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라차차!"힘차게 팽이채를 휘두르지만 팽이는 이내 누워버리고 만다.
마음은 예닐곱 살인데 몸이 따라주지 않는 세월도 그냥 우스워 허허 웃으며 또다시 팽이를 잡아드는 팔십여 살 어르신의 눈가엔 장난기 어린아이의 눈빛이 남아 있다.
보다 못한 젊은 자원봉사자가 팽이를 돌려주자 팽이채를 힘차게 휘두르지만 마음처럼 움직이지 못해도 마냥 즐거운 어르신들.
"에라, 그냥 재미지 뭐."윷을 3번 던져 오늘의 운세를 보는 '윷점'에 풀이가 맘에 안 드는지 '그냥 재미'라고 강조하던 어르신은 기필코 또다시 윷점에 도전하여 '고목에 꽃이 핀다'는 풀이가 나오자 표정이 훨씬 밝아진다.
지난 16일 경기도 여주군 능서면 왕대리의 우리노인요양원에서 생활하는 50명의 어르신들이 오늘은 즐거운 소풍에 나선 아이처럼 깔깔 웃으며, 흉도보고 어릴 적 놀았던 놀이에 잠시 세월을 거스른다.
"걸이요. 걸이다!"
힘차게 던지며 상대 말을 잡겠다던 어르신의 윷가락은 이내 '걸'이 나오자 "거봐 내가 윷 좀 놀았다니까"라며 한껏 의기양양하다.
이날 소풍은 여주우먼라이온스클럽(회장 최예숙)의 회원들과 우리요양원의 요양사,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마련한 행사로 여주읍 능현리 명성황후 생가의 주변에서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끊긴 기억에도 가끔씩은 생각나는 어린 시절의 추억이 어린 초가와 옛날 놀이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거워하시는 어르신들을 보며 오늘 행사를 마련한 사람들은 어르신들께 오히려 감사한다.
최예숙 회장은 "우리가 오늘 세계에서 그나마 못사는 나라에 속하지 않게 된 것은 다 이 어르신들 덕분"이라며 "세상의 모든 노인들을 모두 우리의 부모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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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리 줘 소박한 먹을거리도 오랜 만의 나들이에 더욱 맛있다는 어르신들 |
ⓒ 이장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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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우먼라이온스클럽 회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준비한 조촐한 국수와 떡, 그리고 오늘의 즐거운 소풍을 보며, '봉사'가 아닌 '진심'으로 어른들을 대하던 우리의 아름다운 옛 풍속이 그리워진다.
여주우먼라이온스클럽은 여주군의 여성들로 구성된 봉사단체로 두 달에 한 번씩 여주군의 노인들과 함께 시간을 나누는 활동을 통해 '경로효친'의 아름다운 진심을 전하는 단체로 현재 50여 명의 여성들이 활동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남한강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