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부터 매년 주축 선수를 보내야 했던 넥센 히어로즈는 '없는 살림' 때문에 항상 약한 전력으로 시즌을 꾸려 나가야 한다.

그러나 넥센에게도 다른 팀의 부러움을 살만한 포지션이 있으니 바로 1번타자 장기영이다. 이대호(롯데 자이언츠)의 경남고 동기이기도 한 장기영은 작년 타율 .283 123안타 41도루를 기록하며 목동구장의 돌격대장으로 맹활약했다.

올 시즌에도 김시진 감독은 장기영을 고정 1번으로 박아 두고 나머지 타순을 고민했지만, 장기영은 시즌 초반 지독한 '풀타임 2년차 징크스'에 시달리고 있다.

개막 후 10경기에 출전한 장기영은 24타수 3안타(타율 .125)라는 극심한 부진에 빠지며 지난 15일 끝내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고 말았다.

비록 장기영은 부진하지만, 톱타자는 여전히 넥센의 자랑거리다. 10년 차 내야수 김민우가 공격 주요 부문에서 상위권에 오르며 장기영의 자리를 확실하게 대체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7년 동안 74경기, 방출 안 당한게 이상했던 백업 내야수

 2008년까지 김민우는 프로 적응을 못한 대표적인 선수였다.

2008년까지 김민우는 프로 적응을 못한 대표적인 선수였다. ⓒ 넥센 히어로즈

김민우는 부천고 졸업반이던 지난 1997년 현대 유니콘스에 2차 4번 지명을 받았지만, 프로 직행 대신 대학 진학을 택했다.

당시엔 1차 지명 외에 '고졸 우선 지명(연고지역 고졸 선수 3명을 우선 선발하는 방식)'이 있었기 때문에 김민우의 대학 진학은 결코 나쁜 선택이 아니었다.

한양대로 진학한 김민우는 대학 무대에서 기량이 일취월장, 4년 후인 2020년 현대에 입단할 때는 3억4천만 원이라는 거액의 계약금까지 챙길 수 있었다(그때까지만 해도 현대는 '서울입성'을 노리던 부자 구단이었다).

하지만 대학 야구의 천재 타자에게도 프로의 벽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신인시절 김용달 타격 코치의 권유에 따라 스위치히터로 변신을 시도했다가 실패했던 김민우는 2004년에는 프로야구계를 강타한 병역비리 사건에 연루돼 3년 간 야구계를 떠나 있었다.

2008년 공익근무를 마치고 복귀했지만, 김민우의 소속팀은 한국시리즈 4회 우승에 빛나는 명문 현대 유니콘스가 아니라 낯선 신생팀 (우리) 히어로즈였다.

김민우는 2008 시즌 단 16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했고 타율은 1할도 채 되지 않았다(16타수 1안타 0.056). 프로 입단 후 7년 동안 단 74경기 밖에 나서지 못한 백업 내야수. 방출당하지 않은 게 용할 정도였다.

'풀타임 2년차 징크스' 걸린 장기영 대신 톱타자로 맹활약

 김민우 올 시즌 넥센에서 가장 위협적인 타자다.

김민우 올 시즌 넥센에서 가장 위협적인 타자다. ⓒ 넥센 히어로즈

그러나 2009 시즌을 앞두고 김민우에게 의외의 기회가 찾아 온다. 부동의 주전 3루수였던 정성훈이 FA 자격을 얻고 LG트윈스로 이적한 것이다.

김민우는 2009 시즌 78경기에 출전해 .264의 타율을 기록하며 1군에 어울리는 선수가 되기 시작했다.

2010년에는 한층 더 성장해 128경기 타율 .257 115안타 9홈런 28도루의 준수한 성적을 올렸고, 7월에는 생애 첫 올스타전 무대를 밟기도 했다.

3300만 원이었던 연봉도 8천 만원(142% 인상)으로 훌쩍 뛰어오른 김민우는 올 시즌 넥센의 톱타자로 변신해 생애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김민우는 26일까지 타율 5위(.366), 최다안타 1위(26개), 도루 5위(5개)를 달리며 부진에 빠진 장기영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우고 있다.

27일 한화 이글스전에서는 1회말 첫 타석에 볼넷을 골라 나가 박정준의 2루타 때 홈을 밟으며 결승 득점을 기록했고 7회 공격에서는 안타를 추가했다.

김민우의 결승 득점과 선발 투수 금민철의 호투, 그리고 불펜진의 효과적인 이어 던지기에 힘입어 한화를 2-0으로 꺾은 넥센은 시즌 개막 후 처음으로 3연승 고지를 밟았다.

외국인 에이스 브랜든 나이트(평균자책점 2.27)의 호투와 오재영, 박준수, 이정훈, 송신영으로 이어지는 탄탄한 불펜도 있지만, 넥센 상승세의 일등공신은 역시 영웅들의 새로운 돌격대장 김민우다.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 김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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