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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다가오니 옷의 노출이 심해지는 지금, 점점 몸매 관리에 신경을 써야할 시점이 되었다. 하지만 아무리 살을 빼고 싶어도 스트레스 쌓이는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튀어나온 뱃살, 팔뚝살, 허벅지...대체 이걸 어느 세월에 다 뺀단 말인가? '이효리도 채식 다이어트 한다는데 나도 이김에?' 하면서 며칠 간 채식주의자 흉내를 내보건만 이게 당최 지키기가 어려운 일이다.

 

 

우선은 채식주의자가 되면 불편한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그 중 남들과 어울리는 게 힘들다는 게 가장 애로 사항 이다. 아무래도 술문화와 밥 문화로 정이 싹트는 한국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려면 고기건 술이건 마구 먹어야 하는 법인데, 혼자서 고기 뒤집어가며 남들 시중만 들어주고, 상추나 오이같은 채소나 질겅징겅 씹고 있다면 어느 누구건 한 마디 한다. ' 야, 고기 맛 떨어지게 왜 그래?' 그 상황에서 ' 나, 사실 채식주의자거든 '하고 고백이라도 할라치면 온갖 야유와 비아냥거림을 감수해야 할 건 뻔한 일이다.


게다가 채식을 하려면 여간한 부지런으론 어림도 없다. 잡곡밥, 단백질, 채소만으로 한끼에 300~400 kcal 선으로 맞춰서 식사를 해야 요요현상도 없다고 하니 이 적정선을 꼭 맞추는 게 중요하고, 채식만 먹으면 건강상에 문제도 찾아오게 되니까 육류는 안 먹더라도 양질의 단백질은 꼭 섭취해야 한다. 그래서 두부, 콩, 닭가슴살, 연어구이, 해산물샐러드, 흰살생선, 저지방 우유, 두유 중 하나 정도는 꼭 챙겨 먹어야 한다. 그러려면 진종일 칼로리 걱정에다 먹은 칼로리 되집어보느라 정신이 없다.

 

이렇게 불편한 채식이지만 포기할 수도 없다. 채식의 가장 큰 장점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채식을 하면 많은 섬유질을 섭취하게 돼서 피부 문제와 장 트러블이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변비와 수족냉증도 사라지고 나쁜 지방이 줄어들면서 콜레스테롤 함량도 줄어든다. 그리고 실제 채식을 하더라도 단백질, 지방 섭취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한다. 현미밥은 모유보다 더 많은 단백질을 보유하고 있으니 적절한 콩과 현미, 그리고 견과류 섭취만으로 고기를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한동안 채식을 해 본 바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효과도 드러나고 있다. 채식을 통해 편안하고 유한 마음을 갖게 되었고, 섬세하고 총명한 기운을 지니게 되었다. 또한 입맛이 섬세해져서 모든 음식이 가진 고유한 결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여성들에게 더없이 좋은 변화로는 생리주기가 일정해지고, 변비를 사라지게 하며, 머리카락도 덜 빠지게 해주니.. 오! 이거야말로 내가 바라던 바 아닌가?


채식을 하는 동안 가장 많은 오해를 받은 것은 '혹시 환경운동 하느냐?'는 질문이었다. 고기 소비가 늘어남에 따라 가축이 공장제 시스템 아래서 대량 사육되고, 이것은 필연적으로 수목을 해칠 수 밖에 없게 되며, 동물들이 내뿜은 메탄가스는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라는 사실은 우리에게 매우 익숙하다. 그러니 육식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와 더불어 채식이 강조되고 있으니 그런 오해를 받을 법도 하다.

 

사실 나처럼 다이어트 때문에 채식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수많은 채식주의자들이 지구를 살리는데 동참한다는 취지로 육식을 끊고 채식을 한다. 그리고 그들은 '채식은 가장 적극적인 환경운동'이라고 외친다. 엄청난 양의 소, 돼지의 트림과 방귀로 인한 메탄가스는 자동차보다 더 심각하게 지구를 오염시키고 있고, 전체 온실가스의 절반 이상이 축산업으로 인해 나온다는 연구 결과를 보면 공장제 가축 방목의 폐해를 절실히 느끼게 만든다. 그가운데 '적어도 나는 채식으로 환경을 지키고 있다'는 뿌듯함을 느끼게도 한다.

 


사실, 이렇게 환경까지 운운하지 않더라도 나는 20여 년 이상 고기를 먹지 않았다. 지금으로 치자면야 '채식주의자'라는 조금은 구분된 명칭으로 부를 터지만, 그 당시 어린 나는 그저 고기가 싫었다. 너무 구린내가 나고 기름이 미끌거리는 것을 생각하면 도저히 내 입에 맞지가 않았다. 그래서 식탁에 올라 온 소고깃국이나 치킨, 불고기 같은 것은 전부 다른 형제들에게 밀어주곤 했다. 또 하나 먹지 않던 게 있으니 그건 바로 우유였다. 지독한 비린내를 이유로 우유 역시도 스무살이 넘어서 먹기 시작했으니 성장기에 과연 뭘 먹었었나 하는 의구심도 든다.


요즘은 소화기능도 많이 떨어졌고 외식같은 걸 해도 여간 곤욕이 아니다. 조미료가 들어간 음식은 먹고 나면 속이 아려서 진종일 텁텁함을 달랠 길 없고, 방부제가 많이 들어간 빵이나 소스가 들어간 샌드위치는 제 아무리 유기농 야채로 듬뿍 커버를 한다고 해도 속이 거북한 건 어쩔 수가 없다. 그 가운데 다이어트와 겸해서 채식주의자의 길로 들어섰다. 어딜 가건 먹을 것을 싸가지고 가는 습관도 생겼다. 오늘은 데친 완두콩과 두부, 토마토를 얹고 집에서 만든 오리엔탈 드레싱을 살짝 뿌려서 점심을 해결했다.


그리고 이제는 유기농 식자재를 공급하기 위해 채소 모종도 키우고 있다. 직접 만든 빵을 반으로 갈라서 집에서 키운 토마토, 피망을 적당히 썰어넣고, 그 위에다 집에서 만든 마요네즈를 뿌려 먹을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배가 부르다. 잘 삶은 소면 위에 김가루 약간, 집에서 키운 오이와 청량고추를 살짝 얹고 냉육수를 부어먹을 상상만 해도 몸이 가뿐하다. 게다가 다이어트를 위해선 운동도 병행해야 하니까 저녁마다 1시간씩 산책도 해야 한다. 하여간 여름이 다가오니 할 일이 좀 많은 게 아니다. 


태그:#채식주의자, #채식 식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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