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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1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참석 의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1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참석 의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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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 1일 오후 3시 31분]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이 취재진이 보는 앞에서 정면으로 맞붙었다.

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 최고위원은 손 대표가 지난 28일 일본 방문 중에 말한 "원칙 있는 포용정책"을 문제삼았다. 정 최고위원은 "'원칙 있는 포용정책'은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말"이라며 "마치 우리의 포용정책, 햇볕정책이 원칙이 없는 포용정책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는 우리 당의 '6.15의 정신, 9.19 합의 정신, 10.4 실천의 정신'의 계승과 발전이라는 햇볕정책의 취지에 수정을 가하는 것으로 오해를 줄 수 있다"며 "당원에게 설명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당의 중요한 노선과 정책 변경에는 지도부의 토론, 당원과의 토론이 있어야 한다"며 "최근 수신료 처리를 덜컥 합의하고, 한-EU FTA 처리도 합의하면서 사전에 충분한 토론과 절차가 생략됐다는 것이 유감스럽다, 재발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손학규 "원칙 없는 포용정책은 종북 진보라는 오해 살 수 있어"

정 최고위원의 날선 비판에 손 대표 측 보좌진들은 급히 발언자료를 만들어 손 대표에게 건넸다. 손 대표는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원칙 없는 포용정책은 종북 진보라는 오해를 살 수 있다"며 "북의 세습 체제 자체나 핵 개발을 찬성하고 지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칙 있는 포용정책은 평화를 유지하고 개방을 촉진하는 포용정책으로 교류 협력을 통한 평화 체제를 구축하고 공동 번영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것이 민주당이 김대중 대통령 이래 꾸준히 유지하고 추진해온 대북 포용정책"이라며 "종북 진보에 대해 색깔론을 제기할 생각은 없지만 민주당은 이와 다르다, 평화가 위협 받거나 개혁·개방 가로막은 정책에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발언이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펼쳐온 대북정책과 다르지 않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정 최고위원은 '종북 진보'라는 말에 발끈했다. 그는 "포용정책은 시대착오적인 세습체제를 찬양하는 정책이 아니고, 포용을 통해 북한 핵 포기를 이끌어낸 정책"이라며 "이걸 종북 진보라고 말한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표현"이라고 비판했다.

정 최고위원은 "당 대표가 개인적인 얘기를 할 수 있지만 기존 당의 정책 강령과 다른 뉘앙스로 오해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어떠한 논의와 절차도 없었음을 지적한 것"이라며 "지난 번에 햇볕정책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라고 해 우리 당 정체성에 심대한 훼손이 있었지만 이해하고 넘어갔다, 그러나 이번은 외국 정상과의 자리에서 '핵과 미사일에 대한 단호한 대응이 원칙 있는 포용정책'이라고 말했다"고 지적했다.

손 대표는 "지난 28일 일본과 우리 기자들에게 '북한의 미사일, 핵, 납치, 인권 문제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취하면서도 북한을 적극 포용해서 개혁과 개방의 길로 갈 수 있게 하고 평화의 정책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며 "이것이 원칙 있는 포용정책이라고 일본을 설득했던 것으로, 이는 우리 당의 변함 없는 정책"이라고 재차 설명했다.

그러나 정 최고위원은 급기야 "종북 진보라고 발언한 데 대해 해명하고 취소하라"고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자 손 대표는 "다음에 하자"며 최고위원회의를 비공개로 전환했다.

쿠릴 열도 관련 갈등, 최고위 갈등의 발단?

대북정책을 두고 정 최고위원이 손 대표를 공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북한의 연평도포격에 이은 사격훈련에 대해 손 대표가 "북한은 정상적인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북의 정상적인 판단을 기대하면 안 된다"고 하자 정 최고위원은 "북한이 얼마나 치밀하게 전략을 세워서 행동하는데 비정상국가냐"고 반박했다.

"햇볕정책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라는 지난해 11월 손 대표의 발언에 대해서도 정 최고위원은 "햇볕정책은 민주당이 계승 발전시켜야 할 우리의 대북기조다, 이에 대해 지도부가 확실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각을 세웠다.

이날 최고위원회에 앞서 민주당 내에서는 "쿠릴 열도 발언과 관련해 정동영 최고위원이 손 대표를 비판할 것"이라는 얘기가 돌았었다.

지난 5월 말 문학진, 강창일, 장세환 독도영토수호대책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일-러 영토분쟁 지역인 쿠릴열도를 방문했다. 이에 대해 손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본기자클럽 회견에서 "(쿠릴열도 방문이) 일본 국민의 마음을 상하게 했다고 들었지만 당과는 전혀 관계없는 개인적인 행동"이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정동영 계인 문학진 의원은 곧장 불쾌감을 표했다. 지난달 30일 PBC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문 의원은 "그동안 손 대표는 일본 발언과 관련해 '한나라당 출신'으로 정체성이 다소 모호하다고 생각됐다"며 "정체성이 자꾸 이렇게 의문시되면 이거는 야당 지도자로서 또는 차기 대권 주자로서 전반적인 신뢰도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쏘아 붙였다.

이러한 전초전이 있었기 때문에 "쿠릴 열도 관련 갈등이 오늘 최고위에서 빚어진 대북 정책 갈등의 발단이 된 것 같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날의 갈등 촉발에 대해 정 최고위원 측은 "한나라당에서 북한인권법을 들고 나오며 북한을 공격하는 데 손 대표가 '북한 인권'에 대해 단호히 대응한다고 말했다"며 "이런 맥락에서 오해의 소지가 있기에 (정 최고위원이) 문제 제기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종북 진보' 발언에 대해 "종북은 적들의 가치가 담긴 단어인데 그런 단어를 사용해서 되겠냐"고 비판했다.

이 같은 '각 세우기'는 야권 대선주자 중 선두를 달리고 있는 손 대표에 대한 정 최고위원의 견제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손 대표 측은 "(종북 진보 발언은) 손 대표가 정 최고위원을 비판한 것도 아니고 (일본에서 한) 발언도 문제될 내용이 없다"며 "정치적 목적으로 공격한 것이기 때문에 대응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며 일축했다.


태그:#북한 세습, #포용정책, #손학규 , #정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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