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가 지난 3일 청와대 회동에서 내년 4월 총선 공천 원칙에 합의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청와대와 박 전 대표 측 모두 이를 부인했다.
<조선일보>는 17일자에 'MB·박근혜측, 총선 공천 3대 원칙 합의'기사에서, 여권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이명박-박근혜 회동'에 앞서 양측이 ▲ 기존의 친이·친박 비율에 구애받지 않는다 ▲ 양 계파가 따로 공천자를 추천하지 않고 처음부터 당 공식 기구에서 함께 협의한다 ▲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공정한 시스템을 통해 공천자를 정한다는 원칙에 공감대를 이뤘다고 전했다.
이어 또 다른 고위 관계자가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독대할 때 이런 대화를 나눴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양측 실무진 간의 이 같은 합의를 전제로 두 분이 대화를 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도 여권 관계자가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3일 청와대 단독 회동에 앞서 양측 실무진이 의제를 조율하면서 공천 시스템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후 계파를 뛰어넘어 경쟁력 있는 인물을 뽑을 수 있는 공천시스템을 도입하는 방안을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에게 각각 보고했고, 두 사람은 필요성에 적극 공감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두 신문은 또 "청와대측은 이와 관련해 1996년 15대 총선 때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 등을 영입한 신한국당(한나라당 전신) 공천이 가장 성공적이었다는 내용의 조사 결과를 박 전 대표측에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고도 했다.
그러나 당사자들인 청와대와 박 전 대표 측은 보도를 부인했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전혀 사실이 아니다"면서 "(당시 박 전 대표 측과 접촉했던) 정진석 전 정무수석과 박형준 사회특보도 사실이 아니라고 강하게 부인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공식 접촉 라인에서는 공천과 관련한 얘기가 오가지 않았고 대통령과 대통령실장에게도 그런 얘기는 전혀 보고되지 않았다"며 "실무선에서 개인적 견해를 주고받았을 수 있겠지만 공식라인에선 그런 얘기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변호인격인 이정현 의원도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오보"라고 일축했다. 그는 "내년 4월 총선 공천을 왜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두 분이 논의하느냐"며 "박 전 대표는 그런 내용을 알지도 못하고 대통령과 그런 대화를 나눈 적도 없다고 확인했다"고 말했다.
<조선>·<동아> 보도라는 점에서 '여진' 남아 양측 모두 부인하고 있지만, 기사가 한 매체가 아니라 두 매체에서 나왔고 더욱이 언론 중에서 이명박 정부와 가깝고 청와대 속내도 잘 아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라는 점에서 '여진'이 남는 분위기다. 기사 내용도 매우 흡사하다. 기사가 과장되거나 앞서나갔을 수는 있지만, '취재원'은 분명히 존재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이 보도를 부인하면서도 "실무선에서 개인적 견해를 주고받았을 수 있겠지만"이라고 말한 대목도 이와 연결할 수 있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지난해 '8.21 회동'이전까지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만날 때마다 이런 저런 뒷말이 나오면서 양측의 갈등이 심화하는 양상이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2007년 12월 29일 대선 직후 두 사람은 첫 단독 회동을 했지만 뒤늦게 '총리 제안설'이 흘러나왔고 친박 무소속 및 친박연대 의원들의 복당 문제를 놓고 갈등이 치열했던 2008년 5월 만남도 성과없이 끝나 박 전 대표 측은 "왜 만나자고 했는지 모르겠다"고 했었다. 2009년 1월 말에도 극비회동을 했지만, 석달 뒤 여권 관계자를 통해 회동 내용이 언론에 알려졌다.
"이번 기사에 청와대 측의 어떤 의도가 들어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이정현 의원은 "왜 두 언론사에서만 기사가 났는지 모르겠지만, 어떤 의도가 있는 것인지 등에 대해서는 노 코멘트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