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신용섭 방송통신위원회 통신정책국장이 2009년 9월 25일 오전 서울 세종로 방송통신위원회 기자실에서 이동통신사업자 3사(SKT·KT·LGT)의 '초당 과금제' 도입, 가입비 인하, 장기가입자에 대한 요금 인하 등 이동통신 요금 인하 방안을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신용섭 방송통신위원회 통신정책국장이 2009년 9월 25일 오전 서울 세종로 방송통신위원회 기자실에서 이동통신사업자 3사(SKT·KT·LGT)의 '초당 과금제' 도입, 가입비 인하, 장기가입자에 대한 요금 인하 등 이동통신 요금 인하 방안을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이번 주 안으로 발표될 것으로 보이는 방송통신위원회의 통신비 인하 방안에 기본료와 가입비가 제외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기본료와 가입비는 통신사들이 기존에 구축한 통신시설에 대한 투자비 회수 명목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 누적액이 투자비를 넘어선 지 이미 오래됐습니다.

통신사들은 요금인하를 반대하는 주요 논리로 차세대 이동통신 구축을 위한 투자자금 확보가 필요하다는 것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은 통신시설을 국가적 기반시설이라고 생각하는 국민들의 애국심을 교묘히 악용하고 있는 억지 논리에 불과합니다.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사기업입니다. 사기업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필요한 기반시설 구축을 이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기존 고객의 돈으로 하겠다는 것입니다. 국민들이 이들의 황당한 주장을 듣고도 크게 반대하지 않는 것은 그것이 나라를 위한 공공사업이라고 오해하기 때문입니다. 이동통신사들은 애국심 깊은 국내 소비자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자기들의 배를 불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들의 논리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주장도 가능합니다.

"이 기사를 쓰고 있는 저도 IT에 경험이 많기 때문에 차세대 이동통신 사업을 잘할 자신이 있습니다. 하지만 자금이 부족합니다. 제가 그만 달라고 할 때까지 모든 국민이 한 달에 만 원씩 주시기 바랍니다. 한 달에 4000억 원 정도면 부족하나마 시설 구축은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차세대 통신이 구축되더라도 돈을 주신 분들에게만 따로 혜택을 주기는 어렵습니다. 아니 기존 고객은 신규 가입자보다 더 나쁜 대우를 보장해 드리겠습니다."

차세대 이동통신 구축이 그리 급한가

차세대 통신은 음성통화보다는 데이터 통신이 주가 됩니다. 모바일 인터넷전화가 대세가 될 것이며 그에 따라 통신사와 인터넷 업체의 구분이 없어지는 무한경쟁 시대가 됩니다. 이메일 주소로 통화가 가능하게 만들고 있는 구글, 화상통화를 앞세운 애플, 페이스북 친구들끼리 무료통화를 시켜주는 페이스북 등이 직접적으로 통신사들의 고객을 뺏어가고 있습니다.

한국의 이동통신사들은 이런 미래에 대한 대비가 전혀 없는 상태입니다. 전 세계를 상대로 한 인터넷전화 사업에 눈을 감고, 설비 투자를 한 후 그 기득권을 활용하여 안정적인 국내 수익을 얻는 데만 관심이 있을 뿐입니다.

그들은 카카오톡과 같이 외국에서도 경쟁력을 가진 한국의 서비스에 투자하기는커녕 자신들의 수익 악화를 우려해 이들의 성장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애초에 수출에 기여하지도 않는 통신사들이 수출 기업을 방해하고 있는 것입니다. 통신사들은 하루빨리 이런 기업을 도와 국가 경쟁력 강화에 나서기를 촉구합니다.

