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삼 보셨나요?
그 귀하다는 산삼을 직접 보았습니다. 아니, 산삼을 보는 것 자체로 놀라운데 직접 받았으니 엄청 흥분되더군요. 이렇게 산삼을 받기까지 애절한 사연이 있습니다.
지인이 보낸 산삼 두 뿌리. 오십 중반의 지인 아내가 췌장암 4기여서 암 투병 중입니다. 지난 5월 중순 갑작스레 발견되었지요. 하여, 모두 침통한 상태입니다.
어떻게 하면 나을 수 있을까? 생각 끝에 다른 지인과 상의했습니다.
"암에 걸린 분 살리게, ○○스님에게 산삼 한 뿌리 부탁해도 괜찮을까요?"그랬더니, 이러시데요.
"다른 사람에게 부탁할 일이 뭐냐. 사람 살릴 산삼, 내가 캐겠다."무척 고마웠지요. 이때까지만 해도 산삼에 대해 반신반의했습니다.
그 후 서울에서 아내 병 수발하던 지인이 잠시 집에 다니러 왔더군요. 그를 만나 산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지인이 산삼 캔다더니 어찌 됐는지 모르겠어요."
"구하지 않아도 돼."이유인 즉, 주위에서 산삼을 보내왔다는 겁니다. 또 "췌장암에 산삼이 소용없을 것 같다"며 "아내 먹이기가 조심스럽다"대요. 결국 제가 구하기로 한 산삼은 취소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느닷없이 어제(25일) 택배가 온 겁니다. 지인이 보낸 택배 내용물입니다. 깜짝 놀랐지요. 헉, 비닐을 살폈더니 잎과 뿌리가 산삼 같더라고요. 택배를 뜯어보니 지리산 돼지감자로 만든 '지리산 야생 국우차'였습니다.
'뭘, 이런 걸 보내셨을까?'하며 내용물을 확인했습니다. 국우차 옆에 비닐 사이로 '이끼'와 '잎'이 보이대요.
"이건 뭐? 혹, 산삼?"반신반의하며, 지인에게 바로 전화를 넣었습니다.
"형님, 뭘 보내신 거예요? 산삼 보내지 말라고 했잖아요. 근데, 왜?"
"자네 부부 한 뿌리씩 먹어. 산삼 먹고 올 여름 잘 보내란 뜻이야."'놀랄 노'자였습니다. 산삼 찾아 산중을 헤맬 그를 생각하고, 캐지 않아도 된다고 전했는데…. 글쎄, 그 즈음에 산삼을 캤다니 뭡니까.
"그 산삼, 내가 지리산 돌아다니다 무릎까지 깨져가며 어렵게 캤으니까 잘 먹어. 완전 야생이야."헉. 이를 어째? 지인에게 괜히 산삼 부탁했나, 싶대요. 아무튼 공이 엄청 든 겁니다. 뭣으로 갚아야 할지….
참, 제가 주초에 희한한 꿈을 꿨지 뭡니까. 할아버지가 나타나 제 몸 곳곳에 침을 놓더라고요. 침 맞은 후 기가 뻥 뚫린 듯 몸이 가뿐해지는 꿈이었지요. 잠에서 일어나 한동안 멍했습니다. 그랬는데 현실에서 산삼을 보게 된 것입니다.
"형님, 산삼 어떻게 먹어야 하죠?"
"산삼 씻어서 하나도 버리지 말고 잔뿌리와 잎까지 다 먹어. 자고 일어나 공복에 먹는 게 좋아. 줄기가 연하면 줄기까지 먹어도 돼."전화를 끊고, 아내 병간호 중인 지인에게 전화했더니 받지 않대요. 대신 문자를 넣었습니다.
"산삼을 남원에서 보내왔네요. 어떡하죠, 형님."어쨌거나 산삼을 구했습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더니, 아무래도 그 말이 맞나 봐요. 하루 빨리 완쾌되시길 빌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