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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일제고사 시행 학년과 교과입니다. 원래 초6, 중3, 고2만 본다고 하더니 슬그머니 6학년 사회, 과학을 표본집단(표집)으로 보고, 중학교 1, 2학년도 국어, 수학 시험을 표본집단(표집)으로 본다고 합니다. 관련연구나 의견수렴은 한번도 거치지도 않았습니다.
 2011년 일제고사 시행 학년과 교과입니다. 원래 초6, 중3, 고2만 본다고 하더니 슬그머니 6학년 사회, 과학을 표본집단(표집)으로 보고, 중학교 1, 2학년도 국어, 수학 시험을 표본집단(표집)으로 본다고 합니다. 관련연구나 의견수렴은 한번도 거치지도 않았습니다.
ⓒ 신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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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일제고사(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교과부는 얼마 전 일선학교로 일제고사 시행 계획을 내려보냈다. 그런데 이를 받아보니 언론에 발표된 것과 다른 내용이 많다. 시험을 보는 학년이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2학년인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6학년 시험과목이 늘고 중학교 1, 2학년이 추가되었다.

올해 교과부는 초등학교 시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일제고사에서 국어, 영어, 수학 과목만 시험을 본다고 하였다. 이번 6학년은 처음으로 2007개정교육과정이 적용되면서 사회(역사)를 비롯해 여러 교과에서 학습 결손이 발생하여 '누더기 교육과정'이란 비판까지 들은 학년이다.

그래서 교과부가 과연 시험범위를 어떻게 할 것인지가 관심사항이었는데, 돌연 사회와 과학 시험을 안 본다고 하여 진의를 의심받았다. 겉으로는 학습부담을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학습결손을 해결할 수 없으니 시험을 안 보는 것으로 판단된 것이다. 만약 진정으로 학습부담을 걱정했다면 문제풀이에 보충수업 등 온갖 문제를 만들어내는 일제고사 자체를 폐지하는 게 수순이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6학년 일제고사 범위입니다. 사회와 과학은 보충학습을 해야 하는데 교재나 운영지원은 하지 않더니 시험범위는 많이 잡았습니다. 그래서 갑자기 표집학교로 지정된 곳은 벼락치기 공부를 해야 합니다
 초등학교 6학년 일제고사 범위입니다. 사회와 과학은 보충학습을 해야 하는데 교재나 운영지원은 하지 않더니 시험범위는 많이 잡았습니다. 그래서 갑자기 표집학교로 지정된 곳은 벼락치기 공부를 해야 합니다
ⓒ 교과부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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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난 4월 교과부는 슬그머니 사회, 과학도 시험을 보겠다고 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표본집단(이하 표집)으로 전국 10% 학생들에게 사회와 과학 시험을 보게 한다는 것이다. 갑작스런 발표에 표집학교들은 갑자기 사회, 과학 시험까지 준비하느라 학교교육과정과 수업이 엉망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시험은 2010년에 비해 학교점수가 얼마나 올랐는지가 정보공시가 되고, 개인 점수통지표도 전국 평균과 비교해서 알려준다고 해서 바짝 긴장해있기 때문이다. 

6학년 사회·과학 일제고사... 예체능 수업 사라지고, 2학기 내용 미리 수업

이 때문에 표집학교들은 갑자기 학교교육과정을 바꾸고 담임과 전담교사 과목 구분이 없어져 버렸다. 한 예로 서울에서 6학년을 가르치고 있는 사회 전담 교사는 담임선생님들이 일제고사 준비를 위해 갑자기 아이들에게 배우지도 않은 내용을 시험문제로 내줘서 당황해하기도 했다.

지금 6학년들은 2007개정교육과정으로 가뜩이나 역사보충수업 시간이 부족해서 아이들이 수업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 때문에 교사들의 고민이 많았다. 아이들이 가장 흥미로워하는 석기시대와 청동기시대를 한 시간에 배울 정도니 반 만년 역사를 제대로 배우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나의 경우 2010년에 가르친 우리반 아이들이 6학년이 되어 무슨 수업이 가장 힘드냐고 물으니 다수가 사회라고 답했다.

그런데 그런 아이들에게 다 외워야 풀 수 있는 시험지를 들이미니 아이들의 학습 흥미는 더욱 땅에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이걸 아는 담임교사들도 당장 시험성적으로 관리자에게 평가받아야 하니 어쩔 수 없다는 식이다.

