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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속 반가운 동물친구를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 전주동물원 그림책 속 반가운 동물친구를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 황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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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동안 재밌게 놀았는데 제일 기억에 남는 곳은 어디야?"
"동물원에서 비행기 탄 일이 제일 좋아요."

두 아들이 이구동성 큰 소리로 말합니다. 조금 섭섭합니다. 제 기대는 휴양림 계곡에서 물놀이 한 일을 꼽았으면 했거든요. 역시, 애들은 동물원과 놀이공원이 최고인가 봅니다.

지난 18일, 이틀간 달콤한 휴가를 얻어 전북 진안 운장산 자연휴양림에 다녀왔습니다. 장모님이 큰 수술을 마치신 터라 몸도 추스를 겸 아이들과 함께 길을 나섰습니다.

휴양림 가는 길에 전주 동물원에도 들렀습니다. 그동안 책에서만 봤던 동물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동물원 간다는 말에 신난 두 녀석은 뒷좌석에서 속도를 좀 더 내라며 재촉이 심합니다.

전주 동물원이 가까워집니다. 동물원 특유의 냄새가 납니다. 애들은 그 냄새조차 좋은가 봅니다. 연신 서로 호랑이와 사자 중 누가 더 큰지, 싸우면 누가 이길지에 대한 의견이 팽팽합니다. 그러나 막상 표 끊고 들어간 동물원은 시시합니다.

힘차게 포효하는 호랑이를 기대했는데... 꼬리만 까딱까딱 움직입니다.
▲ 잠자는 호랑이 힘차게 포효하는 호랑이를 기대했는데... 꼬리만 까딱까딱 움직입니다.
ⓒ 황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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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이 녀석은 서비스로 몸 한번 뒤척여 줍니다.
▲ 백수의 왕 사자 그나마 이 녀석은 서비스로 몸 한번 뒤척여 줍니다.
ⓒ 황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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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 처음 살아있는 호랑이와 사자를 만났는데 들뜬 기분도 잠시 뿐입니다. 호랑이와 사자는 모로 드러누워 좀처럼 얼굴을 보여주질 않습니다. 결국 두 녀석은 까딱까딱 움직이는 맹수들 꼬리만 하염없이 쳐다봅니다.

울타리에 턱을 괴고 호랑이가 움직이길 참을성 있게 지켜보던 큰애가 지친 듯 한마디 합니다. "재들은 왜 안 움직여요?, 배고파서 그래요?" 그 질문에 대답할 말이 궁색합니다.

"재들은 밥 먹을 때 움직이고 나머지 시간은 자는 게 일이야" 시원찮은 대답에 아이들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그래도 둘째 녀석은 호랑이가 끝내는 움직일 거라며 그곳에서 꼼짝도 않습니다.

고집피우고 있는 둘째를 두고 다른 동물 친구들 만나러 자리를 옮겼습니다. 결국, 뒤늦게 엄마 손에 끌려온 녀석은 호랑이 얼굴 한번 못 본 듯 실망한 표정이 역력합니다. 그렇게 동물 친구들 구경을 마치고 목적지인 휴양림으로 향하려는데 둘째 녀석이 쏜살같이 어디론가 달려갑니다.

이 많은 놀이기구 중 딱 3개만 고르라니... 고민되네

청룡열차에서 내린 후 한 컷, 확실히 미소가 자연스럽네요. 입이 귀에 걸렸습니다. 애들 웃는 모습이 뒤쪽 모형 청룡 미소와 똑 같네요.
▲ 청룡열차 청룡열차에서 내린 후 한 컷, 확실히 미소가 자연스럽네요. 입이 귀에 걸렸습니다. 애들 웃는 모습이 뒤쪽 모형 청룡 미소와 똑 같네요.
ⓒ 황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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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시 돌아와 할머니의 손을 이끕니다. 둘째가 동물원 한쪽에 있는 놀이공원을 발견한 겁니다. 위 아래로 파도치며 빙빙 돌아가는 비행기, 무서운 속도(?)로 움직이는 청룡열차, 수직으로 올랐다가 내리 꽂히는 바이킹 배가 있는 곳입니다.

말로만 듣던 놀이공원을 발견한 애들은 한번만 태워달라는 듯 할머니와 엄마를 번갈아 보며 뜨거운 눈길을 보냅니다. 그 모습을 본 아내는 큰 선심 쓰듯 놀이기구를 다 탈 순 없으니 3개만 고르랍니다.

그 말에 아이들 고민이 더 깊어집니다. 놀이공원에서 움직이는 모든 것들을 타보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갈등하는 아이들을 앞에 엄마는 과감한 결정을 내립니다.

하늘을 마음껏 날아봤습니다.
▲ 비행기 하늘을 마음껏 날아봤습니다.
ⓒ 황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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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보기만 해도 정신 없습니다. 애들은 비명소리 지르며 재밌답니다.
▲ 회전그네 저는 보기만 해도 정신 없습니다. 애들은 비명소리 지르며 재밌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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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열차와 비행기 그리고 회전그네가 뽑혔습니다. 엄마의 결정에 반론을 제기할 틈도 없이 아이들은 청룡열차로 달려갑니다. 신나게 달리는 열차에 올라탄 두 녀석은 비명에 가까운 환호성을 질러댑니다.

