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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6일 복지포퓰리즘추방국민운동본부는 '무상급식반대 주민투표' 서울시민 80만1263명의 서명부를 서울시에 제출했다. 다음날인 17일 서울시는 주민투표 사실을 공표했고 이에 따라 8월 말경 주민투표 실시가 확실시되고 있다. 드디어 서울시 아이들을 볼모로 한 영화, 오세훈 각본·연출·주연의 '관제투표 - 오세훈 대통령만들기'가 개봉된 것이다.

 

영화 개봉을 알리는 17일, 오세훈 시장은 서명부 박스를 배경으로 "무상복지 포퓰리즘을 확산시킬지 종결시킬지를 결정하는 역사적 기로에 서게 되었다"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자신이 직접 이번 투표를 지휘하겠다는 뜻을 만천하에 선포한 셈이다.

 

'주민투표'란 지방자치단체의 주요한 정책을 주민들이 직접 투표로 결정하는 제도로써 주민들의 직접참여가 가장 역동적으로 일어나는 참여민주주의의 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번 주민투표는 주객이 전도됐다. 평가자인 서울시민이 주인공이 아니라 평가의 대상이 되어야 할 시장이 투표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오세훈 시장은 지난해 12월, 무상급식과 관련해 시의회 출석을 거부했다. 심지어 6개월 이상 시의회에 불출석하고 미국으로 안보외교를 떠나기까지 했다. 이때부터 오 시장의 행보는 대권을 노리는 정치인의 그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염치는 실종됐다. 아동 알몸광고를 이용하여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광고함으로써, 아동인권을 침해한 것은 물론 선거법 위반에 해당하는 행위까지 서슴없이 강행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감사원이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한 서해뱃길-한강운하 사업을 불법적인 예비비를 사용하여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떳떳하게 밝히기까지 했다. 갈등을 조절하고 협의하며 시민의 입장을 받드는 시장이길 거부하고, 문제를 일으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자 하는 이슈메이커로서의 정치인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주민투표 할 수 없는 세 가지 법적 이유

 

무상급식주민투표 역시 그 길의 연장선에 있다. 이는 오세훈 시장에 의해 철저히 기획되고 집행된 '대권을 위한 승부수'이자 '오세훈 대통령 만들기를 위한 관제투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만약 이것이 서울시의 미래를 걱정하는 시장의 진심 어린 선택이라면, 지금이라도 대권후보 불출마 선언을 확고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다면 이번 투표는 1970∼80년대 군부독재 시절에나 있었던 '관제투표'이고 '주민동원투표'라는 꼬리표를 결코 떨쳐낼 수 없을 것이다.

 

'주민투표법' 제7조 2항에 보면 주민투표에 부칠 수 없는 사항이 다음과 같이 명시되어 있다.

 

주민투표법제7조 (주민투표의 대상)

② 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다음 각호의 사항은 이를 주민투표에 부칠 수 없다.

1. 법령에 위반되거나 재판중인 사항

2. 국가 또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권한 또는 사무에 속하는 사항

3. 지방자치단체의 예산·회계·계약 및 재산관리에 관한 사항과 지방세·사용료·수수료·분담금 등 각종 공과금의 부과 또는 감면에 관한 사항

 

주민투표에 부칠 수 없는 사항, 그 첫째는 "법령에 위반되거나 재판 중인 사항"이다. 서울시의회가 가결한 학교급식조례는 오세훈 시장에 의해 법원에 제소된 상태이다. 이미 재판중이라는 이야기다. 당연히 주민투표 대상이 될 수 없다. 두 번째는 "국가 또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권한 또는 사무에 속하는 사항"이다. 실제 학교급식에 대한 권한은 교육청에 있다. 서울시의 권한이 아니라는 것이다. 서울시나 구청은 이에 대한 지원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즉 다른 지방자치단체인 교육청과 해당 구청에 의해 실시되고 있는 무상급식을, 오세훈 시장이 주민투표에 부칠 수는 없는 것이다.

 

세 번째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회계·계약 및 재산관리에 관한 사항"이다.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이 조항에도 어긋나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편성된 서울시의회의 예산을 주민투표로 무산 시킬 수는 없는 법이다. 이 세 가지 이유로 주민투표 관련 소송을 제기하고, 이에 따른 가처분신청이 법원으로부터 받아들여진다면 오세훈 시장의 의지는 쉽게 무너질 수도 있는 무리한 추진이라는 말이다.

 

오세훈 시장만 아는 투표의 세부내용

 

초기에 서울시는 무상급식 주민투표 내용을 '전면적 무상급식'과 '단계적 무상급식'으로 나눠 주민들의 선택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주관적이기 짝이 없을 뿐 아니라 현실까지 왜곡하고 있다. 현재 실시 중인 무상급식은 전면적 무상급식이 아니다. 초등학생부터 시작하여 점차 확대해가기로 한 단계적 방안이다. 근데 오세훈 시장은 이것이 마치 전면적 무상급식인양 사실을 왜곡해 서울시민을 현혹시키고 있다.

 

심지어 주민투표 투표율이 33.3%에 미달돼 투표함이 개봉되지 않으면 두 안이 다 거부된 것이기 때문에 무상급식을 실시해서는 안 된다는 해괴망측한 자의적 해석까지 내놓기도 했다. 최근에는 투표내용이 '①소득하위 50%의 학생을 대상으로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안과 ②소득구분 없이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초등학교(2011년), 중학교(2014년)에서 전면적으로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안'으로 선택을 물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흘러나오고 있다.

