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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우먼 김미화. 그녀는 90년대를 풍미한 개그계의 아이콘이다. 쓰리랑 부부에서 우스꽝스런 일자 눈썹을 하고 연기를 하던 그녀가 어느 날 40세의 나이로 대학에 입학해 만학도가 되더니 대학원까지 진학해 언론정보학 석사를 취득했다. 그리고 2003년부터는 일반 대중연예인으로서 맞기 힘든 시사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가 되어 지금까지 8년을 해오고 있다.

현재 MBC 시사프로의 대표적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는데 언제부턴가 그녀와 그녀의 라디오 프로그램을 둘러싸고 적지 않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고 최근에도 그렇다. 그럼에도 내색하지 않고 개그우먼 김미화다운 씩씩한 모습으로 자신이 할 일에 집중하고 이겨낸다.

인터뷰 당일이던 4월 22일은 비가 내려 우중충하고 쌀쌀한 날씨였다. 약속 장소인 MBC 라디오 센터에 가서 연락하자 그녀는 웃으며 지인과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곧 이어 우리를 향해 손짓하며 따듯한 커피를 건네어 주곤 인터뷰 장소로 이끌어갔다. 희극인 특유의 유머와 여유로 인터뷰 시작 전부터 편안하게 해준 그녀는 인터뷰에 돌입하자 시종 진지한 모습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인터뷰를 통해 방송인 김미화가 전하는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 그녀의 인생사, 만학도로서 기성세대로서 젊은이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들을 담아낼 수 있었다.   

"고등학생 때 군부대 위문공연 사회 보기도"

기자와의 대화에 집중하고 있는 방송인 김미화씨
 기자와의 대화에 집중하고 있는 방송인 김미화씨
ⓒ 고범중, 김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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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미화씨의 10대 시절은 어떤 고민으로 가득했는지.

나는 6살부터 코미디언이 되는 것을 동경했다. 어떻게 하면 텔레비전에서 코미디프로 한번 볼 수 있을까 생각했다. 더군다나 가정 형편도 넉넉하지 않고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이다보니 더욱 코미디언이 되는 것에 몰입했다. 또 막연하지만 고생하는 우리 엄마와 가족들을 위해 부자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었는데 코미디언이 되는 것이 그 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빨리 사회에 진출하기 위해 상고에 갔다. 졸업하던 해에 19살이었는데 코미디언이 됐다.

- 코미디언이 되기 위해서 어떤 노력들을 했나 ?
학교에서 오락부장, 응원단장은 빼놓지 않고 했다. 고등학교 때는 학교에서 재능을 인정받아서 군부대 위문공연 사회를 내가 직접 보았다. 내가 진행을 재밌게 하니까 군인들도 많이 좋아했고 그 속에서 나도 많은 희열을 느꼈다. 군부대위문가서 사회도 보았다. 내가 사회를 잘 봐서 군인들이 좋아했다. 그러면서 오디션에 응시하곤 했는데 다들 졸업하면 오라고 했다. 그래서 졸업하고 오디션 봐서 합격했다. 그래도 어렸지만.

- 20대에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다면 ?
물론 코미디언이 된 것. 19살에 코미디언이 되었는데 활동을 일찍 시작하다보니 어떤 분들은 내 실제 나이보다 더 높게 보기도 한다. 개그맨으로서 희화화된 몸짓, 연출, 외모 등을 어필해야 된다고 생각했고 이를 위해 일자눈썹, 입 큰 개구리 등의 상징어를 만들어갔다. 그런데 당시에 코미디하면 무시하는 사조가 다분했다. 코미디언은 뭔가 부족하고 하찮다는 인식들이 많았는데 실제로 당시 코미디 프로그램을 맡게 된 한 프로듀서가 굉장히 기분 나빠 했던 기억이 있다. 스스로 이러한 경향에 일조하는 코미디언이 아닌가 반성하게 되었고 이것을 깨뜨리는 코미디언이 되고 싶어 공부하며 틀에서 벗어나는 사고를 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코미디언으로 꼭 성공하겠다는 열망이 강했기 때문에 이러한 노력들은 당연했다.

