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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보낸 문자메시지
 아이가 보낸 문자메시지
ⓒ 박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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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생일을 맞은 아이에게서 한 통의 문자메시지가 왔다. '자기를 낳아줘서 고맙고 감사하고 사랑한다고. 그리고 힘들어도 힘내자'고…. 메시지를 받는 순간 가슴이 뭉클해졌다. 자기를 낳고 세상에 있게 해준 데 대해 감사하고 고마워 하는 아이의 마음이 너무 고맙고 감사해서다.

아이가 학교에 가지 않겠다며 어긋나는(내 기준으로) 순간부터 아이와 참 많이도 싸우고 못할 말도 많이 했다. 심지어 그럴 바에는 차라리 부모 가슴에 묻을 테니 죽으라는 말까지도 했었다.

대다수 아이들이 별다른 이유를 달지 않고 열심히(?) 다니는 학교를 가지않겠다고 버티는 아이를 이해할 수 없었고, 부모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겠다는 아이가 너무 밉고 원망스러워서였다.

아니,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아니다. 나 역시 학창시절 한때지만 학교를 등한시하고 학교에 있어야 할 시간에 학교 밖에서 나돌았던 경험이 있었기에 아이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고등학교든 대학교든 대학원이든 학교에서 주는 '졸업장'의 종류에 따라 그 사람의 가치가 정해지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 아니던가. 그리고 그런 '졸업장'에 따라 계층이 갈리고 삶의 질이 달라지는 것이 현실이기에 아이의 심정을 이해하고 지지해 줄 수만은 없었다.

그래서 아이를 학교에 다니도록 하기 위해, 아니 '졸업장'을 손에 쥐도록 하기 위해 달래기도 하고 으름장을 놓기도 하면서 마음에도 없는 못할 말을 참 많이도 했었다.

아이 역시 엄마가 죽으라고 하니까 엄마 소원대로 죽겠다고, 차라리 죽는 것이 낫겠다며 못할 말을 했었다. 자기를 왜 태어나게 했냐며 달려들기도 했고, 너를 태어나게 했던 것을 후회한다며 맞받아치면서 싸우기도 많이 싸우고 울기도 많이 했다.

싸움이 끝난 후에는 서로 "그런 심한 말을 해서 미안하다"며, "진심이 아니었다"며 화해하고 "사랑한다"고 "더 잘하자"고 약속하며 마음을 풀곤 했지만 감정을 추스리지 못하고 아이에게 못할 말을 한 데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은 늘 가슴 한켠을 아프게 했다.

그래서 낳아줘서 고맙고 감사하다는 아이의 말은 더욱 더 내 가슴을 찡하게 했다. 그렇게 심하게 못할 말을 했는데도 고맙고 감사하다는 아이, 아이의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워서 보관하고 있는 문자메시지를 들여다 볼 때마다 자꾸만 눈물이 난다.

그리고 지금은 아이가 중학교 만큼은 졸업하겠다며 어느 정도 마음을 추스리고 열심히 학교에 나가면서 다툴 일도 없게 됐다. 다시 터질 수도 있겠지만 다시 터진다고 해도 낳아줘서 고맙고 감사하다는 아이의 진심을 믿기에 같이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생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블러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사춘기, #학교, #문자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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