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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에코피스 아시아'가 현대자동차 그룹의 후원을 받아 4년째 진행하고 있는 차깐노르 사막화 방지 사업을 지난 13일부터 21일까지 취재하고 왔다.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차깐노르 호수 등 내몽고자치구의 마른 호수들은 매해 봄마다 찾아오는 '불청객' 황사의 발원지로 알려졌다. [편집자말]
아직 마르지 않은 차깐노르 '작은' 호수. 인근에 자리잡은 이주민들은 이곳에서 어로행위를 하며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아직 마르지 않은 차깐노르 '작은' 호수. 인근에 자리잡은 이주민들은 이곳에서 어로행위를 하며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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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방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한쪽에서는 생태 복원 노력이, 한쪽에서는 환경 파괴가 동시에 이뤄지는 셈이다."

박상호(43) 에코피스 아시아 중국사무소 소장이 쓴 웃음을 지었다. 그의 시선이 간 곳은 아직 마르지 않은 차깐노르의 '작은' 호수였다. 간간히 수초가 보이는 호수의 수면이 바람을 따라 찰랑거렸다. 큰 호수와 연결된 갑문 가까이에는 어망도 쳐져 있었다.

제방 건너 보이는 '큰' 호수의 황량함과는 크게 다른 모습이었다. 2002년 완전히 말라버린 큰 호수에는 수십여 개의 사구(모래언덕)이 형성돼 있었다. 사구 위로는 '소과백침(小果白針)'으로 불리는 풀이 자라고 있었다.

작은 호수는 이 지역에서 유일하게 어자원을 얻을 수 있는 곳이다. 잉어과인 초어를 비롯한 6종의 어류가 서식하고 있고 이 지역을 경유하는 쇠재두루미, 개리 등 철새들의 안식처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작은 호수의 수심도 현재 1.5m밖에 되지 않는다. 온난화 현상과 인근의 산업화가 빚어낸 결과이다. 상황이 악화된다면 큰 호수처럼 완전히 마를 가능성도 있다.

최근엔 더 우려스러운 일이 발생했다. 아빠까치 인민정부가 작은 호수를 공업용수로 사용할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다. 정부의 계획에 따르면, 작은 호수는 동북쪽으로 20km 떨어진 탄광의 냉각수로 쓰일 예정이다. 탄광 근처에 화력발전소도 건설한다는 계획도 잡혀 있다.

석탄 1톤당 소요되는 물은 약 7톤 정도. 점차 수량이 줄고 있는 작은 호수에게 치명적인 양이다. 또 작은 호수가 마를 경우, 차깐노르 호수 인근의 초원이 사막화 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다만, 이 프로젝트는 현재 '잠정 중단'된 상태다. 탄광 사업주가 사업 개시에 따른, 적법한 절차를 밟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 중앙정부의 대대적인 감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지 목축민들과 에코피스 아시아 측은 여기에 희망을 걸고 있다. 

아직 마르지 않은 차깐노르 '작은' 호수 맞은 편의 '큰' 호수. 6년 전 바닥을 드러낸 이곳에는 수십여개의 작은 사구(모래언덕)들이 형성돼 있었다. 사구 위로 자라는 것은 현지 식물인 '소과백침'이다.
 아직 마르지 않은 차깐노르 '작은' 호수 맞은 편의 '큰' 호수. 6년 전 바닥을 드러낸 이곳에는 수십여개의 작은 사구(모래언덕)들이 형성돼 있었다. 사구 위로 자라는 것은 현지 식물인 '소과백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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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에코피스 아시아 측의 중국 관계자는 "정부의 조치를 이해하기 힘든 것은 사실"이라며 "과학적 검증을 거치지 않은 계획"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작은 호수를 공업용수로 사용해도 쿤산다크 초지에서 유입되는 수원이 있는 이상 호수의 물은 완전히 마르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물이 지금보다 줄어들면 심각한 부영양화 현상이 발생해 죽은 호수로 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실제로 2000~2002년 상당한 가뭄이 닥쳤을 때 차깐노르 호수에서 부영양화가 진행돼 대다수의 물고기들이 전멸한 일이 발생했다고도 전했다.

"당시 죽은 물고기들이 호수변 1~2m까지 밀려나왔다. 바람이 불 때면 생선 썩는 냄새를 수십 km 밖에서도 맡을 수 있을 정도였다. 작은 호수를 공업용수로 사용하겠다는 계획은 이런 점에서 전혀 과학적이지 않다. 죽은 호수가 된 물은 그 어떤 용도로도 사용하기 힘들다."