그들은 현재의 데이터 통신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그것이 사실인지도 의심스럽습니다. 무선랜 확대, 무선랜 공동이용, 와이브로(한국이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는 차세대 이동통신 방식, 휴대 인터넷으로 불림)를 활용한 무선랜, 펨토셀(인터넷을 3G로 변환시켜주는 장비) 설치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과다한 트래픽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탓하지만 이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데이터 무제한 요금을 쓰면서도 한 달에 쓰는 데이터양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지금도 일반적인 인터넷 사용에 크게 불편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데이터 통신 요구량이 문제라면 와이브로 전국망을 빨리 구축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와이브로도 통신사들이 밀고 있는 롱텀에볼류션(LTE, 유럽 중심의 차세대 이동 통신 방식 '장기간에 걸친 진화'란 뜻은 마케팅적인 명칭)란 방식과 기술적으로 차이가 없으며, 통신사들이 의지만 있으면 전국망 완성도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수조 원이 투입된 와이브로를 버리고 LTE로 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2G에서 3G로 바뀔 때 대세가 WCDMA이라는 주장을 펼쳤지만 미국 최대 통신사가 CDMA를 활용한 3G로 서비스를 하는 현실로 볼 때 LTE로 가려고 하고 있는 국내 통신사의 결정이 정말 국가 경쟁력에 도움이 되는지도 의심스럽습니다. 더구나 통신사들은 자사의 이익을 위해 와이브로를 버리고 LTE로 갈아타면서 그에 따른 추가 비용을 국민들에게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차세대 이동통신 구축비, 이렇게 하면 내겠다

와이브로는 국제표준기술로 인정받은 국내 개발 기술이지만 그동안 국내 이통사들의 투자가 부족해 수도권과 대도시에서만 서비스가 돼 왔다. 사진은 지난해 9월 30일 광화문 올레스퀘어에서 열린 KT-인텔 와이브로 사업 제휴 행사.
 와이브로는 국제표준기술로 인정받은 국내 개발 기술이지만 그동안 국내 이통사들의 투자가 부족해 수도권과 대도시에서만 서비스가 돼 왔다. 사진은 지난해 9월 30일 광화문 올레스퀘어에서 열린 KT-인텔 와이브로 사업 제휴 행사.
ⓒ 김시연

관련사진보기


이동통신사들이 차세대 이동통신 구축을 위해 기본료와 가입비를 계속 받아야 한다면 다음과 같은 조건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1. LTE가 아닌 와이브로를 선택할 것.
2. LTE로 하겠다면 가입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망 공동 구축, 공동 이용을 통해 구축비와 운영비를 절감할 방안을 마련할 것.
3. 기존 통신시설 구축비와 여태까지 받아 온 기본료 수익의 차액을 가입자들에게 우선 환불할 것.
4. 차세대 이동통신이 구축되고 나면 기존 가입자들에게는 가입기간만큼 요금을 인하해 줄 것을 약속할 것.

이동통신 업체들은 수조 원이 투입된 와이브로를 사장시키면서 LTE를 채택하고, 또 자사의 이익을 위해 각자 자기들만의 통신망을 구축함으로써 이중 삼중의 중복 투자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비용은 결국 가입자들이 내야 함에도 그들은 차세대 이동통신 환경에서 기존 가입자들에게 어떤 혜택도 주지 않을 것입니다.

방통위는 통신사에 요금인하를 요구하고 업체들이 자기들 비용으로 망 구축을 하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국민의 눈먼 돈으로 차세대 통신망을 반드시 구축해야 한다면, 차라리 와이브로에 관심이 있는 케이블 업체들에게 투자하여 새로운 통신사를 확보함으로써 통신사들의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 훨씬 국익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사기업에 불과한 이동통신사들의 교묘한 논리에 우리들의 애국심이 이용당해서는 안 됩니다. 그들은 국영기업이 아닙니다. 사기업의 새로운 돈벌이 수단을 위한 자금 마련에 기존 고객이 희생되는 일이 다시 발생되어서는 안 됩니다. 방통위가 이 모든 것을 무시하고 통신사들의 이익을 위한 결정을 한다면 그 책임을 지게 될 날이 반드시 오게 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김인성 기자는 시스템 엔지니어이자 IT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최근 일반인을 위해 한국 IT의 문제점을 지적한 <한국 IT 산업의 멸망>을 출간한 바 있다.



태그:#와이브로 , #LTE, #통신사, #통신비 인하, #방통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IT와 관련된 기술적인 내용을 쉽게 풀어서 전달하고, 엔지니어 입장에서 사회 현상을 해석하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정보통신, 컴퓨터, 인터넷, 방송, 사회적 인물등이 관심분야입니다. http://minix.tistory.com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