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대구시장과 경북지사를 만나 국제과학비지니스벨트를 경북에 분산배치 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발언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충청권이 발칵 뒤집혔다. 우려해오던 일이 현실로 드러났다는 반응이다.

<내일신문>은 6일자 보도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4일 김범일 대구시장과 김관용 경북지사를 만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경북 배분을 긍정 검토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복수의 청와대와 대구시, 경북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 대통령이 이날 청와대에서 김 시장 및 김 지사와 점심식사를 했으며, 이 자리에서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에 대한 미안함을 전달하고, 지역민심을 잘 추슬러 달라고 부탁했다는 것.

이어 김 시장과 김 지사가 과학벨트 경북 유치의 당위성을 설명하자, 이 대통령은 "(일부 기능 배분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고 전해졌다는 것이다. 또 이 신문은 이러한 대화내용이 "과학벨트를 충청과 경북에 배분하겠다는 '언질'이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라고 보도했다.

더욱이 이 대통령은 회동 막바지 무렵,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과학벨트 입지선정 등을 둘러싼 민감한 민심을 의식한 듯 '오늘은 정무수석만 만난 것으로 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이러한 내용이 알려지자 과학벨트 분산배치를 우려해 오던 충청권이 발칵 뒤집혔다. "이명박 정권의 '마각'이 드디어 실체를 드러냈다"면서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날 과학벨트 충청권 조성공약 이행을 촉구하는 242만 명의 충청민들의 서명지를 청와대에 전달했던 '과학벨트 대선공약이행 범충청권비상대책위원회'는 즉각 성명을 내고 "이명박 대통령은 음모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이 대통령이 과학벨트를 분산 배치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언론보도가 사실이라면 '과학벨트는 정치논리가 아닌 과학계 스스로가 합리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이명박 대통령 본인의 발언과 약속을 또 다시 부정하고 뒤집는 것"이라며 "특히, 이번 회동을 비밀에 부치도록 지시까지 했다고 하니 이는 전형적인 밀실정치로서 우리는 현 정권의 사기행각에 심각하게 우려하며 분노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신공항 백지화로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는 가운데, 또 다시 과학벨트 입지결정으로 국민갈등을 부추기면서 충청보복, 영남편향으로 몰아가는 비정상적인 국정운영 행태에 대해 우리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특히, 과학계의 다수가 분산배치를 반대하고 있고, 대통령 스스로도 정치적으로 결정하지 않겠다고 강조해 놓고 이제 와서 밀실에서 분산배치를 염두에 둔 발언을 한 것은 더 이상 국정책임자로서의 역할을 포기한 후안무치한 행위나 다름없다"고 강력 비난했다.

이들은 또 "우리의 이런 심각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과학벨트 분산배치에 대한 태도가 변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대통령과 정부, 한나라당을 인정하지 않겠다"며 "다시 한 번 강조컨대, 과학벨트의 분산 배치는 국민권익에도, 국익에도, 국가의 미래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통령은 분산 배치 음모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정치권도 즉각 비난 성명을 쏟아 냈다. 민주당대전광역시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이 드디어 과학벨트 분산배치 속내의 마각을 드러냈다"며 "충청권이 우려하던 일이 현실이 되고 있다"고 개탄했다.

민주당은 이어 "이것이 이명박 대통령이 말하는 '법대로'의 실체이고, 이것이 이명박 대통령이 말하는 '믿고 맡겨 달라'는 진심이었단 말이냐"면서 "이제 이명박 대통령이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을 수가 없다"고 비난했다.

자유선진당 이상민(대전 유성) 의원도 이날 성명을 통해 "언론보도가 사실이라면 천인공노할 일"이라며 "이는 약속파기 정도가 아니라 국민을 상대로 사기를 친 것"이라고 분개했다.

이 의원은 또 "국민과의 약속을 헌신짝 버리듯 내팽개치는 오만과 독선의 횡포도 모자라 이제는 국가백년대계의 국책사업까지 몰래 숨어서 뒷거래하는 행태까지 일삼고 있으니 이명박 대통령은 참 불량한 대통령"이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