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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인사발령이 났군요. 회사는 저를 피디수첩에서 방출해 버렸습니다. '쌍용 해고노동자' 한 편으로 쫓아내는군요. 암담한 세월입니다." - 이우환 PD 트위터(@leewoohwan)

지난 12일 이우환 MBC PD가 <PD수첩>에서 '방출'됐다. 그것도 1993년부터 18년간 몸담아온 시사교양국이 아닌 '용인 드라미아'라는 놀이동산 개발단으로 말이다. 평PD 협의회 운영위원 가운데 한 명으로 윤길용 시사교양국장을 면담했던 한학수 <7일간의 기적> PD 역시 프로그램 제작과는 무관한 '경인지사'로 발령이 났다. MBC 노조는 이번 인사 조치를 "명백한 보복성 인사조치"라고 규정했다.

이우환 PD는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남북경협중단 조치 그 후' 아이템을 윤길용 국장이 '자신의 정체성과 위배된다', '시청률이 안 나온다'는 이유를 들어 취재중단을 지시했고, 이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마찰이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최승호 PD가 <PD수첩>에서 '방출'되면서 반발이 일자, MBC는 이에 대한 수습책으로 이 PD와 김환균 PD를 투입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두 달 만에 이 PD 역시 인사 조치를 당했다. 그가 <PD수첩>에 복귀해서 처음으로 연출했던 '쌍용차 해고자 2년(4월 19일 방영)'은 결국 마지막 아이템이 되어 버렸다.

이 PD는 "쌍용차에 이어 남북 경협 문제를 다루려고 하자, 국장 측에서 시청률 이야기를 꺼냈다. 윤길용 국장은 <PD수첩>의 정체성을 시의성 있는 프로그램이 아닌 시청률 잘 나오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PD수첩>이 시청률을 논하는 프로가 아니지 않나. <나는가수다>(나가수)도 아니고"라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측이 이후 "'얼마나 시청률이 높나'라는 척도로 <PD수첩>을 압박할 것"이라며 <PD수첩>에 대한 사전검열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 PD는 이번 인사조치의 절차상 문제점도 지적했다. 그는 "사규상 인사발령이 난 지 6개월 안에 다른 부서로 떠날 때는 본인의 동의가 필요하다"며 "그런데 회사는 이러한 절차를 깡그리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학수 PD가 함께 비제작부서로 발령 받은 것과 관련, "저 쪽에서는 이 프로그램을 특정한 방향으로 기획하는 놈, 주변에서 백업해주는 놈, 이렇게 지목을 해가지고 인사발령을 내린 건데 국장이 오판을 한 것"이라며 "여기에 있는 사람들이 누구에 의해서 선동이 되거나 조종이 되는 사람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우환 PD와 한 일문일답 요지다.  

"쌍용차에 이어 MB 대북정책 비판, 안 맞다고 본 것 같다"

지난 3월 <PD수첩>에 발령받은 이우환 PD가 연출했던 첫 아이템인 '쌍용차 해고자의 2년'.
 지난 3월 <PD수첩>에 발령받은 이우환 PD가 연출했던 첫 아이템인 '쌍용차 해고자의 2년'.
ⓒ 화면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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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사발령 통보 받은 게 언제인가.
"오늘(12일) 오후 5시 반 정도인가. 담당국장(윤길용 시사교양국장)이 나와 한학수 PD를 불렀다. '회사의 입장은 이렇다. 인사발령을 내려고 한다. 당신들의 의견을 듣고 싶다'고 하더라. 그 자리에서 우리 '이 인사발령에 승복할 수 없다. 왜 인사발령을 해야 하는지 설명을 해달라'고 하니까, 윤길용 국장이 회사의 방침이지 자기는 잘 모르겠다고 하더라. 그 면담이 끝나고 난 후 오후 6시경에 바로 인사발령이 났다."  