무단 방목에 나선 외지인들, '해법'이 없다

해피무브 글로벌 청년봉사단 소속 한국대학생들과 함께 사장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현지 공안. 이들은 이주민들의 물리적 행동을 우려해, 사장작업 현장에 나왔다.
 해피무브 글로벌 청년봉사단 소속 한국대학생들과 함께 사장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현지 공안. 이들은 이주민들의 물리적 행동을 우려해, 사장작업 현장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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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깐노르 호수의 사막화에는 사회·경제적 문제도 얽혀있다. 내몽고 지역의 현재 인구는 2300만 명. 60년 전 인구(230만 명)에 비해 10배나 늘어난 셈. 이 중 몽골인은 400만 명이고 순수 목축민은 30만 명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대규모의 한족 유입과 대대적인 초원 개간이 진행된 셈. 또 광산 개발이 확산되면서 지하수가 남용됐고 도로가 발달하면서 초원의 물길이 끊겼다.

차깐노르 지역도 마찬가지다. 홍차 가차(촌락)은 총 103가구(341명)의 목축민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현재 중국 당국의 법규에 따라 정해진 구획 안에서 가축을 기르고 있다. 가축 수도 법규에 따라 제한된 상태다. 반면, 작은 호수 인근에는 앞서 언급한 한족 출신 6가구가 살고 있다.

이들은 과거 차깐노르 호수의 어로 행위를 위해 정부가 이주시킨 이들 중 일부다. 당시 이들은 '어민'으로 등록됐다. 초원이 점차 악화되면서 이주민들의 운명도 뒤집혔다. 정부가 초원의 보호를 위해 '목축민'이 아닌 이들을 초원 밖으로 내보내기로 한 것이다.

대다수의 이주민들이 떠난 가운데, 6가구만이 이곳에 남았다. '목축민'으로 등록되지 않은 이들은 법규상 방목을 할 수 없다. 그러나 생업이었던 어로 행위도 현재 금지된 상태다. 결국 이들이 택한 것은 불법 행위였다. 개간이 금지된 호수변에 감자를 심고, 양도 친다. 작은 호수의 물고기를 잡아다가 시장에 내다팔고 있다.  

목축민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불쾌한 일이었다. 당초 목축민들은 이들의 딱한 사정을 고려해, 지난 1990년 협약을 맺고 10년 간 공유 목초지에서의 방목을 허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10년 협약이 끝난 지금까지도 무단 방목은 지속되고 있다.

초원을 떠나지 않은 이주민 6가구가 살고 있는 차깐노르 '작은' 호수 인근 거주지. '탈출구'가 없는 이들은 대부분 허물어진 집에서 살고 있다.
 초원을 떠나지 않은 이주민 6가구가 살고 있는 차깐노르 '작은' 호수 인근 거주지. '탈출구'가 없는 이들은 대부분 허물어진 집에서 살고 있다.
ⓒ 이경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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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들도 쉽게 물러서지 않는다. 당장 에코피스 아시아와 한국의 대학생 봉사단이 현지에 도착한 다음날인 16일 "현지 목축민들을 돕기 위해 온 한국 대학생들의 작업을 막자"는 한족들의 움직임이 감지돼 사장 작업 현장에 중국 공안이 출동하기도 했다. 18일엔 인근 탄광 공사 현장의 모래채취 현장과 목축지를 구분 짓는 울타리 공사 현장에서 실갱이를 벌이기도 했다. 

이와 관련, 쩡바이위(64) 에코피스 아시아 자문위원은 "현지 목축민들과 달리, 이들에게는 어떤 탈출구도 주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초원법 등으로 인해 이곳에 이주한 한족들의 생계수단이 전무한 상황이란 얘기였다.

쩡 자문위원은 "그들은 호수에서 물고기를 잡거나 목축도 하지 못하고, 땅을 개간하지도 못한다, 법을 지키면 굶어 죽게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양을 무단으로 방복하는 것"이라며 "아빠까치 정부에서도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홍치 가차장(촌장)인 이떨꽁(34)씨는 "규정상 약 4000평에 양 1마리를 쳐야 적정한데 현재 한족들은 200만 평의 공유목초지에 3000마리의 양을 풀고 있다"며 "초원을 파괴하는, 과잉 방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우리가 제안하는 것은 간단하다, 목축민이 아닌 그들이 가축을 치지 말라는 것이다"며 "목축민들은 법령을 통한 해결을 원하고 있는데 이주민은 대표기구가 없어 대화가 잘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태그:#차깐노르 호수, #사막화, #황사, #에코피스 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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