- 김미화씨의 20대 초반 시절은 대한민국의 격동기였는데 무얼하고 있었나 ?
코미디언으로 성공하고 싶다는 열망에 빠져 있었고 '쓰리랑부부'로 한참 인기몰이를 하고 있었던 시기였기 때문에 당시 상황이 실제보다는 덜 와 닿았다. 쉽게 말해 내 성공을 위한 열망을 이루기 위해 내 모든 걸 바치고 있던 시기였기 때문에 외부 상황에 눈을 돌리지 못 하고 있었던 거다. 그래서 어느 시점에선가 나를 반성해 보게 되었고 너무 많이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왜 개그에 콘서트 접목 못 하나', 틀에 박힌 생각에서 탈피 

- 희극인으로서 사는 것 중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
사람들이 나를 좋아해준다는 것이다. 좋아하는 것이 그냥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따뜻하게 좋아해 주신다. 내가 사랑받고 싶은 욕구가 강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연예인이라고 해서 다 따듯한 사랑을 받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내가 코미디언이기에 이렇게 사랑받을 수 있는 것 같아 너무 좋다. 또 하나는 내가 코미디를 하면 사람들이 웃고 좋아한다는 것 이다. 물론 힘들 때도 있지만 나의 생각, 몸짓, 말투를 통해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은 희극인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느낀다. 연예인의 여러 분야보다도 코미디언이라는 직업이 가장 멋진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큰 고통을 감수하며 아이디어를 짜고 몸을 던져야 한다.

- 개그맨이라는 직업 특성상 남을 웃겨야 하는데 늘 즐겁지만은 않을 것 같다. 힘들 때는 없었는지 ?
코미디언들은 보통 힘든 일이 있을 때도 겉으로 내색하기 힘들다. 내가 살아 온 인생은 비교적 남들에 비해 힘든 일을 많이 겪은 편인데 나 또한 아프다는 내색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무대에서 연기에 몰입하고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그 속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었고 대중들이 이것을 좋아해주고 긍정적으로 반응해주는 것이 나에게 약이 되어주었다. 그래서 너무 감사한다. 만약 내가 내 안의 끼를 무대에서 풀어낼 수 없었다면 많이 힘들었을텐데 다행히 이 직업을 가져서 힘들면서도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더불어 힘든 일을 겪으면 심도 있게 고민하고 고찰해 보는 편인데 항상 일어난 일의 의미를 찾으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의미를 찾아내고 긍정적인 사고로 바꾸려고 노력하다 보면 고통을 이겨낼 수 있다. 때로는 어떤 일이 나에게 찾아올까 하는 기대를 하기도 한다."

- 꿈을 이루기 위한 방법 중 자신만의 남다른 비결은 ?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는데 하나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감정을 공유하는 것과 틀에 박힌 사고로부터 탈피하는 것이다. 내가 오랫동안 고민한 것은 어떻게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어릴 적 동네가 가난했지만 이웃사촌들이 가족처럼 서로 나누고 공유하며 지냈고 나는 이것을 가슴속에 간직하고 산다. 그러기 위해 지금도 나와 일하는 사람들과 감정을 공유하고 그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러다보니 자연스레 혼자만 잘 살기 위해 남에게 담을 쌓는 것이 아니라 모두 하나의 공동체가 되어 유화되어 굴러가는 것이다.

내가 '개그 콘서트'를 고안했을 때 일반 가수들이 무대에서 공연하고 관객들이 환호하는 콘서트의 개념이 왜 개그에는 접목될 수 없을까 ? 하는 의문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사고를 바탕으로 지금의 개그콘서트가 만들어졌고 개콘은 지금 많은 후배들이 개그맨으로 활동할 수 있는 큰 무대가 되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관계를 중시하는 것과 틀에 박히지 않고 달라지려는 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과거에도 그랬듯 현재도 앞으로도 영원한 희극인"

