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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고등학교 역사과목을 필수로 지정하고 '2009 개정교육과정'(2011년 초등 1·2학년, 중·고 1학년부터 단계적으로 확대 시행됨)에 맞춰 교과개편을 6개월 만에 추진하느라 바쁜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가 이틀 연속 반론보도를 내어 관심을 끌고 있다. 4월 26일 <한국일보>가 보도한 '학생 교과 부담 더 늘었다'에 대한 반박이었다. 

<한국일보>의 기사는 '2007 개정교육과정'이 아직 완벽하게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2009 개정교육과정'을 실시해 현장 일선에 혼선이 있으며 학생들의 교과부담이 더 늘었다는 교사들의 의견에 대한 것이었다. 특히 기사는 학교자율이라는 명목이 있지만 실제론 초·중·고 전학년에서 이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는 것을 중요하게 다루었다.

이에 대해 교과부에서 해명을 한 셈이다. 4월 26일 정부 정책 포털사이트에 교과부가 직접 <한국일보>보도에 대해 반론을 제기한 보도자료가 올라왔다. 하지만 해당 글엔 현장 실태를 아예 모르거나 사실 관계도 정확하지 않은 내용이 나와 있었다.

정부 소식이나 반론보도가 실린 공감코리아에 실린 반론보도 내용입니다. 한국일보 기사(4.26)에 대해 반박한 내용인데 사실과 다르거나 기본 내용도 틀린 것이 많아  기본도 갖추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정부 소식이나 반론보도가 실린 공감코리아에 실린 반론보도 내용입니다. 한국일보 기사(4.26)에 대해 반박한 내용인데 사실과 다르거나 기본 내용도 틀린 것이 많아 기본도 갖추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 공감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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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이수제 없고 학생 재량권은 확대"...정말일까?

교과부는 집중이수제 때문에 학생들에게 학습결손이 생긴다는 보도에 대해 초등학교는 집중이수는 허용사항이지 의무사항이 아니라고 했다. 또 1·2학년은 5개 교과라 집중이수가 불가능하고, 3~6학년은 '2007 개정교육과정'에 해당해서 집중이수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하였다. 그런데 경북의 한 학교에서는 집중이수제가 시행되고 있다. 대체 어찌 된 일일까?

전교조 경북지부에 따르면 문경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학교와 지역사회의 요구로 3학년과 5학년이 1학기에는 음악, 2학기에는 미술 과목을 집중이수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은 처음에는 "초등학교에 무슨 집중이수가 있나?"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교과부에서 권장하고 있으니 우리도 어쩔 수 없다"라고 밝혔다. 교과부가 불가능하다고 하는 집중이수가 어떻게 버젓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교과부의 재반론이 궁금하다.

창의적 체험활동에 대해서 교과부는 학교급별 학생의 발달 단계를 고려하고 학교의 특색에 맞는 교육과정을 편성할 수 있는 자율권을 기존 교육과정보다 확대했다고 하였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자율권이 오히려 줄어들었다고 성토한다. 왜일까? 교육과정 문서를 보면 한눈에 알 수 있다.

-  초등학교의 재량 활동은 창의적 재량 활동으로 운영한다.(2007개정교육과정)

- 다. 초등학교 교육과정 편성·운영의 중점
 ⑹ 정보통신활용교육, 보건교육, 한자교육 등은 관련 교과(군)와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을 활용하여 체계적인 지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다. (2009개정교육과정)

'2007 개정교육과정'은 재량활동을 창의적 재량활동 중심으로 운영하라면서 어떤 제약도 두지 않았다. 그야말로 학교나 학급에서 자율적으로 학생의 발달 수준이나 지역사회 요구를 수렴하여 다양한 교육을 할 수 있게 만들어놓았다. 이 시간에는 영어나 한문 같은 독립 교과나 과목도 할 수 없게 했다. 2007년에 교육과정심의회를 할 당시 모든 심의위원이 교과부가 가장 잘한 일이라고 칭찬한 조항이기도 하다.

