앞 곤지암천에는 다리 위까지 물이 차오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나뭇가지와 쓰레기들이 다리 난간에 걸쳐 쌓여 있고, '곤지암천'이라 적힌 팻말은 하천 물에 밀려 맥없이 쓰러져 있었다.

"양말 한 짝도 못 건졌다"...경기도 광주시 주민들 발 동동

28일 낮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천. 하루 전 폭우로 수위가 높아져 다리까지 물이 찼다. 현재 다리위엔 온갖 집기들이 널려있다. (엄지뉴스 전송 : 2550님)
 28일 낮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천. 하루 전 폭우로 수위가 높아져 다리까지 물이 찼다. 현재 다리위엔 온갖 집기들이 널려있다. (엄지뉴스 전송 : 2550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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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낮 경기도 광주시 삼육병원 앞, 하루 전 쏟아진 폭우로 물에 잠겼다. (엄지뉴스 전송 : 2550님)
 28일 낮 경기도 광주시 삼육병원 앞, 하루 전 쏟아진 폭우로 물에 잠겼다. (엄지뉴스 전송 : 2550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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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지암천변 송정동의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단독주택들이 밀집해 있는 이 지역엔 2층까지 물이 차올랐다. 길 한 가운데에는 선풍기, 침대 매트리스, 피아노 등 집안에 있던 집기들이 모두 꺼내져 있었고 청소차는 서둘러 물건들을 수거해 가고 있었다.

"양말 한 짝도 못 건졌다"는 임옥순(70)씨는 "어제 우리 할아버지 돌아가시는 줄 알았다"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지명숙(48)씨는 "갑자기 저 끝에서부터 물이 몰려왔는데 쓰나미와 똑같더라"며 "팔당댐 문을 늦게 열었다고 원성이 자자하다, 서울사람 살리자고 우리를 죽였다고 주민들은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지하인 지씨의 집은 그야말로 폭탄을 맞은 듯, 천장에도 진흙이 매달려 있고 집 안의 집기는 모두 부서지거나 뒤집어져 있었다. 아직도 바닥엔 물이 흥건했고 퀴퀴한 냄새까지 났다.

김미연(48)씨는 손 대표를 보자마자 "배수펌프장을 만들어 줘야지 이렇게 해서 살 수가 있나, 살림을 하나도 쓸 수 없다"며 "이렇게 현장만 나오면 뭘하나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집 안의 집기를 하나하나 내놓던 김씨는 서랍장 안에 있던 아들의 졸업앨범과 상장들을 발견했다. 아들은 "둬서 뭐하냐, 앨범도 버리라"며 다시 집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김씨는 앨범을 뒤적이며 "앨범은 도저히 못 버리겠다, 잘 말려야겠다"며 "이런 건 돈 주고도 못산다"고 울상을 지었다.

[2신 보강: 28일 오후 1시 30분]

"우면산 정상에 지뢰"... 폭우·산사태에 쓸려 올까 주민들 노심초사

지난 27일 발생한 집중 폭우로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인근 우면산 기슭이 무너져 예술의 전당 앞 도로부터 사당사거리 사이 남부순환도로가 통제되고 있다.
 지난 27일 발생한 집중 폭우로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인근 우면산 기슭이 무너져 예술의 전당 앞 도로부터 사당사거리 사이 남부순환도로가 통제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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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집중 폭우로 우면산 산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일대 남부순환도로에서 현장 복구에 동원된 중장비들이 토사와 뿌리 뽑힌 나무 등을 제거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 27일 집중 폭우로 우면산 산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일대 남부순환도로에서 현장 복구에 동원된 중장비들이 토사와 뿌리 뽑힌 나무 등을 제거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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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집중 폭우로 우면산 산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일대 남부순환도로에서 현장 복구에 동원된 중장비들이 토사 제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 27일 집중 폭우로 우면산 산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일대 남부순환도로에서 현장 복구에 동원된 중장비들이 토사 제거 작업을 벌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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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간이 비는 내리지만 복구작업이 계속되고 있는 서울 서초구 형촌마을. 지난 27일 내린 폭우로 120여 가구 가운데 60여 가구가 고립됐고, 구학서 신세계 회장의 부인이 사망하는 등 피해가 심각하다.

