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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 김구 선생이 승녀로 잠시 머문 곳으로 유명한 충남 공주시에 있는 마곡사. 한 독립운동가의 자주와 독립 정신이 깃든 이 절 들머리에서 100m 정도 떨어진 곳엔 영문으로 중앙현관 위의 대형 간판을 장식해 놓은 초등학교가 있었다. 가로 5m, 세로 80cm 정도 크기의 간판에 다음과 같은 영어 글귀가 적혀 있다.

 

"Respect Yourself, Others and Your School!"

 

이 영문 아래엔 "나·너·우리학교는 매우 소중합니다!"라고 적힌 한글이 박혀 있다.

 

지난 23일 찾은 마곡사의 들머리. 처음엔 멀리서 영문 글귀가 적힌 2층 건물을 보고는 영어마을 분원이거나 영어 연수원인 줄 알았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보니 교무실, 교장실, 학년과 반까지 모두 영어로 박아놓은 공립초등학교인 ㅁ초였다.

 

이것만이 아니다. "교장실의 교육목표와 교실에 적어놓은 글귀가 모두 영어로 되어 있다"고 이 학교 관계자는 귀띔했다. 환경 미화를 영문으로 한 셈이다. 일부 초등학교가 영어 홍보물을 게시한 사례는 있지만 이 학교처럼 영문으로 된 대형 간판을 내 걸거나 환경 미화를 영어로 한 것은 드문 일이다.

 

하지만 '나, 너, 우리학교는 매우 소중하다'고 내건 이 학교는 우리말보다 영어의 소중함을 앞세운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우리나라 초등학교의 교육목표와 추구하는 인간상은 다음과 같은 것이기에 더 그랬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영어몰입교육' 강조하던 2009년 내걸어

 

"우리의 전통과 문화를 이해하고 애호하는 태도를 기른다"

"우리 문화에 대한 이해의 토대 위에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사람"

 

이 학교에 영어 간판이 들어선 때는 이명박 정부 출범 1년 뒤인 2009년 3월. 영어몰입교육이 한창 정부여당 인사의 입길에 오르내릴 때다. 이 학교는 이 해부터 2010년까지 영어교육시범학교였다. 이 학교 김아무개 교장은 28일 전화통화에서 다음처럼 말했다.

 

"그 때는 영어몰입교육을 강조하던 때다. 영어시범학교를 하면서 2년 동안 영어에 매달렸다."

 

그렇다면 간판의 영어 글귀는 어떻게 나온 것일까? 다시 김 교장의 설명이다.

 

"미국 LA로 연수를 갔다가 어느 학교 교문에 적힌 글귀를 옮겨온 것이다. 원래는 영어로만 적으려고 했는데 논란이 있었기 때문에 한글도 밑에다 적었다."

 

김 교장은 이어 "이제 간판을 바꿀 때가 되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냅니다. 


태그:#영어몰입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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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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