그런데 일선에선 '2009 개정교육과정'이 내년(2012년)과 그 다음해(2013년)에 3학년 이상의 학년까지 확대시행된다면 4~6학년에 배당된 창의적 체험활동 시수가 4시간에서 3시간으로 줄게 되고 정보, 보건 여기에 한자 과목까지 들어와서 자율성이 없어진다는 불만이 많았다. 오히려 최근에는 아직 '2009 개정교육과정' 적용을 받지 않는 3~6학년에 한문수업이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다. 왜일까? 바로 학교자율화 조치로 재량활동과 특별활동을 합쳐서 창의적 체험활동을 운영하라고 하니, 한자까지 가르치게 되는 것이다.

2009년에 열린 2009개정교육과정 2차 공청회 입니다. 그 때도 짧은 기간에 비밀리에 졸속으로 연구하더니 이번 교과교육과정개편도 비밀리에 하다가 최근에야 공개되고 있습니다.
 2009년에 열린 2009개정교육과정 2차 공청회 입니다. 그 때도 짧은 기간에 비밀리에 졸속으로 연구하더니 이번 교과교육과정개편도 비밀리에 하다가 최근에야 공개되고 있습니다.
ⓒ 신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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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교육이 원래 있었다?

한술 더 떠서 없는 사실까지 만들어낸 부분도 있다. 바로 초등학교에서 한자교육을 의무적으로 했던 걸 완화했다는 대목이다.  

"한편, 정보통신교육, 보건교육, 한자교육은 기존 교육과정에서는 의무적으로 시행되던 것을 학교의 실정에 맞게 자율적으로 교과(군)와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을 활용해 지도할 수 있도록 그 자율권을 확대한 것으로……" (공감코리아에 실린 교과부의 반론 대목)

이중 보건과목은 2008년에 이주호 교과부장관이 의원 시절에 만든 보건교육과정 때문에 들어온 것이다. 그런데 한자교육은 근래 한 번도 의무적으로 가르친 적이 없었다. 교과부에서 이런 기본적인 것도 모르고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억지를 부리는 것일까?

'2009 개정교육과정'이 고시되기 전까지 교육과정에 없었던 한자 교육은 일부 교장단이 학교에 끌어들여서 가르치다가 '2009 개정교육과정' 개정작업에서 마지막에 끼어들어 와 생기게 되었다. 그 자체로는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한자 교육이란 말만 넣어놓고 관련 교육과정조차 만들지 않아 많은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는 게 문제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사교육업체의 교재로 수업을 하고 있으며 한글도 제대로 안 배운 1학년부터 어려운 한자를 쓰게 만들고 있다. 

이 외에도 교과부의 보도내용을 보면 '2009 개정교육과정'이 운영방법에 대한 것이라서 교과 난이도나 내용 재구성 등에 아무 영향이 없다거나 6학년 학습결손 대책을 세워 혼란이 없다고 하다고 했는데 이는 정말 무책임한 발언이다.

교과부는 지난 2년간 교과별 수업시수 20% 증감을 학교자율화라는 이름으로 강요해서 실적을 보고 하게 했다. 그 결과 초등학교조차 국·영·수 시간이 늘고 예체능은 줄어들어 여러 교과목의 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올해는 예체능은 그냥 둔 채 국·영·수만 늘려서 초등학생 수업시수가 늘어난 상황이다. 아이들과 교사들만 허덕이고 있다.

6학년 학습결손에 대해서도 부실한 대책으로 수업이 제대로 안 이뤄진다는 비판에 교과부는 "할 만큼 했다"고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유례없이 언론에서 교육과정 분석 기사를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거기에 대응을 하는 과정에서 교과부에 이래저래 무능과 무식만 탄로 나고 있는 셈이다.


태그:#2009개정교육과정, #집중이수제, #창의적체험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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