- 전에 비해 희극인으로서 활동이 많이 줄었다. 언제 다시 활발하게 활동할 것인지 ?
언제든지 가능하다. 다만 보시는 분들이 모르는 시사프로의 어려움이 있는데 가령 나는 대중 연예인임에도 방송국 직원같이 매달려야 한다. 왜냐하면 보통의 연예프로들을 보면 일주일에 생방송이 없거나 한 번에서 두 번 정도로 하는 반면 시사 라디오의 경우는 일주일 내내 생방송으로 진행된다. 또 시간도 6시에서 8시다 보니 다른 개그프로나 연예프로에 출연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게다가 성격이 하나에 충실하고자 하는 성격이기에 더욱 치열하게 시사 프로그램에 열정을 쏟았고 대중 연예인으로서 시사프로그램을 맡는다는 부담감을 이겨내기 위해 더욱 노력했기 때문에 이외의 일을 잘 하지 못했다. 나는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현재도 미래에도 영원한 희극인으로 남을 것이다.

- 미래의 엔터테이너 김미화는 어떤 모습이었으면 좋겠나 ?
인식과 문화라는 것이 느리게 바뀐다. 현재 우리나라의 연예문화를 보면 젊은층들이 주류이고 나이가 들면 그 사람의 경륜을 존중하기보다는 새로운 인물을 찾아 대체하는데 열을 올린다. 나는 이 부분에서 일조를 하고 싶다. 가령 미국이나 유럽을 보면 나이 많은 사람들의 경력을 존중해주고 그 사람들만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인정한다. 이 부분이 참 부러운데 우리나라에서도 무대에서 늙어가고 싶다는 것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문화가 되도록 하는데 노력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 나는 지금 당장 잘 나가는 젊은 친구들과 겨뤄도 지지 않을 만큼의 준비를 하고 있고 또 자신도 있다.

방송 시작 1시간 전 사전 준비중인 모습을 꼭 찍어야 한다는 기자의 요구에 흔쾌히 응해주고 있는 방송인 김미화씨
 방송 시작 1시간 전 사전 준비중인 모습을 꼭 찍어야 한다는 기자의 요구에 흔쾌히 응해주고 있는 방송인 김미화씨
ⓒ 고범중, 김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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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김미화, 청춘들에게 외치다

- 취업, 주거문제, 결혼 등 요즘 20대들을 둘러싼 사회 환경은 참 복잡하고 어렵다. 자녀를 둔 어머니로서 젊은이들에게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나 ?
20대를 둘러싼 사회 환경은 요즘 정말 힘들어 보인다. 그래서 솔직히 말하면 20대들을 보면 안타깝고 불쌍하다. 내가 40살에 대학생들과 함께 공부를 했는데 지켜보면 어려운 사회 환경 속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것 같다. 그럼에도 힘을 내야한다고 말하고 싶다. 젊은이들이 희망을 놓으면 사회의 희망도 사라진다. 얼마 전 일본에 갈 일이 있었는데 일본이 이전 같지 않더라. 젊은이들이 희망을 놓은 것 같고 실제로 일본 사회에서도 그렇게 평가하던데 이에 반해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매우 활기차고 다양한 활동을 한다.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고 어려움 속에서도 미래를 향해 나아갔으면 좋겠다."

- 요즘 대학생들이 열중하고 있는 '스펙쌓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
스펙을 쌓아야 하지만 뭐라고 섣불리 조언해 주기가 어렵다. 그러나 한가지 제언하고 싶은 것은 자신이 행복할 수 있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인생의 주인공은 자신이기 때문에 부모님이 원하는 일이나 주변 사람들의 기대에 부흥해서 살아가는 것보다는 자신만을 위한 활동을 했으면 좋겠다. 가령 여행이나 봉사활동처럼 말이다. 여행을 떠나면 자신을 돌아보고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여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고 봉사활동의 경우는 내가 직접 해보니 기대한 것 이상의 감정을 느낄 수 있더라.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산 정상에 올라 밑을 바라볼 때 내가 사는 세상이 참 좁았구나하는 깨달음과 나의 미래상은 어떠해야 할 것이다 하는 깨달음이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 자녀를 두고 있는 어머니로서 자녀들과 자주 대화를 하나 ? 또 아이들이 어떤 사람이 되길 바라고 있나 ?
아이들이 전부 넷인데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대화하려고 정말 노력 많이 한다. 공부가 전부가 아니고 본인들이 원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 시도하도록 권장하고 믿어준다. 셋째의 경우는 공부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다른 일이 있다기에 전폭 지지하고 있고 막내의 경우는 공부를 통해 목표를 이루고 싶다기에 그러라고 했다. 다만 그렇게 정한 길이 어느 순간 자신의 길이 아닌 것 같거나 어려운 일에 막혀 힘들 때는 또 다시 우리가 힘을 모아 이겨내고 함께 고민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정리하면 부모의 입장에서 아이들에게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강요를 하기보다는 그들이 어떠한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이를 바탕으로 꿈을 갖도록 도와주고 싶고 이런 고민을 통해 자신들이 내놓은 결론이라면 나는 부모로서 전폭적인 지지자가 되어 줄 것이다.