거기에 주민들은 또 한 가지 걱정이 생겼다. 걱정을 넘어서 두려운 일이다. 군이 우면산에 매설한 대인지뢰가 산사태 때문에 떠내려 올 수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 것. 주민들은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정말 따로 없다"라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28일 오전 11시께, 전날 마을을 고립시킨 물이 불어난 지점에서 군인 50여 명이 진흙더미를 퍼내며 작업을 하는 가운데 중대장으로 보이는 대위가 부대 선임병에게 주의사항을 전달했다.

그는 "전 중대원에게 전달하라"며 "우면산 정상에서 대인지뢰가 떠내려 올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상한 물건이 있으면 만지지 말고 즉시 보고 하고, 주변을 잘 살펴라"라고 덧붙였다. 대위도 누군가로부터 무전을 받고 내용을 전달해, 지시사항은 상급 부대에서 내려온 명령으로 보인다.

이를 전달받은 병사들은 "여기에 왜 M-14(대인지뢰)가 묻혀 있지?"라고 고개를 갸웃하며 중대원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이후 명령을 전달한 대위는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기자의 질문에 "말 할 수 있는 게 없다"라며 점심식사를 하러 부대원을 데리고 마을 아래로 내려갔다.

이 같은 내용은 트위터를 통해 이미 제기됐지만 통신이 제대로 되지 않는 주민들은 소식을 잘 알고 있지 못했다. 기자에게 이야기를 들은 한 60대 주민은 "지뢰가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라며 "많은 군인들이 나와 있어 크게 걱정하지 않지만, 불안한 것은 사실이다, 빨리 확인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이날 오전 우면산 지뢰와 관련해 "금번 수해로 인한 토사유실 지역은 당초 지뢰매설 지역과는 산사면의 반대쪽이고 군이 과거에 이미 지뢰를 제거한 지역이기 때문에 지뢰 유실가능성은 낮다"라고 공식 해명했다.

그러나 군의 다른 관계자는 "과거 이 일대에서 지뢰 제거작업을 했지만 10여 발이 수거되지 않았다"라며 "유실된 지뢰는 대부분 자연 손실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방공포 부대 울타리(지뢰 매설 지역)의 유실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7일 발생한 집중 폭우로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인근 주택가에서 한 할아버지가 손자의 손을 잡고 현장복구 작업을 지켜보며 망연자실하고 있다.
 지난 27일 발생한 집중 폭우로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인근 주택가에서 한 할아버지가 손자의 손을 잡고 현장복구 작업을 지켜보며 망연자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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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발생한 집중 폭우로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삼성래미안 방배아트힐 아파트에서 산사태로 인해 토사가 쌓여 군인과 전,의경들이 토사 제거 작업을 벌이며 현장 복구를 하고 있다.
 지난 27일 발생한 집중 폭우로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삼성래미안 방배아트힐 아파트에서 산사태로 인해 토사가 쌓여 군인과 전,의경들이 토사 제거 작업을 벌이며 현장 복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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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가던 저수지가 넘칠 줄 몰랐다"

우면산 정상부근 저수지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검은 물.
 우면산 정상부근 저수지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검은 물.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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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면산 정상부근 저수지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검은 물.
 우면산 정상부근 저수지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검은 물.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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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면산 산사태로 침수된 차량 내부. 서울 서초구 형촌동 인근에 세워져 있다.
 우면산 산사태로 침수된 차량 내부. 서울 서초구 형촌동 인근에 세워져 있다.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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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해를 입은 형촌마을 주민들이 인근 아파트 공사장 현장사무소를 임시 대피소로 쓰고 있다.
 수해를 입은 형촌마을 주민들이 인근 아파트 공사장 현장사무소를 임시 대피소로 쓰고 있다.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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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형촌마을은 낮 12시 20분 현재 비가 그쳐 복구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날 물이 불어 건널 수 없었던 골목에는 아직도 검은 물이 강처럼 흐르고 있었고 복구에 투입된 군인과 경찰, 구청 직원들은 곳곳에 맨홀 뚜껑을 열어 놓은 채, 집 안으로 들이 닥친 진흙을 퍼내고 있다.

이번 형촌마을 침수는 우면산 정상부근 생태공원 내에 있는 저수지가 범람하면서 둑을 무너트려 다량의 물이 유입돼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이곳에 흐르는 물의 색이 검정색인 것도 지층에 황토가 아닌 땅속에 오랜 기간 퇴적된 흑토가 쓸려 내려오기 때문으로 보인다.

