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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즐거운 날, 노래가 빠질 소냐. 신나는 노래가 나오면 춤꾼들이 모여들어서 순식간에 '전국노래자랑'분위기가 된다.
▲ 노래방 이렇게 즐거운 날, 노래가 빠질 소냐. 신나는 노래가 나오면 춤꾼들이 모여들어서 순식간에 '전국노래자랑'분위기가 된다.
ⓒ 송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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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4일은 발렌타인데이, 3월 14일은 화이트데이, 11월 11일은 빼빼로데이. 그러면 7월 14일은 무슨 날? 바로 '삼계탕데이'다. 누가 정했나? 창립 1주년을 맞은 안성시동부무한돌봄센터(경기도 안성시 죽산면, 센터장 이혜주)다.

창립 1주년을 맞은 이 센터에서는 뭔가 특별한 기념행사를 생각해냈다. 당초 정확한 1주년 기념일은 7월 7일이지만, 7월 14일 초복을 '디데이(D-day)'로 삼았다. 이웃들과 나누는 뜻 깊은 날을 만들려는 센터의 기발한 창작품이다.

"이런 식의 1주년 기념행사, 어때요"

행사 제목부터 '이웃과 소박한 밥상 나누기'다. 그동안 섬겨오던 죽산면 어르신 등을 포함한 죽산면민 100여 명을 죽산면복지회관에 초청했다.

이 행사의 모든 것은 죽산면에 있는 지역기업과 기관들이 합작한 작품이다. 삼계탕 및 행사의 전체 비용을 (주)SM Tech Korea에서 냈다. 일품김치와 21세기종합광고기획, 파리바게트 안성 죽산점, 양의문교회, 서로텍, 태원먹자골 등의 지역기업과 식당 등에서 경품들을 내놓았다. 시민 이재용씨와 최종규씨도 힘을 보탰다.

새마을부녀회 회원들의 구슬땀이 빛나는 장면이다. 100 명분의 삼계탕을 준비하기란 그리 만만찮다.
▲ 봉사 새마을부녀회 회원들의 구슬땀이 빛나는 장면이다. 100 명분의 삼계탕을 준비하기란 그리 만만찮다.
ⓒ 송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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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삼계탕 조리와 식사봉사는 새마을지도자죽산면협의회와 죽산면새마을부녀회가 감당했다. 행사 전날부터 닭을 사고, 삼계탕 재료를 샀다. 아침 일찍부터 와서 삼계탕을 만들어 끓였다. 100명분의 삼계탕을 준비하는 것은 가히 만만찮다.

가만히 있어도 후텁지근해서 땀이 흐르는 여름날. 행사장 뒤편으로 돌아가면 구슬땀을 흘리는 여인네들이 보인다. 삼계탕을 끓이는 게 아니라 그녀들의 마음을 끓인다. 맛있게 드실 어르신들을 생각하는지 그저 신나는 얼굴이다. 

'삼계탕데이'는 시골 장날

죽산면복지회관 입구엔 죽산보건지소에서 나온 분들이 건강체크 들어가주시고. 어르신들을 비롯한 죽산면민들이 혈압, 당뇨 등의 체크를 받는다. 입구부터 이날 행사의 속 깊은 마음이 보인다.

이 센터의 5명의 가족이다. 중간 여성이 이혜주 센터장이다.
▲ 동부무한돌봄가족 이 센터의 5명의 가족이다. 중간 여성이 이혜주 센터장이다.
ⓒ 송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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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영식이네 아녀."
"아 그랴. 봉구네구먼."

흡사 시골 장날이다. 오랜 만에 얼굴 보는 사람들의 정겨운 입담이 오간다.

"아이고, 어르신 반가워요."
"아니 이게 누구여. 선상님 아닌겨?"

죽산면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담당 복지공무원과 센터 직원들이 오랜만에 어르신과 반가운 해후를 한다. 모두 얼굴에 웃음이 하나 가득이다.

낮 12시가 공식 식사시간인데, 성질 급한 어르신들은 1시간 전부터 자리를 잡고 앉았다. 삼계탕을 오매불망 기다린다. 복지회관 홀엔 '어르신표 뽕짝' 음악이 한창이다. 기다리느라 심심하신 어르신들을 위한 배려다.

시간이 다 되어 가자 삼삼오오 모여드는 어르신들. 시간이 다가오자 입구에 마련된 건강 체크도 건너뛴다. 마음은 벌써 '삼계탕'에 가 있다.

이날 행사의 메인 장면이다. 삼계타을 드시는 죽산면 어르신들이다.
▲ 삼계탕 식사 이날 행사의 메인 장면이다. 삼계타을 드시는 죽산면 어르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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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삼계탕이 한 그릇 두 그릇 얼굴을 내민다. 학수고대한 삼계탕인 만큼 냄새도 죽인다. 삼계탕 들고 오는 봉사자들의 얼굴이 천사로 보인다.

몇 시간 동안 정성들여 푹 익힌 삼계탕. 삼과 대추와 마늘 등 갖은 부재료도 들어가고. 그렇게 익은 삼계탕이 어르신들 입으로 들어갈 때, 부녀회원들의 마음은 한결 뿌듯해지고. 덩달아 행사를 준비하며 애썼던 동부무한돌봄센터 팀원들도 웃음이 절로 나고.  

이런 날 노래가 빠지면 섭섭하지

"어르신들 즉석 노래방에 참가하셔유. 10명 선착순 받아서 상품 다 드려유."

삼계탕 식사 시간에 사회자가 마이크로 외친다. 말하기가 바쁘게 순식간에 마감이다. 이런 흥겨운 자리에 노래가 빠질쏘냐. 더군다나 경품을 준다니. 경품도 선풍기, 쌀 등 푸짐하다. 지역기업들에서 찬조한 것이니 의미도 깊다.

드디어 즉석 노래방 시간. 그동안 묻어 두었던 노래 실력들 제대로 나와 주시고. 신나는 노래가 나오면 주변에서 춤꾼들이 알아서 모여주시니 완전 '전국노래자랑' 분위기다. 식사를 준비하던 새마을 부녀회원들은 더 신났다. 자신들이 참가해 경품을 타간다.

"우리 집에 쌀이 다 떨어졌는디, 쌀 가져가면 안 되남?
"제가 드리고는 싶지만, 안 되유. 번호를 추첨하셔야 돼유."

노래자랑에 참가한 한 할머니가 사회자에게 떼를 써본다. 원칙대로 진행하는 사회자가 얄밉지만, 어쩌나 칼자루는 사회자가 쥐고 있으니. 그러다가 결국 쌀을 못 타가는 할머니는 연신 쌀부대에 눈이 간다.

이날 행사장 입구에선 죽산면 보건지소에서 나와 면민들의 건강을 체크했다.
▲ 건강체크 이날 행사장 입구에선 죽산면 보건지소에서 나와 면민들의 건강을 체크했다.
ⓒ 송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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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에 마음이 떨려 자신의 점심조차 잘 먹지 못하던 이혜주 센터장은 "최대한 의전은 생략하고, 주민들 위주로 행사를 만들었어요"라며 수줍은 웃음을 웃는다.

이래저래 오늘은 죽산 사람들이 정을 나누는 소박한 '삼계탕데이'다. 삼계탕 냄새만큼이나 그들의 사람냄새가 구수하다.


태그:#동부무한돌봄네크워크, #안성동부무한돌봄센터, #무한돌봄, #삼계탕데이, #삼계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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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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