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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정치행동 내가꿈꾸는나라'와 <오마이뉴스>는 새로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공동기획을 시작합니다. 주권자로서 내가 꿈꾸는 나라와 지역을 상상해보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우리들의 꿈을 모으고자 합니다. '내가꿈꾸는나라', <오마이뉴스>와 함께 각자가 꿈꾸는 나라를 이야기하고 이것이 정치토론의 마당이 되어 현실이 되어가는 시작을 맛보시길 바랍니다. [편집자말]
30일 오전 여의도 국회앞에서 열린 '성희롱 국회의원 퇴출·강용석 의원 제명 촉구 기자회견'에서 아나운서연합회, 민언련, 여성단체연합, 성폭력상담소 등  언론·여성단체 회원들이 강 의원 사진에 '레드카드'를 붙이며 '국회 퇴출'을 요구하고 있다.
 30일 오전 여의도 국회앞에서 열린 '성희롱 국회의원 퇴출·강용석 의원 제명 촉구 기자회견'에서 아나운서연합회, 민언련, 여성단체연합, 성폭력상담소 등 언론·여성단체 회원들이 강 의원 사진에 '레드카드'를 붙이며 '국회 퇴출'을 요구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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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의원 중에 000의원은 엉덩이 라인이 참 섹시해서 여성의원들에게 인기가 많다."
"아나운서가 되려면 다 줘야 되는데 그래도 할 수 있겠느냐?"

당 원내대표를 맡은 여성의원 김00 의원의 성희롱 발언이 알려져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그녀는 지난달 남자대학생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성희롱 발언 및 동료 남성의원의 외모에 대해 발언을 했다. 이에 전체 국회의원의 13%에 불과한 남성의원들은 김00 의원을 국회에서 제명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가상뉴스 2040. 6. 1]

위 기사는 '여성의원이 남자대학생을 성희롱했다면?'이라는 상황을 두고 가상으로 구성해 본 뉴스다. 여성의원이 남자대학생에게 성희롱 발언을 하거나, 남성 동료의원들에 대한 성적 비하 발언을 하는 걸 현실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아직(?) 상상 속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이 성희롱 발언 의원의 성 '남성'으로 대체하면 그것은 일상에서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일이 된다. 

성희롱 국회의원, 과연 이번엔 제명 될까?

국회윤리특별위원회는 30일 강용석 무소속 의원을 제명 처분하기로 결의했다. 또 얼마 전에는 법원에서 강 의원이 '의원직 상실형'을 받았다는 등의 보도가 나왔다. 이를 보고 일부 사람들은 그가 이미 제명된 것으로 안다. 실제로 모 포털사이트조차 강용석 의원의 인물정보 경력 사항에 의원직 경력을 2011년 5월로 끝난 것으로 정보제공하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강용석 의원은 아직 제명되지 않았다. 지금까지 '제명' 결정이 나온 것은 민간으로 구성된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이하 윤리자문위)의 결정과 윤리특위 것뿐이며, 아직 국회 본회의 통과가 남아 있다. 그런데 강용석 의원의 성희롱 및 성적 비하 발언이 알려진 것은 작년 7월의 일이다. 1년 만에 그의 징계 여부가 다시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국회의 징계가 오래 걸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국회 내에 성희롱·성추행 행위에 대한 관대한 인식과 동료의원을 제대로 처벌하지 못하는 관행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드러내놓고 징계를 반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절차상 이유, 정족수 부족에 따른 회의 결렬 등으로 안건 처리를 차일피일 미루는 것이다.

실제로 윤리특위는 지난해 8월 징계안 상정 후, 윤리자문위원회 구성 규정 및 인선절차 등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시간을 보냈고, 결국 무려 6개월이 지난 올해 3월이 되어서야 자문위가 열렸다. 또한 지난 4월 13일 윤리자문위가 만장일치로 '제명' 의견을 제출한 후에도 징계안 처리는 계속 지연됐다. 윤리특위는 4월 21일 의결 정족수 부족을 이유로, 29일에는 정족수 부족이 예상된다는 이유로 두 차례나 회의를 결렬시켰다. 그에 따라 '제식구 감싸는 국회'라는 비판이 거세지자 결국 5월 6일 징계소위는 강 의원 제명안을 의결했다.

