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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놈들이 우리 땅 뺏어간 거랑 똑같은 방법이야. 토지 등기하라고 신문에다가 적어놓으면 글도 모르는 사람들이 어떻게 아나? 그때 농사짓는 땅 그대로 다 빼앗아간 놈들이랑 뉴타운 추진하는 놈들이 다 같은 놈들이라니까"

 

60대 노인의 목소리는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동년배로 보이는 주변 사람들은 그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도나도 한 마디씩 하자 분위기는 점점 고조됐다. 한명의 발언이 끝날 때마다 여기저기서 '옳소'라며 맞장구치기도 했다. 3일 1시 30분, 경기도청 앞의 모습이다.

 

하루 전인 2일, 경기뉴타운재개발 반대연합은 3일 오후 2시 경기도청 앞에서 뉴타운 개선안 폐기와 뉴타운재개발 근본해법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연다고 밝힌 바 있다. 사전 공지한 2시가 다가오자 부천, 의정부, 구리, 오산, 광명, 평택, 군포 등 경기도 내 뉴타운 지역에서 지역주민을 싣고 출발한 전세버스가 속속 도착했다. 이날 도내 각 지역에서 올라온 500여 명의 주민들과 이들의 도청 진입을 막기 위해 배치된 경찰 3개 중대로 이 일대는 매우 혼잡을 빚었다.

 

모두 발언에 나선 목영대 경기뉴타운재개발반대연합 상임위원장은 "도지사가 재개발로 피해를 입은 우리 주민들에게 사과하며 75% 이상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추진 안 하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고 "뉴타운 개발하면서 여러분의 재산을 얼마나 보상해주는지 알려주지 않았다. 이건 강도짓이고 사기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정부에서 2시간 걸려서 도청까지 왔다는 권오순(69)씨는 "지금 뉴타운 추진하면 내 나이가 예순아홉인데 죽기 전에 볼 수나 있겠나"며 분통을 터뜨렸다. 실제로 이날 집회에 참석한 500여 명의 주민들 대다수는 50대 이상이었고 그 중 대부분은 60, 70대 노인들이었다. 권씨는 이어 "그냥 편하게 내 집에서 살다가 죽는 게 소원"이라고 말했다.

 

이어진 퍼포먼스에서 뉴타운 정책에 관한 주민들의 분노가 그대로 드러났다. 이날 행사 무대 앞에는 8개의 위패가 놓여있었는데 각각에는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각 자치단체장의 이름과 그들이 했던 발언들이 적혀있었다. 한 주민이 먼저 위패 위에 적힌 이름에 찰흙과 물감으로 제작한 '오물'을 한 움큼 문질러대자 순식간에 많은 주민들이 몰려들었다. 흥분한 어느 주민은 도로에 놓여있던 삼각뿔을 가지고 위패들을 내려치기도 했다.

 

예정된 순서가 목영대 상임위원장과 각 지역 대표들이 항의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도청 앞으로 향하자 미리 배치된 경찰들이 도청 정문에서 이들의 진입을 막아 세웠다. 한편에선 다른 길로 우회해서 도청으로 진입하려는 주민들과 이를 막던 정장 차림의 경찰관계자 사이에서 충돌로 인해 고함이 오고가기도 했다.

 

"암 환자에게 모르핀 주지 말고 확실한 해결책 제시해라"

 

38년 벌어서 집을 구입해서 월세로 생활해 온 김미숙(61)씨는 "이제 먹고 살려고 하니까 이제 그것도 못한다. 아파트를 준다고 하더라도 관리비랑 생활비는 누가 내주나"며 뉴타운 정책을 비판했다. 또한 그는 "나 지난 선거 때 김문수 찍었고 도지사 당선을 위해서 도왔는데 나한테 이럴 수가 있나? (정문 앞에서 길을 막는 경찰을 가리키며) 내가 찍은 도지사를 만나러 간다는데 왜 경찰을 내세워 우리를 막나"며 고함을 질렀다.

 

이의환 정책국장은 "보금자리 주택이 많이 보급되어 미분양이 뻔히 예상되고 있는 경기도에서 기존 뉴타운으로 지정한 곳에 대해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는 않고 있다"며 "암 환자에게 모르핀만 주면서 계속 참으라고 할 순 없지 않나? 또한 지금 김문수지사는 대화도 거부하고 면담도 거부하고 있는데 해결의지 자체가 없는 것 아닌가"라고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비판했다.

 

경기도재개발반대연합은 뉴타운 추진 지역에서 진행하고 있는 순회 집회를 계속 진행할 예정으로 5월 18일 광명에 이어 향후 부천과 오산에서도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태그:#경기도, #뉴타운, #김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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