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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관광객이 거리에 널려진 상품을 구경하고 있다. 
비 온 뒤여서 인사동거리는 모처럼 한산하다.
▲ 인사동 거리 일본인 관광객이 거리에 널려진 상품을 구경하고 있다. 비 온 뒤여서 인사동거리는 모처럼 한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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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잠시 소강상태다. 더위가 극성을 부린다. 시인 모씨가 표구를 맡길 일이 있으니 인사동에 들러서 구경이나 하고 점심이나 같이 하잔다. 모처럼 외출이어서 잘된 일이라고 생각하고 인사동 거리로 따라 나섰다. 장마 중이라 그런지 거리가 한산하다. 표구 집에 그림을 부탁하고 나서니 갈 만한 곳이 마땅치 않다.

이곳저곳 인사동을 걸으며 가게를 기웃거려본다. 일본 사람들이 거리를 구경하며 사진을 찍는다. 중국 관광객들도 여러 명이 함께 돌아다니며 셔터를 눌러댄다. 외국인들이 꽤 많이 눈에 보인다. 언젠가 한 방송사 고발프로에서 인사동의 물건들 가운데 외국산이 많다고 하던데 외국산을 국산이라고 팔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선다.

외국인이 궁중 과자를 사고 있다. 우리의 떡과 과자가 
K-POP처럼 세계의 음식이 될 날을 기대해 본다
▲ 인사동 거리 외국인이 궁중 과자를 사고 있다. 우리의 떡과 과자가 K-POP처럼 세계의 음식이 될 날을 기대해 본다
ⓒ 김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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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관강객도 궁중 과자에 관심을 보이며 이것저것 
물어보고 있다.
▲ 인사동 거리 일본인 관강객도 궁중 과자에 관심을 보이며 이것저것 물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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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이 궁중과자 만드는 일에 관심을 보인다. 궁중과자 만드는 사람의 손이 기계처럼 빠르다. 먹어보더니 맛이 있는지 더 청해 먹는다. 궁중 과자에 관심을 갖는 외국인을 보니 한결 기분이 좋아진다. K-POP 못지않게 우리의 떡이나 과자가 세계를 휩쓰는 날이 돌아오지 않을까 희망을 가져본다.

천상병 시인의 부인이 운영하던 '귀천'에 들러본다. 전에 가끔 들려 천상병 시인을 생각하며 차를 마시곤 했었다. 그때는 부인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분마저 없는 자리가 서운하다. 누군들 세월을 비켜갈 수 있으랴, '귀천'이 두 군데였으나 이제는 처조카 목영선(48)씨가 관훈동 381번지에 있는 '귀천'만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모처럼 찾아본 '귀천' 지금은 주인은 갔지만 처조카 목영선(48)씨가 
가게를 보고 있다. 지금도 찾아주는 분들이 많다고 한다.
▲ 인사동 거리 모처럼 찾아본 '귀천' 지금은 주인은 갔지만 처조카 목영선(48)씨가 가게를 보고 있다. 지금도 찾아주는 분들이 많다고 한다.
ⓒ 김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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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 우리 영화나 한 편 감상할까?"

두 사람은 허리우드극장에 들러본다. 모처럼 찾은 영화관이다. 예전에는 그래도 일류극장에 속했는데 세월의 변화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지금은 노인들을 위한 전용극장으로 바뀐 지 한참 되었다. 2000원에 표를 구입해 안으로 들어간다. 그런대로 시설이 잘 되어 있다. 노인들이 들어와 이야기를 나눈다. 

영화관 한쪽에 작은 음악다방이 있다. 긴 소파가 몇 개 놓여있다. 비좁은 음악다방은 소파 몇 개로 가득 메워졌다. 벽에 LP판이 가득 꽂혀있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음악다방의 단골손님이다. 쪽지에 적은 신청곡이 들어간다. 빵모자를 눌러쓴 DJ 오빠(장민욱씨, 56)가 판을 고르기에 여념이 없다. 모든 것이 옛날식 그대로다. 

더위가 극성을 부린다. 이처럼 더울 때는 역시 푸른 바다가 들어간 노래가 제격인 듯하다. 잠시 후 감치는 해설과 함께 '해변의 여인'이 잔잔하게 음악다방 안에 가득 흐른다.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눈을 지그시 감고 음악에 몸을 적신다. 몸은 비록 늙었지만 마음은 어느 새 시원한 동해 바다에 가 있다.

허리우드 극장내 음악다방, DJ장민욱 오빠가 옛날식 그대로 
매력적인 목소리로 노인들을 추억의 장소로 안내하고 있다.
▲ 인사동 거리 허리우드 극장내 음악다방, DJ장민욱 오빠가 옛날식 그대로 매력적인 목소리로 노인들을 추억의 장소로 안내하고 있다.
ⓒ 김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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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감상실을 나오니 시원한 매실차가 기다린다. 돈을 받지 않는다. 목이 마르면 한 잔 더 해도 좋다고 한다. 가을에서 겨울까지는 국화빵 3개다. 역시 돈을 받지 않는다. 배가 부르라고 먹는 국화빵이 아니다. 시중에서 팔고 있는 국화빵과는 의미가 전혀 다르다. 여기서 먹는 국화빵은 추억을 먹는 빵이다. 고교 시절 여학생 친구와 빵집으로 달려가던 그때 그 추억 말이다.    

지금은 여름이니 매실차라고 한다. 매실차로 목을 축이니 한결 몸이 시원하다. 영화관 안으로 들어간다. 노인들이 들어와 비스듬하게 앉아 영화가 상영되기를 기다린다. 잠시 후 영화가 상영 된다. 가끔 화면에 비가 솨르르 내린다. 가다가 이야기가 건너뛰기도 한다. 끝 장면이 이상하다. 사람은 늙었어도 정신은 늙은 것이 아니다. 최신 영화가 아니라도 조금 지난 영화를 보여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영화가 끝나 밖으로 나오는데 누군가 친절하게 인사를 한다. 노인들은 영화도 보고 편안하게 쉴 수 있게 해준 그들이 그저 고마울 뿐이다. 종묘공원에 가서 하루 종일 바둑이나 장기 두는 것을 보며 지루한 하루를 보내야 하는 노인들에게는 좋은 안식처다. 영화를 보면 음식 값도 오백 원 할인해준다. 순대국밥집으로 향한다. 

어느 새 하루해가 저문다. 노인들은 이런 안식처가 더 많이 만들어 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실버극장의 모습, 내부는 노인들의 쉼터가 잘 마련되어 있다.
영화도 보고 추억도 마실 수 있는 장소다.
▲ 인사동 거리 실버극장의 모습, 내부는 노인들의 쉼터가 잘 마련되어 있다. 영화도 보고 추억도 마실 수 있는 장소다.
ⓒ 김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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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인사동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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