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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북한의 '남북 비밀접촉 폭로'에 대해 "미국이 식량지원하려고 이미 나섰고, EU도 그렇고 여기에 중국도 적극적이고 일본도 바뀌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물을 한 번 먹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 의원은 2일 오전 기자와 만나 이번 파문의 배경을 "이 대통령이 국내용으로 강경 발언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회담하자고 구걸하니까 북한이 그 진정성을 못 믿는 것"이라고 분석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2000년 3, 4월 싱가폴과 상하이, 베이징에서 북한의 송호경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과 만나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했고, 대북송금 사건의 핵심관련자인 그는 '남측이 돈봉투를 내놨다'는 북한의 주장에 대해서는 "내 경험으로는 과장됐다고 본다"며 "송 부위원장을 만날 때 가벼운 선물을 줬고, 인삼을 선물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경우 외국에서 만나는 것이니 호텔숙식비나 항공료를 주겠다고 한 것 정도 아니었겠느냐"고 추정했다. '절충안을 애걸했다'는 "남측에서 일을 성사시켜보려고 적극적으로 나선 것을 그렇게 과장했을 것으로 본다"며 "이런 문제들은 본질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박 의원은 투명한 남북관계를 강조해온 이명박 정부의 비밀접촉이 드러난 것에 대해 "남북간에는 비공개, 비밀접촉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하지 못할 것을 하겠다고 거짓말을 해온 것"이라고 비판하면서도 "북한과의 끈을 유지하면서 정상회담을 하려고 한 것은 인정한다, 이런 일들을 정말 진정성을 갖고 하라고 요구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문답전문.

 

- 북한이 '이명박 정부가 정상회담을 애걸했다'고 발표했는데 어떻게 보나.

"이번 김정일 위원장의 중국방문 뒤에 북한이 남북대화 단절을 선언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딱 맞아떨어졌다. 기본적으로 야당의 전직 원내대표도 아는 사실을 정부 전문가들이 경직된 사고로 편향된 판단을 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분단국 대통령으로서 통일위해 노력하지 않은 유일한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 대통령이 국내용으로 강경 발언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회담하자고 구걸하니까 북한이 그 진정성을 못 믿는 것이다. 북한은 의심이 많은 나라 아닌가."

 

"국민을 속여온 게 이번에 드러난 것이다"

 

- 정부는 그동안 대북 정책과 접촉에서의 투명성을 강조하면서, 김대중-노무현 정부와는 다르다고 강조해왔는데.

"국민을 속여온 게 이번에 드러난 것이다. 그렇게 해왔기 때문에 북한도 이 정부의 진정성을 믿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외교에는 특히 남북간에는 비공개, 비밀접촉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하지 못할 것을 하겠다고 거짓말을 해온 것이다."

 

- 정부는 북한의 폭로에 대해 '진의왜곡한 일방주장'이라고 했다.  접촉은 인정하면서도 각론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인데.

"정부도 접촉을 인정했으니 너무 발끈하지 말아야 한다. 북한하고 똑같이 하면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한다. 무엇이 진의인지는 모르지만, 우리는 진정으로 하려고 했는데 북한이 차버렸다는 말일 텐데, 그런 정도는 믿어야한다고 본다."

 

- '애걸했다'는 대목이나 '돈봉투' 부분은 어떻게 봐야 할까.

"내 경험으로 보면 과장됐다고 본다. 정부가 그렇게 돈을 주지는 않는다. 참고로 참여정부때 중국에서 접촉하면서 내게 용돈을 좀 줘야 되지 않느냐고 물어와서 절대 돈 주지 말고 선물을 주라고 했다. 나도 2000년에 송호경 북한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을 만날 때 가벼운 선물을 줬고 송 부위원장으로부터 인삼을 선물받았다. 이번 경우 외국에서 만나는 것이니 호텔숙식비나 항공료를 주겠다고 한 것 아니었겠나. 올림픽같은 국제경기할 때 아프리카 나라들에게 돈을 주기도 하지 않나.

 

2000년에도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싱가폴, 상하이, 베이징에서 송 부위원장 만날 때 북측 인사들은 현대그룹 사람들하고 같이 있었기 때문에 현대가 숙박비 등을 내주지 않았을까 추정을 해본다. 그런데 이런 건 본질이 아니다. 합의문을 애걸했다는 것도 과장했을 것이다. 남측에서 일을 성사시켜보려고 적극적으로 나선 것을 그렇게 과장했을 것으로 본다."

 

"북한, 경솔하고 나쁜 행동했다"

 

- 비밀접촉을 공개한 북한도 문제 아닌가.

"언더테이블에서 있었던 일을 그렇게 공개하면 국제 외교에서 신망을 잃는다. 경솔하고 나쁜 행동을 한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 정부가 발끈할 것 없다. 포용해야 한다. 북한도 더 이상 자극하지 말고 우리도 물러서서 대화를 해야 한다.

 

대화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미국이 식량지원하려고 이미 나선 것 아닌가. EU도 그렇고 여기에 중국도 적극적이고 일본도 바뀌어 간다. 김정일 위원장이 이번에 중국 가서 각종 개발권 등을 퍼주고 왔을 것이다. 그래서 이런 상황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물 한번 먹인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거 아닌가. 그래서 결국 돌아가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대로 임기를 끝내는 불행한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 이번에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은 2000년에 송호경 부위원장을 만났던 박 의원의 역할과 비슷한 것으로 비치는데.

"북한은 의전을 굉장히 따진다. 이쪽에서 임태희 대통령 실장이 나가니까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나온 것이다. 북한에서 누가 나왔을지는 모르지만 비서관이 나갔다는 점에서 고위직이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원동연 통전부 부부장일 것이라는 말이 나오던데 나도 동의한다. 실무에도 능하고 남한을 아주 잘 아는 인물이다."

 

- 이 정부 아래서 남북관계는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된 것 아닌가.

"상황이 바뀌면 또 만날 수 있는 것이다. 국제정세도 바뀌고 있으니까 이 대통령이 식량제안하면서 분위기 바꾸면 가능하다고 본다. 내년 2012년을 주시해야 한다. 미국, 러시아 대선이 있고, 중국도 지도부가 바뀐다. 우리도 대선이 있고 중국은 강성대국의 문을 여는 해라고 강조하고 있다. 우리는 강성대국을 군사강국으로 보는데 북한은 군사강국은 이미 됐고 이팝에 고깃국 먹는 경제강국을 상정한다."

 

- 북한이 추가 폭로를 하고 나올 수도 있는데.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남측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보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방식으로는 안 된다. 한발씩 물러나야 한다.

 

북한은 이런 폭로도 할 수 있는 그런 집단이다. 이런 점을  알고 접근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하고 전쟁한 중국이나 베트남에 한 것처럼 북한에 하면 문제가 풀린다. 그런데 그렇게 안한다. 그럼에도 국가정보원이 국회 정보위에 보고했던 것처럼 북한과의 끈을 유지하면서 남북 정상회담을 하려고 한 것은 인정한다. 이런 일들을 정말 진정성을 갖고 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태그:#북한, #비밀접촉폭로, #박지원, #김태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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