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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지금 미신고 집회 중입니다. 불법집회는 집시법 6조 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해산 하십시오. 해산하지 않으면 강제해산조치 하겠습니다."

 

2010년 7월 22일 대법원에서 '현대차 불법파견' 판결이 난 후부터 촉발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 요구집회는 지금도 매주 수요일 17시 30분이면 어김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5월 4일 수요일 17시 30분부터 수요 집회를 하오니 조합원 동지들 많이 참석 바랍니다'는 문자를 받고 가보니 18시가 가까워 지고 있었습니다.

 

집회 장소는 여전히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정문 앞. 버스에서 내려 비정규직 노동자가 많이 앉아 있는 곳으로 가서 앉자마자 등 뒤에서 들려오는 경찰차량 안내 방송. 귀에 거슬렸습니다. 집회는 17시 30분에서 18시 30분 경까지 했는데 그 가운데 경찰 차량에서 같은 안내 방송이 4번이나 흘러 나왔습니다. 경찰이 그런 압력을 가함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집회는 계속되었습니다.

 

몇 주 전 집회에 왔을 때랑 별반 달라진 풍경은 없었습니다. 현대자동차는 여전히 정문에 대형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그것도 모자라 대형 버스로 출입구를 막고 있었으며 사람 다니는 길로는 현대자동차 직원 옷을 입은 사람들이 3겹으로 줄지어 서있었습니다. 맨 앞줄에는 젊고 건장한 남자들이 서 있었고 뒤로는 나이든 사람들이 서 있었습니다. 찬찬히 살펴보니 나에게 시비를 걸고 밀쳐내던 경비도 있었고 안면 있는 경비도 여럿이 눈에 띄었습니다. 현대차 직원 옷을 입은 수백 명의 사람들은 어깨띠를 하고 있었는데 거기에 안전운전 하자는 내용들이었습니다.

 

현대자동차 직원 옷을 입은 사람들 앞으로 경찰이 질서유지선 끈을 들고 한줄로 죽 서 있었습니다.

 

"불법파견 판결났다. 정규직화 실시하라!"

 

내가 집회 현장에 도착했을 땐 이웅화 비대위원장이 연설을 마친 직후였습니다. 그래서 끄트머리 구호만 들을 수 있었습니다. 집회는 차선으로 밀려나 앉은 채 하고 있었습니다. 나도 비정규직 노동자가 앉아 있는 뒤에 조용히 앉아 집회를 지켜보았습니다.

 

"저는 현대차 관리자에게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당신들 위해서 구사대로 돌변해 우릴 막는 것이냐, 아니면 짤리는 게 겁나서 억지로 나와 서 있는 것이냐고 묻고 싶었습니다. 당신들 집에도 가족이 있고 자식도 있지 않느냐고 묻고 싶었습니다."

 

"현대차가 우릴 아무리 탄압하고 억압해도 우리는 투쟁할 것입니다. 전국의 노동자들도 지지 응원하고 있습니다. 정몽구 회장에게 똑똑히 보여 줍시다. 대법원에서 불법파견 판결났으니 정규직으로 전환시켜 줄 때까지 투쟁합시다."

 

"집회 신고 투쟁하러 서울 서초경찰서에 갔었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벌써 현대차 직원이 20여 명 쭉 서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우린 1차 상경투쟁에 이어 2차 상경투쟁도 힘차게 진행하고 왔습니다."

 

"저는 2005년 노조에 가입했고 정규직, 비정규직이 뭔지도 모르고 가입하고 활동했습니다. 저는 좀 더 재밌는 일터가 되기를 바라면서 노조활동을 해왔습니다. 회사는 그 때부터 노조 탈취공작을 집요하게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해고자가 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비정규직 철폐하고 인간답게 살아보자!"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는 지금 어렵사리 굴러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얼마전 노조 새 지도부를 선출하려 선관위가 꾸려지고 활동에 들어 갔으나 새 지도부를 만들어 이끌려는 후보자가 없어서 선관위는 해체 되었습니다. 대법원에서 불법파견 판결났을 때만 해도 희망에 부풀어 있었는데 현대차도 현대차 노조도 대법원의 불법파견 판결을 외면한 채 '점진적으로 풀자'는 애매모호한 협상 카드를 들고 나와 안을 받으라 하니 우린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했었습니다.

 

여기다 불법파견업체로 지목된 업체에서 징계를 남발해 모두 700여 명이 크고 작은 징계를 받은 상태입니다. 이웅화 비대위원장의 경우 정직 2개월 받고 위원장으로서의 소임을 다하며 2개월을 다 채우고 다시 출근하니 다시 징계위에 회부되어 이번엔 해고통보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이런 어려운 가운데서도 오늘 집회엔 많이 참석했다고 사회를 보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말했습니다.

 

"서울에 2차 상경투쟁 갔을 때 연대집회에 연사로 나온 분이 이런 말을 하더군요.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가 움직이면 꼭 따라 다니는 두 가지가 있다. 뭔 줄 아느냐? 바로 비가 따라 다닌다. 지난 1차 상경투쟁 때도 4박 5일간 비가 내리더니 2차 상경투쟁 때도 비가 내리고 있다. 또 하나는 짭새(경찰)가 따라 다닌다는 거다. 우리도 엄청 많이 그리고 강경하게 투쟁하고 있는데도 짭새가 따라 다니지 않는데 울산서 서울까지 짭새가 따라 다니는 거 보면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의 불법파견 투쟁이 얼마나 중요한 투쟁인지 우리는 알 수 있다."

 

나는 2차 상경투쟁에 함께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같은 동네에 사는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물어보니 그렇게 말했습니다. 지난 지도부가 중도 사퇴하고 아직 새 지도부도 들어서지 못했지만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의 불법파견 집회는 힘차게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1시간 집회후 자진 해산하자 경찰이 먼저 질서유지선 끈을 걷고 퇴각했고 현대차 옷을 입은 사람들은 우리가 해산하고 나서도 한참이나 서 있다가 해산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들이 흩어지는 것을 본 후 나도 집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습니다.

 

"끝까지 투쟁해서 정규직화 쟁취하자!"

"악으로 깡으로 정규직화 쟁취하자!"

 

그들의 힘찬 구호가 그들의 힘찬 함성이 집에 오는 내내 우렁차게 가슴을 칩니다.

 

 


태그:#현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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