그런데 놀이기구 세 개를 모두 탄 후에도 둘째는 바이킹 배를 향해 눈길을 떼지 못합니다. 보다 못해 안내원에게 탈 수 있는 지 물었더니 나이가 어려 못 탄답니다. 실망한 둘째를 향해 내년에 꼭 다시 와서 타 보자고 어른 후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한 여름 찜통더위에도 에어컨 필요 없는 곳

저희 식구가 하룻밤을 보냈던 전북 진안 국립 운장산 자연휴양림내 통나무집입니다. 다락방은 아이들 놀이터가 됐습니다.
▲ 통나무집 저희 식구가 하룻밤을 보냈던 전북 진안 국립 운장산 자연휴양림내 통나무집입니다. 다락방은 아이들 놀이터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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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신나게 동물원 구경을 마치고 휴양림에 도착했습니다. 아이들은 어디를 가나 즐거운 놀이감을 스스로 찾나 봅니다. 휴양림 통나무집에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놀이는 이층 다락 오르내리기입니다.

아이들은 이층 다락이 신기한 듯 위아래를 정신없이 오고갑니다. 아파트에서 이런 소란이 일면 당장 조용히 하라며 큰소리를 낼 텐데 이곳에선 우당탕탕 뛰어다녀도 용서가 됩니다. 아이들의 요란한 소리가 싫지만은 않습니다.

통나무집 안에 있는 나무계단입니다. 계단이 아이들에겐 놀이감입니다.
▲ 다락방 통나무집 안에 있는 나무계단입니다. 계단이 아이들에겐 놀이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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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나무집 창문을 열었더니 다람쥐가 보입니다. 이렇게 편하게 다람쥐 찍어 보기도 처음입니다.
▲ 다람쥐 통나무집 창문을 열었더니 다람쥐가 보입니다. 이렇게 편하게 다람쥐 찍어 보기도 처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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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기분 좋은 일은 숲속 통나무집 큰 유리창을 넘어 보이는 풍경입니다. 창문을 열었더니 눈앞에 녹색 정원이 펼쳐집니다. 그리고 유리창 앞으로 꼬마 다람쥐도 오고갑니다. 사람이 가까이 다가가도 도망칠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깊은 숲속에 들어앉은 실감이 납니다.

숲속 통나무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계곡이 있습니다. 아이들은 그곳에서 시원한 물놀이를 즐깁니다. 챙겨간 음식도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리고 밤이 되었습니다. 어둠이 내리자 통나무집은 어느새 풀벌레와 산새소리로 휘감깁니다. 고요한 밤의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몸이 불편한 장모님은 조용한 숲속에서 충분한 휴식을 가졌을까요? 행여 시끄럽게 떠드는 아이들이 불편하지는 않았는지 걱정됩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숲속 통나무집엔 에어컨이 안보입니다.

창문너머 짙은 초록 숲이 보입니다. 모로 누워 숲속을 바라봅니다. 신선놀이가 따로 없습니다.
▲ 숲속 창문너머 짙은 초록 숲이 보입니다. 모로 누워 숲속을 바라봅니다. 신선놀이가 따로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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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이 생각하니 에어컨이 필요 없을 듯도 합니다. 한 여름에도 사방팔방 문 열어 놓으면 시원한 숲 바람이 불어올텐데 기계 바람이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그런데도 은근히 걱정은 됩니다. 아무리 깊은 산속이라도 찜통더위에 한 여름을 견딜 수 있을까요?

해마다 우리나라는 이상기온으로 폭염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데 말입니다. 그러나 하룻밤을 통나무집에서 보낸 뒤 더위 걱정은 괜한 생각이란 결론을 내렸습니다.

새벽녘엔 추워서 창문을 모두 닫고 이불을 한껏 끌어올려 잠을 청했으니까요. 그렇게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짧은 여행이었지만 편하고 즐겁게 다녀왔습니다.

물에 빠져 옷이 다 젖었습니다. 엄마에게 혼날 일은 저만치 던져두고 물놀이에 정신없습니다.
▲ 물놀이 물에 빠져 옷이 다 젖었습니다. 엄마에게 혼날 일은 저만치 던져두고 물놀이에 정신없습니다.
ⓒ 황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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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 차안에서 아이들은 놀이공원 비행기 탄 이야기뿐입니다. 그동안 산에도 오르고, 녹차도 만들어 본 경험은 어른들을 위한 놀이였나 봅니다. 그리고 아이들 대화를 들으면서 생각을 달리 가져봅니다.

이제 산행도 좋고 차 체험도 좋지만 동물원이나 놀이공원에도 가끔 데려갈 생각입니다.


태그:#전주동물원, #운장산 자연휴양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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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들 커가는 모습이 신기합니다. 애들 자라는 모습 사진에 담아 기사를 씁니다. 훗날 아이들에게 딴소리 듣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세 아들,아빠와 함께 보냈던 즐거운(?) 시간을 기억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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