주민들은 각자 집에 들이친 진흙을 퍼내는가 하면 골목으로 나와 검은 물이 흐르는 광경을 허망한 표정을 바라봤다. 70년대 말 이곳이 7학군으로 지정되면서 주민들이 많이 유입됐고, 그로 인해 현재 마을 주민들도 거주 기간이 그리 오래지 않은 외지인들이 많았다.

70년대 말부터 마을 아래쪽에서 농장을 했다는 김아무개(62)씨는 "이번에 무너진 저수지는 내가 농사를 하기 전부터 있었고 그 주변에 생태공원이 생긴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라며 "비가 많이 오기도 했지만 여태까지 저수지가 넘친 적은 없었다, 다른 이유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 주민(40대 여성)은 "평소에 자주 산책을 가던 생태공원이었는데 그 쪽에서 이런 문제가 생길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라며 "이런 일이 처음이고 어떻게 뭐부터 치워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마을 주민들은 대부분 피로감을 호소하며 인터뷰를 피했다. 이들은 신발부터 바지, 양손이 모두 진흙투성이였고, 묵묵히 말을 아끼며 복구 작업에 몰두했다

전날 침수 피해를 입은 20여 가구는 인근 아파트 공사현장 관리 사무소에 마련된 임시대피소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곳에는 구세군 등에서 2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나와 이재민들의 식사를 돕고 있고, 현장 인부들도 주변의 도로를 정비하는 등 복구 작업에 동참하고 있다.

☞ 27일 집중폭우 피해 상황 보기: 강남 아파트 덮친 '진흙 폭탄'...올림픽대로 '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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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남태령 전원마을]

우면산에서 전원마을로 빗물과 토사가 밀려내려오고 있다. (엄지뉴스 전송: 6572님)
 우면산에서 전원마을로 빗물과 토사가 밀려내려오고 있다. (엄지뉴스 전송: 6572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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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태가 일어난 서울 방배동 남태령 전원마을. 주민이 삽으로 토사를 제거하고 있다. (엄지뉴스 전송: 6572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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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에 젖은 가재도구를 집밖으로 내놓은 전원마을 주민들.(엄지뉴스 전송: 6572님)
 빗물에 젖은 가재도구를 집밖으로 내놓은 전원마을 주민들.(엄지뉴스 전송: 6572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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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태가 일어난 서울 방배동 남태령 전원마을. 군인들이 복구에 땀 흘리고 있어요.(엄지뉴스 전송: 6572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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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뿐만 아니라 경기도 김포 등의 집중폭우 피해 상황을 보여주는 엄지뉴스도 속속 들어오고 있다.

서울뿐만 아니라 경기도 김포지역도 집중호우 피해속출,하천범람,주택침수 도로침수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사진은 걸포동 침수 상황입니다. (엄지뉴스 전송: 조PD님)
 서울뿐만 아니라 경기도 김포지역도 집중호우 피해속출,하천범람,주택침수 도로침수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사진은 걸포동 침수 상황입니다. (엄지뉴스 전송: 조PD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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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물길 위로 보도블럭을 덮은 이곳. 어제(27일) 비에 보도블럭이 다 떠내려 갔어요. 부산영도여고앞입니다.  (엄지뉴스 전송: 4155님)
 최근 물길 위로 보도블럭을 덮은 이곳. 어제(27일) 비에 보도블럭이 다 떠내려 갔어요. 부산영도여고앞입니다. (엄지뉴스 전송: 4155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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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신: 28일 오전 10시 20분]

신도림역 만원 지하철. 폭우 때문인지 더 혼잡스러운 것 같네요. (엄지뉴스 전송: 8218님)
 신도림역 만원 지하철. 폭우 때문인지 더 혼잡스러운 것 같네요. (엄지뉴스 전송: 8218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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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보다는 적은 양이지만 비가 계속 온 28일 오전 서울시민들은 출근 전쟁을 겪었다.

