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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아픈지 아니까 가는 겁니다. 이대로라면 그들도 죽음 앞에 떨게 됩니다."

 

고깔모자를 쓴 이창근 쌍용자동차 노조 기획실장이 바쁜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에서 부산 영도 한진중공업 조선소까지 걸어서 9일 만에 가겠다는 무모함에 "걸어서 거기까지 가려는 이유가 뭐냐"라는 질문이 나온 직후였다.

 

고통을 먼저 겪어본 이들의 아픔은 또 남다르다.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 사태를 지켜보는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과 발레오 노동자들의 마음 또한 그렇다. 이들도 모두 고깔모자를 썼다. 고깔모자는 김진숙 민주노총부산본부 지도위원을 응원하고 정리해고에 맞서는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을 지지하는 '희망버스'의 상징물이다. '깔깔깔~' 웃음소리를 의미한다.

 

1일 오전 8시 30분 평택 공장 앞을 출발한 이들 '선배 해고노동자' 10여 명은 오는 9일 한진중공업에 2차 희망버스에 맞춰 부산에 도착할 예정이다. 일명 '희망의 폭풍질주! 소금꽃 찾아 천리길'(이하 소금꽃 천리길). 2차 희망버스 목표인 185대를 달성하고 그때까지 국민적 지지 여론을 만들기 위해 '무모한 도전'에 몸을 던진 것.

 

이 실장은 몇 가지 의미를 덧붙였다. 그는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게 이미 우리를 통해 증명됐다, 그걸 막자는 것"이라며 "쌍용자동차의 파업이 공권력의 무자비한 폭력에 짓밟히면서 두려움이 생겼다, 그 두려움이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데 이를 극복해 보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또 "김진숙 지도위원이 너무나 위태로운 상태이기 때문에, 그를 지키고 구하겠다는 결의를 보여줘야 한다"며 "이를 통해 2차 희망버스에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국민의 목소리와 희망이 담기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살인적인 일정 속 호소... "희망버스 185대 만들어 오십시오"

 

'소금꽃 천리길'의 일정은 그야말로 살인적이다. 400km를 조금 넘는, 그야말로 천리길을 단 9일 만에 내달린다. 1시간 걷고 10분 휴식. 그사이 장마와 더위가 계속될 것이고 어떤 때는 걷는 게 아니라 달려야 하는 일도 있을 것이다.

 

이들은 이날 평택을 출발해 천안까지 내려가고 3일차에 옥천 도착, 4일차에 추풍령을 넘는다. 5일차에 경북 칠곡을 거쳐, 6일차에 대구, 7일차에 청도, 8일차에 김해, 그리고 마지막 부산에 다다를 계획이다.

 

구간마다 부분 참가자들도 결합하면서 참여 인원은 점점 늘어날 전망이다. 이들이 행진하는 모습은 이창근 실장의 트위터(@nomadchang)를 통해 생중계 된다. 다음은 이 실장이 이번 '소금꽃 천리길'을 제안하며 각 언론사에 보낸 글이다.

 

"우리 안의 패배감, 과연 희망버스 185대는 가능할까 라는 의문을 정면으로 뚫고 나가는 대장정입니다. 차별과 배제 소외와 낙인으로 점철된 대한민국의 일그러진 현실을 정면으로 직면하는 우회하지 않는 직선길입니다. 정리해고와 노통탄압으로 아파하고 고통 받는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의 길입니다. 가능성을 유보하지 않는 현재의 길이며, 벼락 같이 도래할 불가능의 길입니다.

 

함께 마음으로 뛰고 걸었으면 합니다. 숫자가 아닌 마음, 앙상함이 아닌 풍부한 인간으로 살고 싶어 하는 인간 선언의 길입니다. 이 꽃길에 한 조각 꽃잎이 되어 부산으로 산산이 부서지며 걷고 뛰겠습니다. 이 꽃길위로 안전하게 "185대의 희망버스"를 만들어 오십시오. 폭풍질주로 만신창이가 됐을 우리를 부산역에서 7월 9일 오후 5시 뜨겁게 와락 껴 안아주십시오.

 

그 마음을 간절히 모아 '소금꽃 당신'인 김진숙을 깊이깊이 안아 줍시다. 우리 '소금꽃 찾아 천리길'은 이 간절함을 남기고 홀가분하게 부산으로 내달립니다. 여러분을 깊이 사랑하고 존중합니다."


태그:#김진숙, #한진중공업, #쌍용자동차, #희망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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