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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례신학대학교 학보사에서 발행하는 <침신대학보>의 2011년 첫 신문(242호)은 사연을 갖고 있는 신문이다. 대다수의 재학생들은 4월 19일자 신문을 봤지만, 우편으로 신문을 받아보는 2700여 침례교 교회 목회자들과 독자들은 이와는 다른 5월 12일자로 다시 찍어낸 신문을 받아봤다.

2003년 4월 8일(199-1호)과 5월 20일(199-2호)에 발행된 신문의 지령(신문 발행 호수)이 제작과정에서 변경되지 않은 채로 인쇄되면서 지령 오류가 발생했고, 이를 창간 30주년 특집호인 226호(2008년 4월 15일 발행)에서 지령 정정 사고를 내어 바로잡은 적이 있지만, 이번 같은 사례는 1979년 1월 15일 <침신대학보> 창간 이후 발생한 최초의 일이다.

<침신대학보> 242호(4월 19일 발행, 5월 12일 재발행)는 창간 이후 최초로 재발행된 신문이다.
 <침신대학보> 242호(4월 19일 발행, 5월 12일 재발행)는 창간 이후 최초로 재발행된 신문이다.
ⓒ 원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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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두 개의 같은(?) 신문이 태어나게 된 것은 일부 기사에 대해 학교 측에서 기사 수정 및 재발행을 지시했기 때문이다. 문제가 된 기사는 제2캠퍼스를 추진하고 있는 동두천 미군기지 캠프 님블 부지에 대한 환경오염 문제를 다룬 '캠퍼스 예정지 동두천은?(3면)'과 총학생회와 총장 간의 면담 내용을 다룬 '도한호 총장과의 면담(4면)'이다.

침신대 학보사는 대학 부속기관으로 1978년 설립된 신문사이다. 대학 총장이 사장을 역임하고, 학생실천처장이 주간교수를 맡고 있으며, 그 아래로 학생들로 구성된 편집국이 배치되어 있다.

신문 제작은 학생들이 담당하고 있지만, 학교로부터 예산이 독립되어 있지 않아 많은 부분에서 학교의 개입이 발생하게 된다. 특히 신문 발행 직전 주간교수의 승인을 얻어 인쇄를 들어가다 보니 이 과정에서 기사의 수정이나 삭제 지시가 나오는 등 편집권의 침해를 받고 있다. 또한 지시를 거부하면 예산 지원을 미루거나 하는 식으로 학보 발행을 지연시켜 자칫 학보사 길들이기가 아니냐는 논란이 있다.

캠퍼스 예정지 환경문제 제기... "오염 없다" 해명으로 바뀌어

이번 재발행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학보사에 따르면 해당 기사들은 이미 주간교수의 승인을 얻어 발행을 완료한 상태였다. 특히 총장 면담 기사의 경우, 비서실로 따로 원고를 보내 확인과정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제대로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다시 수정되는 촌극이 벌어졌다.

대학 측은 정정이나 반론보도로 다음 신문에서 처리할 수 있는 문제였음에도 전례가 없던 재발행이라는 카드를 꺼내들면서 불필요한 예산 낭비까지 발생했다. 16면 분량의 학보 4000부를 발행하는 데에는 250만 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학보사는 1년에 총 6번의 신문을 발행하면서 이에 맞는 정기 예산을 책정하여 운용하는데, 따로 여분의 비정기 예산을 잡아두지 않는 만큼 추가 발행이나 재발행에 드는 비용은 감당할 수 없다. 이는 곧 학교의 예산이 추가적으로 사용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4월 19일 발행된 3면(대학보도) '캠퍼스 예정지 동두천은?' 기사는 녹색연합에서 2007년 한·미연합토지관리계획(LPP)에 의해 캠프 님블에 대한 토양 및 지하수 오염 현황 조사에서 발생한 문제점들에 대해 언급한 내용을 바탕으로 기술하고 있다. 특히 이 기사에선 필리핀에서 발생한 지하수 오염과 토양 중금속 오염에 노출된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전하면서 철저한 검증과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5월 12일 발행된 신문에서는 이런 문제제기가 빠진 채로 "환경정화 과정에서 유류 오염은 있었지만 카드뮴은 나오지 않았다"면서, "지하수 오염도 없었다"는 환경관리공단 관계자의 설명이 상당 부분 추가되면서 기사의 요지가 바뀌었다.