어제는 출근시간대에 맞춰 내린 큰 비로 지각사태가 벌어졌던 탓인지 이날은 평소보다 일찍 집을 나선 사람들이 많았다. 도로 곳곳이 통제되면서 버스보다는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신도림역은 일찍 출근하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바람에 큰 혼잡을 빚었다. "밀지 말라"는 방송이 나올 정도. 하지만 다행히 지하철은 별 문제 없이 평소처럼 운행되고 있다.

28일 출근길 경춘선 상봉역 모습.  중앙선과 7호선 경춘선이 모이는 이곳은 출근길대란의 현장. ㅠ 오늘도 출근하는 데 총 2시간30분 걸렸슴돠. 평소 한시간 반 거리를 ㅠ(엄지뉴스: 1679님)
 28일 출근길 경춘선 상봉역 모습. 중앙선과 7호선 경춘선이 모이는 이곳은 출근길대란의 현장. ㅠ 오늘도 출근하는 데 총 2시간30분 걸렸슴돠. 평소 한시간 반 거리를 ㅠ(엄지뉴스: 1679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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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역에서는 오전 8시 20분께 갑자기 호우가 쏟아지면서 주변도로에 물이 찼다.

권진희(23)씨는 "평소보다 일찍 나왔는데 비가 안 그쳐 착잡하다"며 "호암터널이 산사태로 무너지고 쑥고개도 침수됐다"고 전했다. 최준용(33)씨는 "언제 침수될지 몰라 불안하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어제 아침 큰 혼잡을 빚었던 사당역에도 비가 쏟아졌다. 20대인 서진희씨는 "다른 지하철 노선은 괜찮은 것 같은데 4호선이 늦어지고 있다"며 "어제는 조기 퇴근했는데 오늘은 30분 정도 일찍 나왔다"고 말했다.

신림동에서 분당으로 출근하는 한 30대 남성은 "어제는 남부순환도로가 많이 막혀서 출근이 많이 늦었다"며 "회사 동료 한 명은 4시간이나 걸렸다고 하더라"라고 어제 상황을 전했다.

이수에서 판교로 출근한다는 이예진(31)씨는 "어제 집에서 오전 8시에 나왔는데 회사에 도착하니 낮 12시 반이었다"며 "오늘 퇴근할 때는 지하철을 탈 것"이라고 말했다.

직장인들 불안함 속에 조심스런 출근길... "난개발이 문제인 것 같다"

강남역 2번 출구 앞. 쏟아지는 폭우에 나가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는 시민들. (엄지뉴스 전송: 3065님)
 강남역 2번 출구 앞. 쏟아지는 폭우에 나가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는 시민들. (엄지뉴스 전송: 3065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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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샛강 노들목길. 28일 오늘 아침 상황입니다. 6차선 정도에 흙탕물이 됐어요. (엄지뉴스 전송: 3439님)
 여의도 샛강 노들목길. 28일 오늘 아침 상황입니다. 6차선 정도에 흙탕물이 됐어요. (엄지뉴스 전송: 3439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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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승역인 교대역과 고속터미널역도 평소보다 혼잡한 상황이다. 일부 시민들이 지하철을 못 탈 정도로 플래폼에는 사람들로 꽉 차 있다.

김미경(33)씨는 "평소 고속터미널 3호선 환승 라인이 복잡한데 오늘은 더 사람이 많은 것 같다"며 "우리집은 2층이라 괜찮은데 아랫집은 침수됐다, 비가 계속 와 피해가 더 커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어제 허리춤까지 물이 찼을 정도로 침수됐던 강남역에는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다. 레인부츠와 짧은 반바지를 입은 여성들이 많다. 다만 어제에 비해 교통상황은 양호해진 편이다.

30대인 강민정씨는 "내가 근무하는 회사 건물 지하에 물이 차고 정전이 돼 어제와 오늘 출근을 못하고 있다"며 "(경기도) 광주에서 강남까지 5시간 정도 걸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면산 산사태 원인을 이렇게 짚었다.

"우면산쪽이 무너졌던데 단순한 방재문제가 아니라 난개발이 문제인 것 같다. 산을 깎아대니까 무너진 것 아니냐? 수해방지에 예산을 많이 안 쓰는 것 같다."

차량 통제 강변북로. 흘탕물만 넘실넘실. (엄지뉴스 전송: 꼼빠니아님)
 차량 통제 강변북로. 흘탕물만 넘실넘실. (엄지뉴스 전송: 꼼빠니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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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집중호우, #폭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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