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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 12일 오후 1시 50분] 

 

"절대로 천천히 걷지 않겠다. 그렇지만 서둘다가 넘어지지도 않겠다."

 

12일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의 말이다. 이날 오전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연 3%인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했다. 이날 김중수 총재의 발언은 금리 정상화 기조를 유지하겠지만,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있는 만큼 기준 금리 인상 시기와 폭을 조절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가파른 물가 상승과 가계 부채의 심각성을 간과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7%(지난해 같은 달 대비)로, 한국은행의 중기 물가안정 목표치의 상한선(4%)을 웃돌았다. 올해 들어 매월 소비자물가가 4% 이상 오르고 있다. 매달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늘어나는 등 가계 부채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한은, 연 3%인 기준금리 동결... "물가 상승하지만"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이유는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때문이다. 김중수 총재는 이날 금통위가 끝난 뒤 연 기자간담회에서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북아프리카·중동 지역 정정 불안에 따른 유가 급등, 남유럽 국가의 재정 문제, 일본 대지진 영향 장기화 등의 위험 요인이 있다"고 밝혔다.

 

김중수 총재는 이어 "앞으로 통화정책은 국내외 금융경제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우리 경제가 견고한 성장을 지속하는 가운데 물가안정기조가 확고히 유지되도록 하는 데 보다 중점을 두고 운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번 금통위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은 만장일치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만큼 금통위원 사이에서도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높았다는 뜻이다. 김중수 총재 역시 향후 물가가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중수 총재는 "지난달 석유류와 개인서비스 가격 상승 등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7% 수준에 이르렀다"며 "경기 상승으로 인한 수요압력 증대, 국제 원자재가격 불안,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 증대 등으로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1일(한국 시각) 2011년 상반기 세계경제전망(WEO) 보고서를 통해 올해 우리나라의 물가상승률 예상치를 당초 3.4%(2010년 10월 보고서)에서 4.5%로 1.1%포인트 올렸다. 13일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2011년 경제전망 수정치에서도 올해 물가상승률 예상치(3.5%)가 상향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 총재는 가파른 물가 상승에도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기준금리 인상은 과거를 보고 하는 게 아니다, 미래지향적인 결정"이라며 "금리정상화 의지는 확고하지만, 중장기적 시각을 가지고 판단해야 하고,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동결은 가계 부채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준 금리를 올려, 가계가 부채를 줄이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저금리 기조 속에서 3월 주택담보대출은 큰 폭의 증가세(3조 원)를 나타냈다.

 

지난 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가계 부문 금융 부채는 937조2837억 원으로 전년보다 8.9% 증가했다. 사상 최대치다. 정부와 기업을 합친 3대 경제주체의 금융 부채는 2586조2245억 원으로, 2009년에 비해 7.4% 증가했다. 이는 2002년(1258조6630억 원)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난 것이고, 지난해 명목 GDP(1172조8034억 원)의 2.2배에 이르는 규모다.

 

이에 대해 외신들도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영국 경제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는 11일 "말 잘 듣는 한국은행은 가계 부채 증가를 안정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대책인 높은 기준금리를 시험해 보기에는 너무 소심하다"면서 또한 "네 차례의 0.25% 금리인상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태그:#한국은행 기준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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