2011학년도 6학년「사회」교육과정 운영 방안
 ○ 교사용 지도 자료에 안내된(p.32~41) 6학년 연간 지도 계획에 따라 교육과정상 제시된 수업 시수(102시간)에 의거, 학교, 학급 실정에 따라 교육내용을 재구성하여 운영 - 2011년 사회교육과정편성운영 장학사 회의 자료 (2009년 12월)

* 분명히 교과부에서 나온 장학사 회의 자료에는 사회 교사용 지도자료에는 1년치(102시간)를 학교, 학급 실정에 따라 재구성하라고 해놓았다. 그런데 갑자기 일제고사를 본다면서 시험범위를 너무 많이 잡아서 정상수업을 방해하고 있다.

대구의 한 학교는 6학년 일제고사에 사회, 과학이 포함됨에 따라 교육과정을 바꿔야 했다. 앞서 해당학교는 역사내용을 1학기에 하기엔 너무 시간이 짧아 2학기까지 나눠서 가르치려고 계획을 세워놓았다. 하지만 지난 5월 말, 갑자기 표집학교이고 시험문제가 역사 전체가 나올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뒤 부랴부랴 교육과정을 수정한 것이다. 결국 2학기에 배우기로 했던 내용을 당겨서 가르쳐야 하냐고 교사들은 불만을 터뜨렸다. 충북 청원의 한 초등학교는 표집학교가 되었다는 소식에 사회, 과학 진도 나가고 문제풀이에 매진하느라 예체능 수업을 못하게 되었다.

아직 지급받지도 못한 과학보충교재... '표집평가'로 전환해야

과학 교과는 분량면에서는 조금 상황이 낫다. 6학년 1학기 진도 중에서 4/5가 5학년 내용과 중복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보충교재이다. <우리몸과 지진 단원>은 보충교재가 필요해서 많은 교사들이 보충교재를 복사해달라고 했지만 교과부나 시도교육청은 묵묵부답이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TV로 내용을 보고 지나가거나 붉은 피 대신 검은 피가 표시된 흑백복사지로 공부를 해야 했다. 이래저래 6학년의 학습권만 침해받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2007 교육개정과정 시행에 따른 올해 6학년의 학습결손은 수년 전부터 예상된 것이었다. 그런데 교과부는 무성의하게 사회 책 하나 더 주고 영어는 일부만 보충하는 땜질정책으로 일관했다. 게다가 과학은 보충교재를 아직 지급하지 않고 있고 실과는 결손이 있다는 자체도 모르고 있다.

아래 보도자료를 보면 수학은 빠졌으며, 수업결손학년이 아닌 5학년 과학 자료를 들먹이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일제고사'로 인한 수업결손까지 생기고 있으니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그래서 학부모들이 더 애가 타고 일부 사교육업체에서는 사회 결손을 보충할 사이트를 개방한다고 할 정도이다. 그런데도 교과부가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운운할 자격이 있을까? 차라리 지금이라도 6학년에 대한 종합대책을 세우는 것이 교과부의 책무이다. 

그리고 사회, 과학을 표집으로 보는 것처럼 국어, 수학, 영어도 표집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국가교육과정을 점검하는 것은 표집평가가 더 적절하다. 교과부는 부진학생들을 도와준다며 일제고사를 시작했지만, 학업성취도가 아니라 학교가 학생들을 얼마나 오랫동안 문제풀이 연습을 시켰는가를 재는 도구로 전락해버렸다. 하루빨리 교과부의 지혜로운 정책전환으로 일제고사에 파탄나는 학교를 정상화시켜야 할 것이다.

교과부가 2007개정교육과정으로 생긴 초등학생 결손교과와 대책이라고 발표한 자료입니다. 그동안 학교에는 온 자료가 전혀 없었는데 4월 27일 한국일보 기사에 대한 반론보도를 내면서 최초로 낸 자료입니다. 그런데 자료가 엉터리입니다. 과학은 주지 않고 인터넷에 올리기만 했고, 그나마 5학년 자료는 원래 없습니다. 실과는 아예 빠져있습니다.
 교과부가 2007개정교육과정으로 생긴 초등학생 결손교과와 대책이라고 발표한 자료입니다. 그동안 학교에는 온 자료가 전혀 없었는데 4월 27일 한국일보 기사에 대한 반론보도를 내면서 최초로 낸 자료입니다. 그런데 자료가 엉터리입니다. 과학은 주지 않고 인터넷에 올리기만 했고, 그나마 5학년 자료는 원래 없습니다. 실과는 아예 빠져있습니다.
ⓒ 교과부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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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교육희망에도 원고 조금 수정하여 보냅니다.



태그:#일제고사, #6학년 결손, #표집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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