 

무상급식 찬성에 대한 서울시민의 염원은 선거결과와 여론조사를 통해 나타난 바 있다. 오 시장 역시 이런 여론에 빌려 지난 3월 '무상급식 반대'라는 원래의 입장을 '단계적 실시'로 바꿔 얘기했으며, 지금은 '하위 저소득층 50%부터 실시'라는 정치적 술책을 내놓고 있다. 주민투표의 주도권 확보를 위한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최종 주민투표 문안은 주민투표위원회가 결정하게 되는데, 위원회 구성은 민주당 시의원 1인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서울시장에게 유리한 구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즉 최종 문안의 모양새는 오세훈 시장의 뜻에 달려있다는 얘기다. 서울시민에게 혼란을 부추겨 자신에게 유리한 투표문안을 제시할 것이라는 건 너무나 명약관화하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오세훈 시장이 주도하는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는 법적으로 부적절하다. 지금 오세훈 시장은 80만 명의 소중한 시민들의 뜻을 자신의 대권행보에 이용하고 있다. 투표를 위해서는 180억여 원의 혈세가 낭비된다. 이후 오세훈 시장의 정치적 거취에 따라 재보궐 선거가 진행된다면, 150억 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금액이라면 5, 6학년까지 무상급식을 확대하여 실시할 수 있는 비용의 절반에 해당한다. 이번 투표의 불합리성이 여실히 보이는 부분이다.

 

오세훈 시장은 '아이들 밥 먹는 문제'를 대권에 연결시켜 서울시민을 피곤하고 짜증 나게 만들고 있다. 그런데도 그의 개봉영화를 관람하기 위해 극장에 들어가야 한다는 말인가? 관람료도 아깝고, 내용은 더더욱 불량하기 그지없는데도 말이다. 극장에 발길을 끊어 감독이 스스로 영화를 내리게 할 수밖에 없다.

 

관제투표 무산운동은 소극적 불참운동이 아니다. 적극적 시민행동이다. '투표불참 인증샷', '나도 불참 선언' '무상 시리즈운동' 등 대규모 시민운동을 통해 서울시민 3분의 1이 참여해야 성사하는 투표를 무산시켜 승리해야 한다. 이는 곧 서울시민의 승리이고, 우리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승리가 될 것이다.

 

오세훈 시장의 1년 시정 활동은 갈등과 독선의 연속

 

서울시민은 분노를 넘어 짜증을 내고 있다. 오세훈 시장의 1년간 시정 활동은 갈등과 독선의 연속이었다. 시민들은 서울시를 상대로 민생과 민주주의를 향한 끊임없는 투쟁을 힘겹게 이어가야 했다. 오 시장은 이제 '리틀MB'라는 닉네임을 넘어, 불통의 상징 MB를 능가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필자는 이러한 오세훈 시장을 직무유기(시의회 불출석), 선거법 위반, 아동인권침해(아동알몸 광고사진 게재)로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아동인권연대와 서울시의회 역시 같은 이유로 오 시장을 고발했다. 한강운하백지화공동행동 역시 감사원 감사결과에 따라 오세훈 시장을 고발할 것이라고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금 곳곳에서 서울시민들이 신음하고 있다. SH재개발임대아파트 주민들은 5월 1일부터 전세금이 30%나 인상되어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가락시장 3000여 명의 영세소상인들은 현대화 사업이라는 이유로 아무 대책 없이 쫓겨날 처지에 놓여있다.

 

대기업에 혜택을 주고 영세상인은 내쫓는 지하도상가세입자들의 투쟁에도 서울시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실패한 뉴타운재개발 지역에서 눈물짓는 원주민, 세입자들은 또 어떤가. 용산4구역에 이어 명동 재개발지역까지 폭력 철거가 강행되고 있고, 포이동에서는 대형화재가 났는데도 주민들에 대한 대책이 없다. 서울시청 앞에서는 연일 집회가 이어지고 있지만, 서울시는 단 한 명도 만나준 적이 없다. 시정이 파탄에 이른 것이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무상급식 주민투표 강행이라니, 피곤한 서울, 짜증 나는 서울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오세훈 시장이 관제투표를 강행한다면 자신의 정치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서울시민을 포기하고 대권을 꿈꿨다는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투표 무산 이후 어떻게 시정을 책임지고 나갈 수 있겠는가

 

6월 27일 서울의 야5당(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창조한국당)과 참여연대, 서울환경운동연합, 민주노총 서울본부 등은 지역 풀뿌리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가칭)오세훈 심판! 무(상급식실현)·서(울)·운(하반대) 시민행동 준비위원회'를 발족했다. '무서운 시민행동'은 앞으로 서울지역 곳곳의 풀뿌리 단체로 더욱 확산되어 7월 20일경 본조직으로 출범할 것이다. 여기에 SH재개발임대아파트 주민들, 가락시장 3000여 영세소상인들, 지하도상가세입자들, 뉴타운 원주민, 세입자들, 명동 세입자들, 포이동 주민들의 각각의 투쟁들이 하나로 모아질 것이다.

 

복지확대를 향한 친환경무상급식 제2라운드로 올해 서울의 여름은 더욱 뜨거워질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김종민 기자는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위원장으로 '오세훈심판 무서운 시민행동'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오세훈, #무상급식, #주민투표, #무서운 시민행동, #관제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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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부대표 전) 정의당 서울시장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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