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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홍준표 신임대표가 환호하는 당원들 앞에서 두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고 있다. 왼쪽은 2위를 차지한 유승민 최고위원.
 4일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홍준표 신임대표가 환호하는 당원들 앞에서 두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고 있다. 왼쪽은 2위를 차지한 유승민 최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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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5일 오전 10시 50분]

4.27재보선 패배로 물러난 안상수 대표체제 후임 지도부를 구성하기 위한 7.4 한나라당 전당대회는 흥행에 실패했다.

3일과 4일 당원 선거인단 투표권자 21만 2399명 중에서 최종적으로 5만9224명이 투표해 27.9%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평일, 그것도 일반국민들이 투표권자였던 4.27재보선 국회의원 투표율이 43.5%를 기록했던 것과 극명하게 비교된다. 변호사들이 많아 '법조당'이라고 불리는 것과 무색하게 전당대회 규칙이 법원에서 부인되면서 재의결하는 망신을 당했고, 사망한 당원에게 투표권이 주어지는 등 당원 명부에 문제가 드러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번 한나라당 당대표 선거는 한나라당과 우리 정치권에 세 가지 중요한 의미를 던져주고 있다.

세대교체 촉발... "한나라당이 먼저 움직였다"

한나라당 신임 지도부는 홍준표 대표가 57세인 것을 비롯해 원희룡(47), 나경원(48), 유승민(53), 남경필(46) 최고위원 등 등 50대 2명, 40대 3명으로 구성됐다. 최근에 60~70대인 강재섭 전 의원, 박희태·정몽준·안상수 의원이 대표를 맡아왔던 것과 크게 비교된다.

특히 40대 기수론을 내걸고 나선 나경원, 원희룡, 남경필 의원이 모두 지도부에 진출한 것도 한나라당으로서는 유례없는 일이다. 이는 한나라당이 내년 총선과 대선을 감안해 전략적으로 수도권 40대들을 전면에 배치했음을 의미한다.

더 크게 보면 40, 50대의 전면등장은 한나라당은 정치권 전반의 세대교체와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올해 11월 새 당대표를 뽑아야 하는 민주당에서는 바로 긴장감이 나타나고 있다. "한나라당에서 40대 대표가 나왔을 경우 최대 피해자는 박지원 의원이 될 뻔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김영춘 최고위원은 "우리가 다소 늦은 감이 있는데, 한나라당의 전당대회 결과가 우리에게도 긍정적인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김부겸(53) 의원은 물론 이인영(47) 최고위원 등의 당권 도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핵심 당직자도 "4.27재보선 패배에 따른 것이기는 하지만 한나라당이 먼저 움직였다"며 "우리에게도 직접적으로 세대교체 영향이 올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4일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홍준표 신임대표가 꽃다발을 든 채 축하인사를 받고 있다.
 4일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홍준표 신임대표가 꽃다발을 든 채 축하인사를 받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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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선거 처음으로 이념·정책논쟁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한나라당 선거 최초로 본격적인 이념·정책논쟁이 벌어졌다. '쇄신대표'를 자임하고 출마한 남경필 최고위원은 전당대회 이전부터 감세철회와 복지확대를 주장해왔고 경선 때는 '대학등록금 45%' 지원 등 친서민정책을 내놓았다.

그 혼자였다면 역부족이었을 수 있으나 '보수의 적자' 유승민 최고위원이 소득세·법인세 추가 감세 중단, 무상급식·무상보육 수용, 정부·공기업의 비정규직 의무 감축, 비정규직 차별에 대한 징벌적 배상제 도입, 대기업의 비정규직 현황 공개 의무화를 들고 나왔다. 여기 "4대강에 22조 원이나 쏟아 부으면서 복지예산은 없다는 것이 보수냐"며 이명박 정부를 맹공했다. 권영세 의원도 이들과 같은 노선을 취했다.

정치컨설팅 '민'의 박성민 대표는 "남경필 후보와 유승민 후보가 당내 노선투쟁과 정책기조의 변화를 촉발시키면서 이 문제가 정치권 전체의 문제로 끌어올려졌다"고 평가하면서 "이는 내년 총선, 대선 때까지 한나라당의 기조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성식 한나라당 의원도 "정책선거 구도가 만들어진 데는 유승민 후보의 공이 컸다"며 "그가 완고한 노선을 내놨다면 여전히 남경필 후보 혼자만 똑같은 소리를 하는 상황이 됐을 텐데, 그가 나섬으로써 확실한 분위기가 잡혔다"고 말했다.

