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보이' 박태환이 자유형 100m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박태환은 27일 중국 상하이 오리엔탈 스포츠 센터에서 벌어진 2011 세계 수영연맹(FINA) 세계 선수권 대회 남자 자유형 100m 준결승에서 48초86의 기록으로 전체 14위에 머물렀다.

이로써 박태환은 자유형 400m 금메달, 200m 4위, 100m 14위의 성적으로 2011 상하이 세계 수영 선수권 대회의 개인 일정을 모두 끝냈다.

박태환, 단거리 경험 쌓기 위해 100m 출전 강행

 박태환은 경험을 쌓기 위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100m 출전을 강행했다.

박태환은 경험을 쌓기 위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100m 출전을 강행했다. ⓒ KBS 화면캡쳐


박태환은 자유형 100m의 한국 신기록(48초 70) 보유자이자 아시아 챔피언이다. 하지만 세계 수준에서 보면 '스프린터' 박태환은 아직 아시아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 중거리 전문 선수일 뿐이다.

실제로 세계 수영 선수권 대회에서는 아직까지 남자 자유형 100m 종목에서 아시아 선수에게 메달은커녕 단 한 번의 결승 진출조차 허락한 적이 없다.

이 종목 세계 신기록은 브라질의 세자르 시엘루 필류가 기록한 46초 91인데 박태환과는 무려 1초88이 차이 난다. 400m 이상의 중장거리에서는 극복이 가능한 거리지만, 1/100초를 다투는 100m에서 1초79는 어마어마한 차이다.

박태환의 올해 최고 기록은 지난 6월 산타클라라 국제 그랑프리 대회에서 기록한 48초 92이다. 박태환에게는 생애 최초로 마이클 펠프스를 꺾었던 대회지만, 박태환의 기록은 올해 26위에 불과할 정도로 초라하다.

아마 100m에서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은 박태환과 마이클 볼 코치가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박태환이 꿀맛 같은 휴식 대신 100m 출전을 강행했다.

박태환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 게임 은메달을 마지막으로 1500m를 포기했다. 한 때 자신의 주종목이었던 1500m를 포기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박태환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종목에 집중하기 위해 어려운 선택을 했다.

비록 박태환에게 익숙한 종목은 아니지만, 출발부터 터치패드를 찍을 때까지 쉬지 않고 계속 스퍼트를 해야 하는 100m는 참가만으로도 박태환에게 여러 가지 훈련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무엇보다 세계 기록 보유자 필류를 비롯해 윌리엄 메이마르드(프랑스), 제임스 매그너슨(호주)같은 세계적인 스프린터와 같은 무대에서 경합을 벌인다는 것 자체가 박태환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경험이다.

준결승까지 진출했지만... '높은 세계의 벽' 실감

 이번 대회를 통해 '스프린터' 박태환의 가능성을 확인한 것은 금메달 만큼 값진 수확이다.

이번 대회를 통해 '스프린터' 박태환의 가능성을 확인한 것은 금메달 만큼 값진 수확이다. ⓒ 국제수영연맹


팬들은 내심 결승 진출, 더 나아가 메달권 진입까지 기대하겠지만, 시즌 랭킹 26위인 박태환에게 현실적인 목표는 상위 16명이 출전하는 준결승 진출이다. 박태환 스스로도 준결승 진출은 자신의 실력 이상이 나와야 가능한 것이라며 자세를 낮췄다.

자유형 100m는 무려 14개 조에서 107명의 선수가 경합을 벌인다. 경쟁자가 많은 만큼 상위 16명 안에 들기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물론 그 중에는 자신의 기록을 5초 이상 단축하는 아프리카나 중동 선수도 있지만 말이다.

박태환은 예선 13조 2번 레인에서 레이스를 펼쳤다. 스타트 반응 속도는 여전히 최고 수준이었지만, 잠영 거리가 상대적으로 짧은 것이 아쉬웠다. 박태환은 레이스 후반에 열심히 따라 붙었지만, 48초91의 기록으로 8명 중 5위에 머물렀다. 1위는 48초21을 기록한 호주의 매그너슨이었다.

박태환은 자신의 최고 기록을 경신하진 못했지만, 전체 14위로 준결승에 진출했다. 박태환은 13조 5위에 불과했지만, 초반 10개 조의 기록이 좋지 못했기 때문에 준결승에 진출할 수 있었다. 박태환으로서는 일단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박태환은 저녁에 열린 준결승 경기에서 1조 1레인을 배정 받았다. 같은 조 5레인에는 세계 기록 보유자 필류가 있었다. 박태환은 힘차게 레이스를 펼쳤지만, 지구력이 강점인 박태환에게 100m는 너무 짧은 거리였다.

박태환은 최선을 다해 역영했지만, 8명의 영자 중 6위로 터치패드를 찍었다. 1조 1위는 예선에서도 박태환과 함께 레이스를 펼쳤던 호주의 매그너슨(47초90)이었다.

휴식 없이 4일 연속 레이스를 펼친 강행군도 아쉬웠다. 자유형 100m에는 라이언 록티도, 마이클 펠프스(이상 미국)도, 파울 비더만(독일)도 출전하지 않았다. 이들은 단거리 전문 스프린터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로써 박태환은 상하이 세계 수영 선수권 대회의 모든 일정을 끝냈다. 눈에 보이는 수확은 400m의 금메달 하나뿐이지만, 200m에서도 1위와 단 0.48초 차이의 명승부를 펼치며 '로마쇼크'에서 완전히 벗어났음을 증명했다.

무엇보다 1500m를 포기하고 단거리에 집중한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세계 선수권이라는 큰 대회에서 200m 4위, 100m 준결승 진출은 결코 작은 성과가 아니다. 이번 대회 남자 자유형 100m에서 준결승까지 진출한 아시아 선수는 박태환 한 명뿐이다.

물론 보완할 점도 분명하다. 박태환의 스타트 반응 속도는 세계 정상급이지만, 치고 나가는 파워가 부족해 잠영 거리가 상대적으로 짧은 편이다. 후반 스퍼트가 강점인 박태환으로서는 이 부분만 보완한다면 100m, 200m 같은 단거리 종목에서 더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다.

이제 박태환은 정확히 1년 후에 개막할 런던 올림픽을 위해 담금질을 할 예정이다. 수영 변방이었던 대한민국에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이라는 선물을 안겨 준 '마린보이'의 또 다른 진화를 기대해보자.

세계 수영 선수권대회 박태환 자유형 10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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