<2010년 7월, 강용석 의원의 성희롱·성적 비하 발언들>
"다 줄 생각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 할래? 00여대 이상은 자존심 때문에 그렇게 못 하더라."
"여성 로비스트의 최후 무기는 몸이다."
"남자는 다 똑같다. 그날 대통령도 너만 쳐다보더라. 옆에 사모님만 없었으면 네 번호 따갔을 것."
"(토론 패널은) 못생긴 애 둘, 예쁜 애 하나 구성이 최고다. 못 생긴 애 하나에 예쁜 애 둘은 오히려 역효과. 사실 심사위원들이 내용 안 듣는다. 얼굴을 본다."
"60대 이상 나이 드신 의원들이 000 의원과 밥 한번 먹고 싶어 줄 선다."
"여성의원의 외모는 한나라당보다 민주당이 낫다. 00의원은 얼굴은 예쁘지만 키가 작아 볼품없다."

이렇듯 국회는 정족수 부족, 위원회 구성 절차 등을 이유로 들며 징계 처리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본회의 통과까지 또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 이러다가 결국 18대 국회에서 제명안 처리를 못해 강 의원이 국회의원 임기를 모두 채우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윤리강령과 윤리실천규범을 명백히 위반하고, 국민의 대표로서 자격 없음이 이미 밝혀진 국회의원에 대해 1년째 징계안을 붙들고 있는 18대 국회,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 심판이 두렵지 않은 걸까.

정치인들의 성희롱·성추행 행위는 왜 계속되나?

정치인들의 성희롱·성추행 행위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2년 우근민 제주도지사의 성추행 사건, 2005년 송명호 전 평택시장의 성적 행위 묘사한 추태 및 욕설, 2006년 최연희 의원의 여기자 성추행 사건, 2007년 강재섭 의원의 성희롱 발언 등 강용석 의원 사건 이전에도 수없이 많은 사건이 있었다.

강용석 무소속 의원.
 강용석 무소속 의원.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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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정치인들의 성희롱·성추행 문제가 사라지지 않는 걸까? 그 이유는 고위공직자 또는 의원이라는 신분으로 성희롱·성추행 등 인권침해 행위를 하고도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아 온 관행 때문이다. 성희롱 가해 행위가 알려진 정치인들은 다음과 같은 유사한 패턴으로 자신의 지위를 유지한다.

우선 자신의 행위를 부인하고, 그다음에는 자신의 성희롱 또는 성추행 행위를 공개한 사람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한다. 그리고 항소를 통해 확정형이 나오는 시기를 늦추며 의회 내 징계를 미룬다. 결국 몇 년이 걸리는 재판과정 동안 자신의 임기를 다 채울 수 있다. 

지금까지 자신의 잘못을 곧바로 인정하고 공식으로 사과한 정치인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이는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남성 사회에서는 매우 빈번하게 일어나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여기는 낮은 인권 의식과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문제'라는 인식이 결합된 결과다.

따라서 이번 18대 국회에서만큼은 성희롱 발언 국회의원에 대한 제명안을 반드시 통과시켜, 지금까지 정치인의 성희롱·성추행 행위가 제대로 처벌받지 않아온 잘못된 관행이 깨지길 기대한다. 

성희롱·성추행 국회의원 좀 그만 봅시다

내년 4월, 유권자들은 19대 국회의원을 선택한다. 선거철마다 '투표로 심판하자'는 목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려온다. 그러나 정작 우리는 정치인들의 자질에 대해서 얼마나 자세히 파악하고 있는지 돌아보았으면 한다. 사실 후보의 자질에 대해서 여러모로 살펴보고 검증할 시스템이 거의 없다. 지난 제16대 총선 이후 유권자들의 낙선운동이 선거법 위반으로 규정되면서 후보자들을 검증할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정치인의 자질을 판단할 정보로부터 완전히 차단된 것도 아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성희롱·성추행 전력, 부패·비리행위 전력, 의정활동에 대한 평가 등 여러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다양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서도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유권자들이 그런 정보를 주고받는 정치행동을 다각적으로 시도할 때, 자질이 없는 정치인들이 국회의원이 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지 않을까.

19대 국회에서는 성희롱·성추행 국회의원 좀 보지 말자. 우리, 그런 나라를 만들자.

