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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무과장 정도면 아주 사무적인 외모에 말투일 거라는 선입견은 만나자마자 깨졌다. 수수하다 못해 복스럽게 생긴 그녀는 상대방을 편하게 해주는 재주를 가졌다. 이런 그녀에게 8월은 애잔한 달이다.

 

"2007년 8월에 돌아가신 친정어머님이 생각나서 8월이면 더욱 마음 짠해요."

 

이 말을 하는 양정숙씨(구세군 안성요양원 총무과장) 눈시울이 불거진다. 그녀는 요양원에 근무하면서 친정어머님과 비슷한 또래의 할머니만 보면 더욱 친근감이 간다. 요양원에서 제일 친한 할머니도 생전 어머님과 비슷한 이미지와 연세의 어르신이란다.

 

 

"가족처럼 따뜻하대요"

 

이런 마음을 가진 그녀가 근무하는 직장인 구세군 안성요양원(원장 하재구 사관). 직장이라기보다 그녀에겐 적어도 또 다른 어머님을 섬기는 집이 된다. 그녀와 직원들 사이에선 '요양원'이란 표현보다 '우리 집'이란 표현이 더욱 자연스럽다.

 

여기에선 보호자와 요양원의 관계에서도 모두 한 가족이란 개념이 낯설지 않다. 어차피 같은 한 부모님을 모시는 곳이라서 그렇단다. 입소 어르신을 잘 모시는 것은 어르신뿐만 아니라 가정을 살리는 일이다. 어르신이 입소하고 나면 해당가정의 리듬은 확 살아난단다. 가정도 살리고, 어르신도 살리는 일이다.

 

간혹 딸 대하듯 친근함의 표시로 귀에다 속삭이며 이름 불러주는 어르신, 신명나서 노래를 같이 부르는 어르신, 입소할 때보다 건강이 좋아져서 막 걸어 다니시는 어르신 등의 모습은 이 요양원이 살아가는 청량제가 된다.

 

 

올해도 5월 7일엔 해마다 하는 '효 잔치'가 벌어졌다. '효 잔치'라고 하니 외부 사람을 초청해서 벌였나 하겠지만, 아니다. 요양원 직원들이 꼭두각시와 각설이 분장을 하고 어르신들 앞에서 '재롱잔치'를 했다. 마치 자녀와 손자의 마음으로 어르신들을 하루 즐겁게 해준 셈이다.

 

여기서의 매일 식사 식단도 직원이나 어르신이나 구분이 없다. 그래야 어르신들의 영양 균형과 맛의 정도를 자연스레 체크할 수 있다는 것. 그래야 말로만이 아닌 진짜 가족이라는 걸 서로가 확인하는 것이리라. 그래서 "어르신들이 가족처럼 따뜻하대요"라는 양정숙씨의 자랑이 왠지 믿음이 간다.

 

어르신의 죽음은 '이별앓이'를 하게 해.

 

그러다보니 오랫동안 요양원에서 친하게 지내던 어르신이 돌아가시면 양정숙씨는 며칠씩 '이별앓이'를 하곤 한다. 물론 친정어머님을 생각나게 했으리라.

 

어르신 한분이 돌아가시면, 요양원 원장과 임직원 등이 꼭 장례식에 참여하여 유족을 위로한다. 장례식이 끝나 관계가 끊어질 만도 한데, 사후에도 대부분의 보호자들은 요양원으로 연락하기 일쑤다.

 

 

살아생전 진심으로 어르신을 대한 것과 죽어서까지도 진심으로 위로하는 그들의 진심이 통했다고나 할까. '마음은 하나님께, 손길은 이웃에게'란 이 요양원의 설립정신이 녹아있는 대목이라 하겠다.

 

"내 마음 속 최고의 요양원은 '행복한 간이역'"

 

여기엔 집단적으로 어르신을 대하는 법이 없다. 모두 개별적이다. 텔레비전을 좋아하는 분들은 그 분들끼리, 너무 밝은 것을 싫어하는 분들은 그 분들끼리 방을 사용한다. 부부가 입소한 어르신들은 유례없이 같은 방을 쓴다.

 

음식하나를 챙겨도 어르신들의 개별 건강상태와 기질에 맞춘다. 소위 맞춤형 서비스가 이루어진다. 직원들은 번거롭지만, 어르신들은 편안하다. 한 번 경험하신 분들이 입소문을 내어 여기를 찾아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최대 보람이 '입소한 어르신이 건강해져서 퇴소하는 것'이라는데 대해 이견을 달 직원이 없다. 직원회의를 할 때, 직전에 퇴소한 어르신의 이름을 불러가며 직원들이 진정으로 박수치는 일은 일상사다.

 

 

'어르신들의 행복한 간이역', 그녀가 생각하는 최고의 요양원의 모습이다. 오늘도 거기에 가면 '행복한 간이역'의 역무원들이 어르신들을 섬기느라 온종일 분주하다.

덧붙이는 글 | 이 인터뷰는 지난 9일, 구세군 안성요양원에서 양정숙 총무과장과 이루어졌다. 


태그:#요양원, #구세군 안성요양원, #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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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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