민감한 질문 지우고 새로 쓰인 '총장과의 면담'

4면(특집)에서 다룬 '도한호 총장과의 면담' 기사는 이번 재발행 사태에 있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학교 주요 현안에 대해 제39대 총학생회(학생회장 고보람)가 3월 초에 총장과 가진 면담 내용을 정리해 기고한 글로,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신학과 기민석 교수 재임용 문제를 비롯하여, 대학 홈페이지 게시판 글 삭제, 이사회 해외출장 비용문제 등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기민석 교수는 2007년 9월 특별(초빙) 전임교원으로 2년간 이 대학 신학과에서 구약학을 강의했다. 2009년 이사회(학교법인 한국침례신학원)에서 특별한 이유 없이 두 차례나 재임용을 거부한 데 이어, 2010년에는 전임교원 임용을 거부하면서 문제가 됐다.

학교안팎에서 논란이 계속되자 기독교한국침례회는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하여 해당 건에 대한 특별조사를 실시했고, 올해 2월 조사보고서를 통해 '도한호 총장은 침신대 이사회에 기민석 교수에 대한 전임교원 임용을 다시 제청하고, 이사회는 학교의 인사 기준과 원칙을 존중하여 기민석 교수 전임교원 재임용을 처리하여야 한다'고 결론 내리고 이를 학교와 이사회 측에 통보했지만, 현재까지도 재임용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런 내용을 담은 신문이 4월 19일 배포되자 이 내용에 대한 논란이 일었고, K모 전도사는 기독교한국침례회 게시판에 이 내용과 관련된 글을 올렸다가 게시물 작성 및 열람 권한을 제한받기도 했다. 학교 측은 해당 기사가 총학생회와 사석에서 한 이야기였을 뿐이라고 주장하면서, 면담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임의적으로 내용을 수정하거나 삭제하여 재발행을 했다(내용은 하단 박스기사 참고).

앞서 침신대 학보사는 <침신대학보> 240호(2010년 10월 14일 발행)에 기민석 교수 재임용 부결 소식을 전하는 2천 자 분량의 보도 기사를 실을 예정이었지만, 신문 검토 과정에서 주간교수에 의해 삭제 지시를 받았고, 이에 반대한 기자들이 대체 기사를 넣지 않은 채로 백지 상태의 신문을 발행하기도 했다.

2010년 10월 14일자 <침신대학보> 240호는 기사가 빠진 백지 상태로 인쇄되어 있다.
 2010년 10월 14일자 <침신대학보> 240호는 기사가 빠진 백지 상태로 인쇄되어 있다.
ⓒ 원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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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신대학보> 제242호, '도한호 총장과의 면담' 기사 내용 비교
총학생회  학생들에게는 양질의 수업을 들을 권리가 있다. 학생들이 왜 강의 평가도 좋고 우수한 강의를 해왔던 기민석 교수에게 수업을 들을 수 없는가? 기 교수는 교단 발전적으로나 학교 발전적으로나 전체적으로 볼 때 꼭 필요한 자원이라 생각한다. 기 교수의 강의를 수강한 대부분의 학생들은 계속해서 기 교수의 강의를 수강하길 원하고 또 학교에 남아주기를 고대한다. 신학과에서는 유례없는 약 7천만원 가량의 연구비를 한국연구재단에서 수수하였고, 두란노 문학상을 수상하여 침례교단의 위상을 높이기도 하였다. 이렇게 훌륭한 교수를 왜 도대체 안된다고 하는 것인가? 안된다면 도대체 이유가 무엇인지, 기 교수의 전임교원이 부결된 사유에 대하여 정확히 알려 달라.