- '남북 경협' 아이템을 둘러싼 갈등이 인사발령의 이유인가.
"그게 표면적인 이유다. 지난 3월 <PD수첩>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했던 아이템이 '쌍용차 해고자 2년' 이었고, 두 번째 아이템으로 오는 24일 '남북 경협 중단 그 후'를 방송할 예정이었다. 2010년 5월 24일 이명박 대통령이 남북 경협 중단 조치를 한 후 북한과 무역을 했던 중소기업들이 부도도 나고 생활도 피폐해지는 등 사례들이 풍부했고, 마침 방송 날짜도 24일이라 이보다 더 한 시의성이 없다고 생각했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가지고 이야기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아이템이라고 생각했다.

지난 5일 아이템을 냈는데 월요일(9일)에 윤길용 국장이 이 아이템이 자기의 정체성과 위배된다고 하지 말라고 하더라. 제가 쌍용차 해고자에 이어서 대북정책을 하는 건 안 맞다고 본 것 같다."  

- '쌍용차' 할 때도 마찰이 있었나.  
"쌍용차 할 때는 마찰이라기보다는 제가 '이건 꼭 해야 한다. 이건 단순한 해고자의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들 생존의 문제다'라고 말했다. 첫 아이템이었으니까 얼떨결에 동의한 측면도 있었을 거다. 그런데 결과물을 보고는 '위험하다. 노동 편향적이다'라고 판단했을 거다. 그러다가 제가 또 다시 남북 경협 이야기를 하니까 '시청률'이라는 이야기를 꺼냈다. '경협 문제를 다루면 시청률이 별로 안 나오지 않느냐'고.

그런데 <PD수첩>이 시청률을 논하는 프로가 아니지 않나. <나가수>도 아니고. 전국에 있는 시청자들에게 시의성 있는 문제들을 보여주고, 이를 통해 정책의 수정을 이끌어내는 게 <PD수첩> 본연의 임무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거 하지 말고 시청률 잘 나오는 거 하라'? 국장의 정체성이라는 게 어떤 건지 잘 모르겠지만, <PD수첩>의 정체성을 시의성 있는 프로그램이 아닌 시청률 잘 나오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제 입장에서는 도저히 납득을 할 수 없다. 국장도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 '당신 같은 사람은 시사교양국에서 나와 함께 있을 수 없다. 다른 국으로 떠나라'고." 

- 언제 그런 이야기를 하던가.
"월요일에. 그래서 저는 떠날 수 없다고 했다. 저는 방송을 한 번밖에 안 했고, '인사발령이 난 지 6개월 만에 다른 부서로 떠날 때는 본인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사규가 있다. 그런데 회사는 그러한 절차를 깡그리 무시했다."  

"'시청률 얼마나 높나' 척도로 <PD수첩> 사전검열 심화될 것"

- 최승호 PD 방출에 대한 일종의 '수습책'으로 투입된 이우환 PD마저 두 달 만에 방출되었다. 앞으로 <PD수첩>이 어떻게 될 거라고 보나.
"사전검열이 심화될 거라고 생각한다. '얼마나 시청률이 높나'라는 척도로 <PD수첩>을 압박할 것이다. 그건 아주 선정적인, 비사회적인 프로그램을 하라는 거다. 성매매나 이런 아이템으로 시청률 올리라는 거다. 지상파의 다양한 기능 중에 사람들의 카타르시스를 올려주는 건 예능이 담당하는 거고 <PD수첩>은 이 사회에서 잊혀지는 소외되는 사회적인 약자를 다루거나, 함부로 할 수 없는 권력에 대한 견제를 하는 프로그램이다."

- 이번에 한학수 PD도 함께 인사발령을 받았는데. 
"한학수 PD는 '프로그램 아이템이 국장에 의해 부당하게 통제되고 있다는 성명서를 작성한 주범'이라고 해서 인사발령을 내버린 거다. 그런데 사실 그 성명서는 MBC 시사교양국 모든 사람들의 총의를 모은 거지 개인적인 관점이 들어간 건 아니다. 저 쪽에서는 이 프로그램을 특정한 방향으로 기획하는 놈, 주변에서 백업해주는 놈, 이렇게 지목을 해가지고 인사발령을 내린 건데 국장이 오판을 한 거다. 여기에 있는 사람들이 누구에 의해서 선동이 되거나 조종이 되는 사람들이 아니다."


태그:#MBC, #이우환 PD, #이우환 피디, #피디수첩, #한학수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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