<2000년대 이후 정치인 성희롱/성추행 사건 모음>

성희롱 사건 내용 사건 이후 대응 사건 중 /
이후 정치활동
이경재
(국회의원)
2003년 12월 23일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석을 점거한 김희선 열린우리당 의원에게 "남의 집 여자가 느닷없이 우리 집 안방에 와서 드러누워 있으면 주물러 달라는 얘기"라고 말함 -김희선 의원 측, 여성부에 '남녀차별행위(성희롱)에 대한 시정신청서'를 제출. (5천만원 배상, 이경재 의원에 대한 국회의장의 징계, 중앙일간신문 광고란을 통해 사과 공표 요구)
-2004. 7.21. 여성부, 이 의원 발언을 남녀차별 행위(성희롱)로 결론, 국회의장에게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도록 시정권고
*국회의원의 성희롱 행위에 대한 첫 결정 사례
-17~18대 국회의원 당선(한나라당)
최연희
(국회의원)
2006년 2월 24일 동아일보 편집진 및 기자들과 함께한 술자리에서 여기자 성추행. 여기자는 즉각 성추행에 항의한 뒤 술자리를 떠났고, 최 의원은 사건 경위를 따지는 동아일보사 기자들에게 "술에 취해 음식점 주인으로 착각해 실수를 저질렀다"고 말함. -2006.2.27 최연희 의원, 한나라당 탈당계 제출 →한나라당 윤리위원회, 최 의원 탈당계 제출로 징계 대상이 없어져 징계 논의 중단 발표 -2006.2.28 한나라당 윤리위원회,국회 윤리특위에 '징계건'이 아닌 '윤리심사건'으로 최 의원 제소
-2006.3월 동아일보 측, 강제추행 혐의로 최 의원 고발, 이후 피해자 고소의사 확인(31일)
-2006. 4.19 국회 윤리특위, 최 의원 '국회의원 윤리강령 및 윤리실천규범'을 위반 의결
-2006.11.10 1심,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 선고
-2007. 6.14 항소심 벌금 500만원 선고유예
-18대 국회의원 당선(무소속) -2009년 초 복당논의 있었으나 반대여론으로 무산
박계동
(국회의원)
2006년 3월 말 서울 강남 술집 여종업원 성추행한 동영상이 5월 3일 동영상 인터넷을 통해 유포됨 -2006. 5. 9. 한나라당 윤리위원회, 박계동 의원에게 '경고' 처분
-2006. 11월 박계동 의원, 한국여성재단 사무총장에게 자신의 동영상이 유포되도록 방치해 명예가 훼손됐다며 고소
-당대(17대) 국회의원직 유지 -2008. 7~2010. 6 국회 사무총장
강재섭
(국회의원)
2007년 1월 4일 한나라당 대표를 역임하던 때, 출입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모 중앙일간지의 연재소설 <강안남자>의 주인공 '조철봉'을 거론하며 "조철봉이 요즘 왜 안 해? 하루에 세 번 하더니 한 번은 해 줘야지" "너무 안하면 흐믈흐믈 낙지같아 진다" 성희롱 발언. -2007. 1. 5 강재섭 의원, '조철봉 발언' 대변인 통해 유감표명
-2007. 1. 5 한나라당 윤리위원장, "잘못한 것은 맞지만 윤리위 차원에서 처벌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의견 표명.
-당대(17대)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직 유지
정몽준
(국회의원)
2008년 4월 2일 한나라당 동작구 후보로서 거리유세를 벌이던 중 MBC 보도제작국 김아무개 기자가 뉴타운 관련 질문을 하자 "여기서 그런 얘기는 안 했으면 좋겠다"며 말을 끊은 뒤 김 기자의 볼을 만지듯이 손으로 두 번 툭툭 침. 김 기자는 "지금 성희롱한 것"이라고 항의 -2008. 4. 3 정몽준 후보, 해명자료 통해 사실 인정, MBC를 찾아가 "며칠 동안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해 그랬다"며 해명. -18대 국회의원 당선(한나라당)
강용석
(국회의원)
2010년 7월16일 국회의장배 전국 대학생토론회에 참석한 대학생들과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아나운서를 지망한다는 한 여학생에게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 할 수 있겠느냐"등의 성희롱 발언 -2010. 7.20 한나라당 윤리위원회, 강 의원 제명 결정
-2010. 7.21 한국아나운서연합회, 한나라당 항의방문 및 명예훼손으로 강의원 고소
-2010. 7.21 강의원, 여대생 성희롱 발언을 보도한 중앙일보 기자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
-2010. 7.29 언론중재위원회, 중앙일보·매일경제 보도에 대해 "강 의원 측의 주장을 담은 반론보도문 게재" 조정 결정
-2010. 8. 2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전체회의, 강의원 징계안 공개여부 논란으로 관련 소위원회에 회부 못함.
-2010. 8. 4 강의원, 한나라당 윤리특위의 제명방침이 부당하다며 재심 청구
-2010. 8. 9 한나라당 윤리위원회, 강의원의 재심청구 기각 -2011. 4. 13 국회 윤리심사자문위 강용석 의원 '제명 의견' 제출 -2011. 5. 6 국회 징계심사소위 제명안 의결
- 2010. 11. 기자간담회 후 의정활동 재개


* 자료출처 - 이윤상(2010), <정치인의 성희롱 발언 이대로 둘 것인가? 토론회> 발제문 '정치인의 성희롱 발언 현황과 대안'


태그:#성희롱, #강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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