총장 (4월 19일)  기민석 교수가 강의 평가도 좋고 학생들이 그의 수업을 좋아하는 것은 알고 있다. 이번 학기에 수업을 할 수 없었던 것은 고소 중이었기 때문이다. 고소 중일 때는 연구실을 뺄 수도 없고, 강의도 할 수 없다. 기 교수의 전임교원 부결은 사유가 없다. 나는 이사 회의에서 기민석교수의 재임용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그의 임용이 부결되었을 때 어떠한 이유로 부결됐는지 구두로 1회, 서면으로 3회 요청하였지만 이사들은 대답이 없었다. 이유도 말하지 않는다. 나도 답답하다. 계속해서 제청은 할 수 있지만 또 다시 부결될 것이 뻔하다. 그래서 이에 대해서는 다른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 현재 총장에게는 교원 인사권한이 없다. 그러하기에 기 교수를 재임용하고 싶어도 그렇게 할 수가 없다. 현재 이사진 측에 교원 인사권을 총장에게 넘겨달라는 구두적 표현과 공문을 전달한 상태다. 이번 교수채용 공고에 있어서 구약학 부분은 하지 않을 것이다. 기 교수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구약학 부분은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고, 또 채용한다는 것도 어긋난 일이라 본다. 하루 빨리 교원 인사권이 총장인 나에게 일임되기를 기대한다.

총장(5월 12일)  기민석 교수가 강의 평가도 좋고 학생들이 그의 수업을 좋아하는 것은 알고 있다. 이미 공개된 이사회회의록을 통해 여러분도 알다시피 여러 차례 이사회에 기민석 교수 임용에 대해 재청하였으나 이사회에서 부결되었다. 이사회는 최종 의결기관이므로 거기에서 부결하면 누구든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현저하게 부족한 교원 충원과 구조조정 등의 교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방식이 있으나 그 중 필수적인 것은 교원인사권이 총장에게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이사회에 교원인사권을 넘겨줄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고, 답을 기다리는 중이다.

총학생회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들을 삭제하는 것은 학생들을 더 자극하는 처신인데 왜 계속 글들을 삭제하는지 이유를 알고 싶다.

총장(4월 19일)  나도 그것이 학생들을 더 자극하는 것을 알고 있기에 이사회에 그렇게 하지 말라고 말했지만 듣지 않았다. "삭제하지 마세요. 학생들을 자극하게 됩니다."라고 말해도 듣지를 않았다.

총장(5월 12일)  인터넷 게시판은 학생들의 알림의 장이기도 하지만 학교의 홍보의 장이기도 하다. 각 대학이 신입생 유치에 총력을 다하고 있고, 홈페이지를 통한 홍보의 기능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 대학도 그런 취지에서 홈페이지에 대하여 자주 강조하고 있다. 홍보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글은 개인적으로 자제해 줄 것을 바라고 있고, 실무회의를 통해 확인해 본 결과 우리 규정과 법적으로 당사자가 요청이 있으면 삭제해야 하는 것이 현행 규정이다.

총학생회  등록금 인상이 되었을 때 타과에 비해 유아교육학과가 인상이 많이 되었다. 그렇다면 학생들에게 실습비 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것 같다.

총장(4월 19일)
등록금 인상은 교직비 및 교양 양선비용으로 인해 교육 자료를 구입해야 하기에 등록금이 올라갔다. 실습비 또한 예산에 잡혀있다.

총장(5월 12일)  등록금 인상은 교직과정 운영에 따른 수요자 부담 원칙을 적용했다. 교직과정 운영에 필요한 범위 안에서 인상한 것이다.

총학생회  얼마 전에 이사진들이 교비 1,400만원을 사용하여 해외를 다녀왔다고 들었다. 이사진들은 학교의 발전을 위해 많은 지원금과 발전기금 등을 학교에 유치하고 그렇게 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분들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총장(4월 19일)  맞다. 그렇다고 생각한다.

(5월 12일) - 해당 질문 삭제

총학생회  그런데 학생들이 지금껏 지켜본 이사진들의 모습은 그런 모습과는 다른 것 같다. 기부는 적고 교비를 그렇게 사용했다고 하니 그런 부분에서 학생들의 감정의 골이 커지는 것 같다. 이 사항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면 좋겠다.

총장(4월 19일)  이사들은 학교의 경영진들이다. 이들이 일을 할 때 개인 부담을 해야 하는 부분이 있고 학교가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 있다. 그 돈은 학교가 부담해야 할 돈이었다. 많은 헌금 또한 드렸다.

총장(5월 12일)  이사들은 학교의 경영진들이다. 이들이 일을 할 때 개인 부담을 해야 하는 부분이 있고 학교가 부담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태그:#침신대학보, #침례신학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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