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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동자 고 김주현씨의 장례식이 사망 97일째인 17일 치러졌다. 김씨의 유족이 오열하고 있다.
 삼성전자 노동자 고 김주현씨의 장례식이 사망 97일째인 17일 치러졌다. 김씨의 유족이 오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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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동자 고 김주현씨의 장례식이 사망 97일째인 17일 치러졌다. 김씨의 유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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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1일, 삼성전자 LCD 천안공장 기숙사 13층에서 한 청년이 몸을 던졌다. 김주현. 지난해 1월 삼성전자에 입사한 스물여섯 살의 노동자였다.

과로와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 치료를 받아온 김씨는 두 달간의 병가를 마치고 현장에 복귀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김씨는 현장 복귀 대신 이날 다섯 차례 투신을 시도했다. 입사 초기에 "열심히 배워서 인정받는 엔지니어가 되고 싶다"(김씨 일기)던 김씨는 삼성 노동자가 된 지 1년 만에 끝내 싸늘한 주검으로 가족에게 돌아왔다.

가족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병가를 마치고 회사로 돌아갈 때 '회사에 가기 싫다'며 엄마를 붙잡고 눈물 흘리던" 김씨를 달래 회사로 보냈던 가족들로선 후회와 아픔이 더 클 수밖에 없었다.

가족들은 김씨를 이대로 떠나보낼 수 없었다. 시신을 병원 냉동고에 안치하고 김씨 죽음의 진상을 규명하고자 했다. 가족들은 대학 때 로봇을 만들어 여러 차례 상도 탔고 성격도 활달했던 김씨가 왜 입사 1년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모진 결심을 해야 했는지 밝히고자 했다. 그리고 "주현이가 우울증에 걸리게 하고 자살을 결심하게 만든 삼성은 사과하고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삼성은 사과를 거부했다. 가족들은 1월 17일 삼성전자 천안공장과 천안역에서 삼성의 사과와 책임 인정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시작했다. 2월 21일부터는 서울 삼성전자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다.

그렇지만 삼성의 태도엔 변함이 없었다. 아들을 먼저 떠나보낸 김씨의 아버지는 삼성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려 세상을 떠난 이들의 유족들과 함께 삼성 본관에서 항의 시위도 했지만, 삼성은 사람들을 동원해 이들을 끌어냈다.

그러는 사이에 김씨의 시신이 병원 냉동고에 머무는 시간은 점점 늘어갔다.

삼성전자 노동자 고 김주현씨의 장례식이 사망 97일째인 17일 치러졌다.
 삼성전자 노동자 고 김주현씨의 장례식이 사망 97일째인 17일 치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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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동자 고 김주현씨의 장례식이 사망 97일째인 17일 치러졌다. 김씨의 유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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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동자 고 김주현씨의 장례식이 사망 97일째인 17일 치러졌다. 김씨의 유족이 오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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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여섯 영혼, 97일 만에 그리운 집으로 떠나다

17일(사망 97일째), 천안 순천향대 병원에서 김씨의 장례식이 치러졌다. 김씨가 세상을 떠난 지 2300여 시간 만이다. 삼성 측이 '고인의 죽음에 대해 사과와 위로의 말을 전하고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해 노력한다'고 15일 유족과 합의하면서 거행된 장례식이었다.

삼성백혈병충남대책위에서 활동하는 김성호 민주노총 충남본부 미조직 비정규부장과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40분 무렵 유족과 조문객들이 그간 김씨가 걸어온 길을 함께 돌아보는 시간이 마련됐다.

이 자리에서 김씨의 아버지 김명복씨는 "정말 분노할 일도 많았지만 여러분들이 있었기에 미흡하지만, 명예롭게 장례를 치르게 됐다"며 "주현이의 죽음이 결코 헛되지 않게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노동자 문제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씨의 어머니 송치화씨와 누나 김정씨는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대학생 나눔문화' 소속 심혜린씨는 "오늘 주현씨를 하늘로 떠나보내지만 우리들 가슴속에 더 깊이 새겨넣습니다. 인간답게 일하고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이 올 때까지 늘 주현씨를 꺼내보며 더 아픈 쪽으로, 더 힘든 쪽으로 함께하겠습니다. 부디 좋은 곳에서 편히 쉬십시오"라고 추모했다.

김씨의 관은 오전 9시가 조금 지나서 빈소를 떠났다. 유족을 비롯한 장례식 참석자들은 김씨의 관과 함께 삼성전자 LCD 천안공장 기숙사로 이동해 고인을 마음에 묻는 예를 지낸 후 천안추모공원으로 향했다.

오전 11시 30분 무렵, 천안추모공원에서 김씨의 시신을 화장하는 작업이 시작됐다. 화장하는 데는 2시간 정도 걸렸다. 김성호 부장은 "김씨의 시신이 냉동고에 오랫동안 머물러야 했기에, 화장하는 데도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그렇게 한 줌의 재로 변한 김씨의 유골은 세상을 떠나기 전 회사로 돌아가지 않고 머물고 싶어 했던 집(인천)에 안치됐다.

김성호 부장은 "반올림, 삼성백혈병충남대책위, '대학생 나눔문화' 등 40~50명이 함께한 따뜻한 장례식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성 차원의 조문은 끝까지 없었다"고 비판했다. 김 부장은 "어제 조문을 하기로 했으나 삼성 측은 '기자들이 있다'는 이유로 오지 않았다"며 "그래서 기자들이 유족을 배려해 철수했는데도 삼성 측은 조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부장은 "빈소에 삼성전자 천안공장 지원팀 관계자들이 2~3명 있긴 했지만, 이들은 말 그대로 실무 차원에서 머물렀던 것"이라며 "삼성 측 책임자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반올림과 삼성백혈병충남대책위는 "토요일 낮 12시에 예정돼 있던 삼성(전자) LCD 천안공장 공장장의 '사과의 의미를 담은 조문'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노동자 고 김주현씨의 장례식이 사망 97일째인 17일 치러졌다. 슬픔에 잠겨 있는 김씨의 유족들.
 삼성전자 노동자 고 김주현씨의 장례식이 사망 97일째인 17일 치러졌다. 슬픔에 잠겨 있는 김씨의 유족들.
ⓒ 반올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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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동자 고 김주현씨의 장례식이 사망 97일째인 17일 치러졌다. 김씨의 유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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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김주현,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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