- 자녀들을 포함하여 요즘 젊은이들은 어떤 고민을 많이 하는 것 같나 ?
젊은이들의 고민은 역시 취업에 관한 것이 많은 것 같다. 즉 미래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삶의 경험으로 비추어 볼 때 나 혼자의 역량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더라. 또 어떤 하나의 조건을 갖춘다고 해서 그것이 성공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만약 성적순으로 개그맨을 평가한다면 나는 꼴등일 것이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각 사회가 요구하는 것이 다르다는 이야기인데 이를 위해서 긍정의 힘을 가졌으면 한다. 다소 두루뭉술하지만 긍정적 마인드를 통해 변화되는 요소들이 인생 속에서 긍정적 외부효과를 일으켜 결과 또한 그렇게 될 수 있을 것이다. 너무 하나에 매몰되지 말고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즐겁게 노력하며 인생을 준비해 나가길 바란다. 또 사회생활 속에서 진정한 감정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소망한다.

- 마지막으로 20대들에게 '꿈'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진심의 한마디 부탁드린다.
진정으로 20대가 꿈을 가지길 바란다. 나는 일찍이 꿈을 가지게 된 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대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꿈이 뭐냐고 물어보면 많이들 주저한다. 가령 자신이 정치인이 되고 싶다면 어떻게 정치인이 될 것인지 살펴보고 준비해야 된다. 개그맨들을 봐도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들이 성공한다. 성공한 사람들 중에서도 대기업의 사장이라고 해서 많은 돈을 쓰며 편하게 살 것 같지만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우리가 모르는 치열한 삶이 있다. 이렇듯 자신의 꿈이 무엇이든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든 하나 세워보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내가 어떤 과정을 준비해야 할지 생각해봐야 한다. 그렇기에 인생의 꿈이란 멀리 세워진 깃발과 같은 것이다.

방송 대기중인 라디오 스튜디오
 방송 대기중인 라디오 스튜디오
ⓒ 고범중, 김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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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화씨와의 인터뷰 이전에 기자는 배우 김여진, 문성근, 가수 박혜경, 레슬러 김남훈 등 적지 않은 유명인들과 만나 취재 혹은 인터뷰를 했다. 하지만 이번 인터뷰는 유난히 기억에 오랫동안 남을 것 같다. 연예인 같지 않은 털털함, 상대방에 대한 배려, 유머와 진지함 등은 인터뷰가 끝난 뒤 기자를 그녀의 팬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최근 그녀는 트위터에서 밝힌 것처럼 '보이지 않는 주먹과 다시 한 번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또 한 번의 어려움이 그녀의 인생을 찾아간 것이리라. 하지만 인터뷰에서 그녀가 밝혔듯 모든 일에는 의미가 있고 그것을 긍정적으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말처럼 김미화는 또 한 번 발전한 모습으로 우뚝 서게 될 것이다. 그녀와의 대화가 이것을 증명해준다. 이 시대의 젊은이들도 각자가 처한 상황 속에서 '의미'를 찾고 마음에 새겨 '성장' 할 수 있기를 바란다. 희극인 김미화처럼


태그:#김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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