홍준표 신임 대표와 나경원, 원희룡 최고위원은 선거과정에서 이들과 크고 작은 차이를 나타냈지만 정책논쟁 자체는 인정했다. 홍준표 대표는 남·유 후보에 대한 정몽준 의원 등의 '포퓰리즘'비판을 역비판하기도 했다.

이번 선거에서 이들에 비해 보수적인 목소리를 낸 홍준표 대표가 당선되기는 했지만 그 역시 서민정책을 강조해왔고 한나라당이 기본적으로 집단지도체제라는 점에서 유·남  최고위원의 목소리가 반영될 여지가 커졌다. 특히 2위로 당선된 유 최고위원이 이명박 정부와의 차별성을 강조하면서 더욱 '친서민 기조'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쇄신파와 친박의 연대로 등장한 황우여 원내대표에게도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시 한 번 확인된 박근혜의 힘과 위상

4일 오후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한나라당 전당대회에 박근혜 전 대표가 참석해 유승민 후보의 연설을 들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4일 오후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한나라당 전당대회에 박근혜 전 대표가 참석해 유승민 후보의 연설을 들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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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최고위원는 선거내내 계파선거를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친이계(이명박계)가 조직적으로 그를 지원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면 아래 움직임에 비해 공개적으로 국민들에게 노출된 것은 별로 많지 않다.

이에 비하면 친박(박근혜계)은 확실한 계파선거를 했다. 후보로 나선 유승민 최고위원 자체부터 친박의 핵심중 핵심이었다.  친박은 처음부터 유승민 최고위원을 '친박단일후보'로 불렀고, 본인 역시 시종 박근혜 전 대표와의 관계를 강조했다. 

그러나 어느 후보 측도 이를 문제 삼지 '못'했다. 원희룡 최고위원은 친이, 친박의 틀을 벗어나자고 했을 뿐이고,  시시때때로 박 전 대표를 비판해왔던 홍준표 신임 대표는 "내년 대선때 박근혜를 수호하겠다"며 구애에 바빴다.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가 유 최고위원과 권영세 후보지지를 공개 선언했지만 이에 대한 비판이나 우려 목소리 역시 없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의 한 수도권 의원은 "원희룡만 억울할 수도 있는 상황 아닌가"고 말했다.

애초 이번 전대 룰 자체가 박 전 대표 뜻대로 결정된 것이었다. 또 6.3 청와대 회동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국정의 초점을 민생에 맞춰야 한다"는 박 전 대표의 주문을 수용하는 등 대선지지도 1위인 박 전대표의 위상을 인정한 것도 영향을 크게 미쳤다.

이번 전대를 통해 박근혜의 힘과 위상이 다시 한 번 확인됐고, 유승민 최고위원의 약진으로 한나라당은 사실상 '박근혜 당'이 됐다. 이는 역으로 이전과 달리 이후 상황에 대한 책임도 공유하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반면 지난 5월 원내대표 경선에서 쇄신파와 친박계가 연합해 내세운 황우여 원내대표에게 졌던 친이계는 또 한 번 패배했다. 당시 분열했던 이재오계와 이상득계가 힘을 합쳤음에도 원희룡 최고위원은 4위에 그치는 참패를 당했다. 친이계는 전국위원회의 전당대회 규칙 결정이 법원에 의해 무효화되자, 원 최고위원에게 불리한 '국민여론조사 30%반영' 조항 삭제를 추진했으나 이마저도 실패했다. 세력으로서의 친이계는 몰락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유승민 최고위원은 선거과정에서 "이제 당과 대선후보는 이명박 정부와 다른 새 길로 가야 한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당의 차별화를 인정하면, 탈당요구를 하지 않겠다"고 했었다. 뒤집어보면 차별화를 수용하지 않으면 이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겠다는 것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 이후 임기말 대통령 탈당은 관습처럼 돼 버렸다. 이 대통령이 이 전례를 벗어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태그:#한나라당 전당대회, #박근혜,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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