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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주한미군들의 경북 칠곡 캠프 캐럴 미군기지 내 고엽제 불법 매립 폭로 이후 부천의 옛 캠프 머서의 화학물질 매립, 캠프 캐럴에서 화학물질이 부평의 캠프 마켓으로 옮겨져 폐기되었다는 미군 연구보고서, 춘천의 옛 캠프 페이지의 고엽제 사용과 핵무기 사고 발생, 군산 미 공군기지의 고엽제 살포 등 주한미군기지와 관련된 환경오염문제의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여론은 미군기지 내 고엽제 등 유독성 물질의 반입, 매립 및 반출 의혹을 비롯하여 주한미군 기지 전반에 대해 한미 당국 간 신속하고 투명한 실태조사와 조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체제 하에서 미군기지 내 환경오염의 진상규명과 미국에 의한 원상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왜 그런지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먼저 현행 SOFA체제 하에서 미군기지 내 환경오염의 예방과 사후 처리에서 어떠한 문제점이 발생되고 있는지를 최근 의혹이 제기되는 미군기지의 사례를 통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주한미군 증언 없었다면 은폐됐을 미군기지 환경오염


현재 제기되는 미군기지 관련 환경오염에 대한 각종 의혹은 전 주한미군들의 증언이 없었다면 전혀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는 미군기지와 관련되어 한국정부의 접근권, 관리권, 통제권이 전혀 작동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 정부는 한국이 미군에 공여한 미군기지에 대하여 자신들이 사용 중에는 배타적 관할권을 가진 치외법권 지대로 간주하여 왔고, 지금까지 한국 정부의 어떠한 견제도 받지 않은 채 관리해 왔다. 이번 고엽제 문제가 터진 이후에도 미국은 미군기지 내 배타적 관할권을 자신들이 가진 것을 전제로 한국 정부의 기지 내 접근과 조사요구에 시혜적 양보 차원의 협의에 응하고 있다.

 

캠프 캐럴 고엽제 불법매립, 춘천 캠프 페이지의 핵무기 사고 발생 사례에서 보듯 고엽제 등 화학물질의 반입, 매립, 반출과 핵무기의 반입, 관리, 반출에 관하여 한국정부가 이에 대하여 사전, 사후  협의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거나 시정을 요구하는 등의 통제권한을 행사한 적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허용되어서는 안 될 한국의 영토에 대한 주권의 심각한 제약이다. 미군기지 내 관리실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주권적 역할과 권한을 반드시 회복하여야 한다.

 

미국은 미군기지를 한국에 반환하면서도 자신들이 파악하고 있는 환경관리실태에 대한 어떠한 자료도, 정보도 한국정부에 인수인계하지 않았고 미군기지 내 환경오염 문제에 대하여 그 환경정화책임도 인정하지 않았다. 한국으로부터 무상으로 공여받은 한국의 영토를 자신들이 오염시킨 그대로 반환해 왔다. 한국정부는 반환받은 미군기지의 과거 기지 내 환경실태에 대하여 어떠한 자료도 정보도 확보하지 않은 채 반환받은 후 환경오염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도 미국에 책임을 묻지 못하고 한국의 비용으로 환경조사를 새로 하거나 환경오염을 정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부천의 캠프 머서와 춘천의 캠프 페이지는 과거 미군기지로 사용되었다가 현재는 한국에 반환된 미군기지이다. 부천의 캠프 머서는 1993년 한국에 반환될 당시 SOFA 환경규정(2001년 신설)이 제정되지 않았기에 한미 공동의 환경조사와 오염치유 협의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은 채 반환되었다. 춘천의 캠프 페이지는 2001년 신설된 현행 SOFA 환경 규정에 근거, 2003년 한미 간에 마련된 '반환/공여지 환경조사와 오염치유 협의절차합의서'의 규정에 의하여 미군기지 내 환경조사를 거쳐 반환되었는데, 당시 환경조사결과에 의하면 방사능오염은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기름오염, 토양과 지하수 오염이 국내기준치를 초과하는 것으로 밝혀졌으나 제대로 된 오염 치유 없이 반환되었다.

 

반환 전후로 환경조사가 전혀 진행된 적이 없는 캠프 머서 기지에 대하여는 이번에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현재 민관공동조사단이 구성되어 조사를 진행하고 있고 캠프 페이지에서 고엽제 사용과 핵무기 사고 발생 증언이 나온 것을 계기로 반환 당시 한미 공동의 환경조사에 대한 불신과 환경오염 재조사 요구가 높다.

 

'1차적 관리권' 남용하는 미국과 통제 못하는 정부... 환경오염 악순환 되풀이

 

 

캠프 캐럴에서 화학물질이 부평의 캠프 마켓으로 옮겨져 폐기되었다는 1991년 미국방부 연구보고서에 대해서도 한국 정부는 파악하지 못하였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한국은 캠프 캐럴과 캠프 마켓과 같이 현재 미군이 사용 중인 미군기지 내 환경실태에 대하여 주기적으로 점검, 조사, 감독하지 않거나 못하고 있고, 미국은 한국정부에 자신들이 1차적으로 관리하는 기지 내 환경실태 자료를 주기적으로 제공하지 않고 있다.

