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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4·27재보궐선거가 끝났다. 특히 '불법이다', '아니다'를 놓고 전국적인 관심이 집중된 강원도지사 선거에서 민주당 최문순 후보가 51.08%(29만3509표)를 득표해 46.56%(26만7538표)를 득표한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를 4.52% 차이로 제치고 당선됐다.

 

당락에 있어서 여러 가지 변수가 있겠지만, 기자는 두 후보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위터를 선거운동에 어떻게 활용했는지를 분석했다.

 

 

엄기영은 '홍보'하고, 최문순은 '소통'했다

 

먼저 자신소개 부분에 있어서 엄기영 후보는 "사랑하는 도민 여러분! 강원의 아들 엄기영입니다. 저는 고향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칠 각오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위기의 강원도를 꼭 구해낼 것입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과 대기업을 반드시 유치해 경제를 살리겠습니다. 저 엄기영! 잘사는 강원 반드시 이루겠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했다.

 

반면 최문순 후보는 "18대 민주당 국회의원 사퇴서를 제출하고, 민주당 강원도지사 예비후보가 되었습니다. 문순C로 불러주시면 감사. 강원도를 지켜내겠습니다!"라고 엄 후보에 비해 다소 친근감을 주는 표현을 썼다.

 

트위터 아이디 또한 엄기영 후보의 아이디(@Ohmji_WoW)에 비해 최문순 후보(@Moonsoonc)의 아이디가 쉽게 기억되는 효과가 있다.

 

팔로어 숫자 또한 개표가 모두 끝난 4월 27일 23시 30분 현재 최문순 후보는 3만9388명(팔로잉 3만9879명)인데 비해 엄기영 후보는 7719명(팔로잉 8091명)으로, 최 후보가 5배 정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 후보는 후보등록 전부터 이미 트위터를 통한 소통을 해왔고, 엄 후보는 선거를 바로 앞두고 트위터를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트윗 건수도 엄 후보(79건)에 비해 최 후보가(874건) 11배 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트위터 영향력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로 리스트된(Listed) 숫자를 꼽는다. 트위터에서 100명 이상의 인원을 팔로잉했을 때 모든 글(트윗)을 놓치지 않고 읽는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 따라서 주요인물의 글을 반드시 보아야겠다고 판단할 때 그 사람을 리스트에 등록해 관리하게 된다. 리스트에 올려둔 사람의 글은 기일이 경과되어도 볼 수 있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누군가에게 리스트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그 사람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는 의미이다. 엄 후보를 리스트에 올린 사람은 193명에 불과했지만, 최 후보는 이보다 13배나 많은 2464명이 리스트에 올렸다.

 

트윗(글쓰기) 방법에 있어서도, 엄 후보는 문자 위주였지만 최 후보는 대부분이 사진 위주였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장황한 글로 설명하기보다 사진 한 장으로 보여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볼 때 엄 후보는 트위터 활용에 있어 최 후보보다 다소 미숙했음을 알 수 있다.

 

트윗 내용 또한 엄 후보는 정형화된 선거운동 정보만을 말한 데 비해 최 후보는 "토론 어떻게 보셨나요? 개그콘서트 같지 않으셨나요? 이거 참 창피시러서…", "손수 만든 포스터를 들고 나와주신 선생님 덕분에 힘이 난다. 힘이 나!", "첫 만남 보고, 엄기영 후보에게 헛개나무 컨디션과 우루사를 드렸습니다. '오랜만입니다'라는 인사와 함께" 등의 트윗에서 보이는 것처럼 인간적인 면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했다.

 

트위터는 치적 홍보용이 아닌 소통의 도구가 되어야

 

 

또한 "오늘 처음 엄기영 후보를 만나는데 무슨 말을 할까요?", "'콧등치기' 아시는 분? 찰랑찰랑 메밀면발이 콧등을 친다고 해서 붙은 메밀국수의 다른 이름. 맛도 좋고 이름도 기발, 맛과 멋이 있는 강원도!" 등의 트윗을 통해 팔로어들의 대답을 이끌어내려 했던 것 또한 높이 평가할 수 있다.

 

선거운동 중 차량에 주유를 하기 위해 차에서 내리면서, 깜박하고 목베개를 착용한 채로 내리자 주유소 직원들이 웃는 것에 대해 "사람들이 왜 웃는지 몰랐다. 차에서 눈을 붙였다가 벌떡 일어나 주유원들께 인사하고 있는데… 왜들 웃지? 나원참 창피시러서"라고 본인이 바보스럽다는 표현을 하면서 유권자들에게 가까이 가려 했다.

 

트위터를 통해 자신을 낮추려 했다는 것은 큰 장점으로 꼽을 수 있는데, 아울러 선거운동기간 중 어르신과 사진 촬영을 할 때에도 일부러 다리를 굽혀 키를 맞추려 노력했다는 것도 한 장의 사진으로 설명이 가능했다.

 

마지막으로 최 후보는 투표가 모두 종료된 27일 오후 8시께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강원 도지사 선거에 함께해주시고 성원해주신 분들 그리고 그 성원의 의미-심장에 새기겠습니다. 그 자발적 열정이 주는 큰 감동과 가슴의 울림 잊지 않겠습니다. 승패에 관계없이 여러분들이 이기셨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트윗을 올림으로써, 트위터를 선거 승리만을 목적으로만 사용한 것이 아니라 국민들과의 소통을 목적으로 사용한다는 인상을 심어줬다.

 

전 세계 트위터 사용인구는 2억여 명에 이르며, 우리나라 트위터 이용자 수도 32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되었다. 그리고 매일 사용자 수가 급증하는 추세이다. 그만큼 트위터는 정치인들에게 매력적인 매체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트위터를 이용하는 정치인과 연예인의 공통점은 주로 트위터를 자신의 치적이나 일방적 알림 용도로 사용한다는 데 있다. 팔로어들이 궁금한 것에 대한 질문을 무시하는 일은 다반사이고, 자신의 주장만으로 일관한다. 이들이 과연 트위터를 소통의 수단으로 생각하는지, 아니면 자신의 선전도구로만 알고 있는지 최문순 후보의 사례를 보며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덧붙이는 글 | 신광태 기자는 화천군청 공무원입니다. 


태그:#최문순, #강원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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