 

한국이 미군기지 내 정보 접근권, 기지 내 조사감독권을 행사하지 않거나 못하고 있는 현재의 한미 간 정보비대칭의 상태에서 기껏 미군기지를 반환받을 때 비로소 현행 SOFA규정에 따라 제한적 환경조사를 거친 것만으로는 미군이 야기한 심각한 환경오염을 발견하고 미국에 환경정화책임을 물어 오염이 치유된 기지를 반환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 때문에 미국이 책임져야 할 환경조사와 환경정화 문제에 대하여 한국 정부가 추가로 막대한 재정비용을 부담하여 환경조사를 새로 실시하고 환경오염을 치유해야 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위와 같이 미군기지 내 환경오염 문제가 은폐된 채 잘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미국이 미군기지 내 1차적 관리권에 불과한 사용운영권한을 마치 미군기지 내에 대하여는 배타적 관할권을 가진 양 자신들의 권한을 남용하여 기지관리운영에 관한 한국의 관리감독권을 인정하지 아니하는 데 그 근본원인이 있다.

 

현행 SOFA 환경조항은 2001년 'SOFA 합의의사록'에 한국의 환경법령을 존중하도록 규정하고, '환경보호에 관한 특별 양해각서'에서 ① 환경관리기준의 주기적 검토와 갱신 논의 ② 환경관련 정보교환, 미군기지에 대한 출입절차 마련, 합동실사 ③ 미국은 주한미군에 의하여 야기되는 인간건강에 대한 공지의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을 초래하는 오염의 치유를 신속하게 수행 등 세부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SOFA 합동위원회에서 마련한 '반환/공여지 환경조사와 오염치유 협의절차합의서'와 같은 절차사항에 관한 부속 규정이 있다.

 

그러나 2001년 SOFA 환경조항의 신설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관리감독권이 미군기지 내에 미쳐 미국의 1차적 관리권의 남용을 제어하는 방향으로 운용되고 있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관리감독권을 확보하기에는 SOFA 환경조항의 신설 규정들이 너무나 추상적이고 모호하고 SOFA 합동위원회 산하 환경분과위원회 등에서 한미 간의 협의 또는 합의절차를 거쳐 미국의 양보를 이끌어 내는 경우에 한하여 미군기지 내 한국의 관리감독권을 일부라도 제한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형편이다.

 

미군기지 내 한국의 관리감독권 규정하는 SOFA 개정 절실

 

2001년 SOFA 환경조항의 신설 이전에 한미 SOFA 개정 방향으로 주장되었던 요구는 한미 SOFA의 개정 시 미군기지 내 환경문제에 대한 미국의 의무규정을 구체적으로 신설하자는 것이었다. 즉, 협의 및 사전통보의무, 미군기지 내 접근보장의무, 환경오염피해조사요청 수인의무, 환경관리실태 자료의 제출의무, 환경오염규제 및 방지의무, 원상회복 및 손해보상(손해배상)의무, 책임자 처벌 및 재발방지보장의무, 피해배상청구 협조 등과 같은 미국의 의무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여 미국이 1차적인 관리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하여 미군기지 내 환경을 오염시키는 일이 없도록 미군기지 내 관리책임을 다하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고엽제 사태가 터져 나온 이후 여러 사례에서 보았듯 SOFA 환경조항이 신설된 현재에서도 과거 한미 SOFA 개정 방향으로 주장되었던 위와 같은 요구는 여전히 유효한 것이 현실이다. 추상적이고 모호한 SOFA 환경조항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여태껏 국제환경협약이나 국내환경법규를 위반하지 않고 미군기지 내 1차적 관리권을 적절히 행사하여 왔고, SOFA 합동위원회 및 환경분과위원회 등에서 한미 간의 협의 또는 합의절차에서 한미 SOFA의 명시적인 규정이 없더라도 미국이 미군기지 내 환경문제에 대한 한국정부의 관리감독권으로서 협의 및 사전통보 요청권, 미군기지 내 접근권, 환경오염피해조사권, 환경관리실태 자료의 제출요구권, 원상회복 및 손해보상(손해배상) 청구권, 환경오염규제 및 방지요구권 등을 인정하여 현행 SOFA체제를 운영하여 왔다면 지금처럼 한미 SOFA 개정의 필요성이 높아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번 캠프 캐럴 등 일련의 미군기지 내 심각한 환경오염 문제는 그 문제의 원인이 현행 SOFA체제 하 한미 간 불평등한 운용 구조에서 미군기지 내 환경문제에 대한 한국의 관리감독권의 부재에서 비롯된 만큼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군기지 내 한국의 관리감독권을 회복하는 방향으로 그 촛점이 맞추어질 수밖에 없다. 미군기지 내 한국의 관리감독권을 회복하는 방법으로 현행 SOFA 규정을 그대로 둔 채 한미 간 논의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협상력과 미국의 선의를 기대하는 것은 요원하다. 결국 한국의 관리감독권을 명시적으로 규정하는 한미 SOFA의 개정이 절실히 필요한 이유다.

덧붙이는 글 | 장경욱 변호사는 민변 미군문제위원회 위원장입니다.


태그:#고엽제, #SOFA, #소파, #미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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