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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 보강 : 4일 오후 5시 40분 ]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이 쓴 <세금혁명>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이 쓴 <세금혁명>
ⓒ 더 팩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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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바탕에 검은 고딕체 글씨다. '세금혁명'. 이어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최선의 돈'이라는 글귀도 보인다. '새로운 세상'을 위해선 '혁명'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최선의 돈'이 등장한다. '세금'이다.

이 책 지은이는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이다. 이미 작년말 <프리라이더(무임승차자)>라는 제목으로 책을 냈었다. 정당한 세금을 내지 않으면서, 국방과 교육 등 각종 공공서비스 혜택을 누리는 '무임승차자'를 그는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들 대부분 유력 정치인, 재벌총수 등 우리사회 특권층이었다. '대한민국 세금의 비밀'이라는 제목도 이 때문이었다.

작년 지방선거 이후 불어닥친 '복지국가' 논쟁 속에, 선 부소장이 주목한 것은 바로 '세금'이었다. 세금을 늘리는 것보다, 당장 주변에서 펑펑 사라지는 '내 돈'에 관심을 둔 것이다. 그는 지난해 말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없이 돈을 어디에 쓰겠다는 정책만 나오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그가 내놓은 것이 이른바 '50-50전략'이었다. 현재의 조세와 재정지출 구조를 개혁하면 중장기적으로 100조원의 재정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앞선 50조원은 세금 제대로 부과하고, 탈루소득을 잡아내면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조세정의만 바로 세워도 된다는 것이다(내용은 프리라이더 1권을 보면 된다).

나머지 50조원은 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의 낭비성 재정 지출만 잘 막아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선 부소장의 말이다. 그는 기자에게 "정치인들에게 우리가 낸 세금은 정말 눈 먼 돈이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주변엔 단돈 몇 만원이 아쉬운 빈곤층이 아직도 많다"면서 "그런데도 경제성이 거의 없는 대규모 토목 사업에 막대한 돈을 탕진하고 있다"면서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망국적 토건 포퓰리즘, 시장에서 쫓겨났어야 할 상황"

그의 책 <세금혁명>은 바로 이들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 이 가운데 오세훈 서울시장도 주요인물이다. 오 시장은 작년 말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의무급식'(선 부소장은 '무상급식'이라는 표현 대신 이렇게 쓴다) 예산 695억 원 편성을 두고,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이라며 이념 논쟁의 불씨를 폈다.

선 부소장은 당시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트위터를 통해, 오 시장을 통렬하게 비판한 적이 있다. 이번 책에선 아예 서울시의 재정현황을 샅샅이 따졌다. 과연 오 시장 스스로 그렇게 비판할 자격이 있느냐는 것이다. 서울시 2010년 총 예산은 21조2573억원. 이들 전체 예산 가운데 사회복지는 24.8%, 환경보전 예산은 13.0%로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좀 더 들춰보면 사회복지 예산 가운데 원지동 추모공원 사업(335억원), 환경보전 예산에는 동네 뒷산 공원화사업(576억원), 남산공원 재정비사업(316억원), 강북지역 생태 문화공원 조성(137억원) 등은 사실상 토목건설사업이다. 뿐만 아니다. 한강 예술섬사업(243억원), 동대문 디자인 파크 건립(701억원) 등도 여기에 들어가 있다.

그는 "서울시 전체 예산 가운데 48.2%인 10조2373억원이 하드웨어형 예산"이라며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편성해 운용하는 소프트웨어형 예산은 전체 예산의 10%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서울의 저소득층과 취약층을 위한 복지서비스, 교육지원 사업 등이 대폭 위축되고 있다는 것. 선 부소장은 특히, 오 시장이 주장해 온 '선별적 복지와 맞춤형 복지'에 대해 "제대로 추진한 증거가 거의 없다"고 평가 절하했다.

오 시장의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 비판에 대해선, 아예 대놓고 "시장 자리에서 쫓겨났어야 할 상황"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의 말이다.

"자신은 한 해 수천억 원의 예산이 엉뚱하게 재벌 건설업체들의 배를 불리는데 탕진되는 상황을 방치한 셈이다. 그의 계산법에 따르면, 서울시는 '망국적인 토건 포퓰리즘' 때문에 이미 사라지고, 자신은 시장 자리에서 쫓겨났어야 할 상황이다."

(한편 선대인 부소장의 지적에 대해 서울시 이종현 대변인은 "동네뒷산공원화사업 남산공원재정비사업 등은 서울시민들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미래 투자"라며 "하드웨어형 예산은 무조건적인 선심성 전시성 토건성 사업이라고 싸잡아비판하는 것이야말로 전형적 황색포퓰리즘 행태"라고 반박했다.)

가진자에게 퍼주는 망국적 복지 3단콤보, 저금리-고물가-고환율

선대인 <김광수 경제연구소> 부소장.
 선대인 <김광수 경제연구소> 부소장.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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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회 문제화 된 대학등록금 문제에 대한 고민도 들어있다. 그의 해법은 간단하다. 정부가 나서 지방 국공립대의 수준을 끌어 올려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 이들 대학에 재정지원을 크게 늘려야 한다고 적었다. 이곳 등록금을 수도권 사립대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뜨리고, 양질의 교원 확충 등 교육서비스 질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중장기적으로 수도권으로 몰리던 지방의 젊은이들이 자연스레 지방에 남게되고, 지역의 산학연 협력을 통한 지식벤처 창업도 활발하게 하자는 제안이다. 선 부소장은 "이를 위해 고교 졸업자에게 다양한 진로 기회를 제공하고, 대학의 구조조정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적었다.

또 교육 혁명을 위해 초중고에 이어 국공립대학까지 전면 의무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는 그의 계산법도 써 있다. 이같은 의무교육을 위해 5조원 정도면 된다는 것. 다시 그의 말이다.

"26개 국공립대 재학생은 26만명이다. 이들 모두 등록금을 무상으로 하면 1년에 1조5600억원이 필요하다.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4대강 사업에만 국공립대 등록금 14년간 무상으로 해줄 수 있는 22조원의 예산을 쓰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같은 선택을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세금 혁명> 책의 반환점에 들어서면, 선 부소장의 비판은 이제 핵심으로 향한다.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부에서 근본적인 사회경제적 개혁의 실패에 대한 반동으로 들어섰고, 이후 퇴행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그는 "(현 정부는) 저출산 고령화의 거대한 재앙이 눈앞에 닥쳐오는데도, 체계적인 준비없이 오히려 천문학적인 공공 부채를 일으키고 있다"면서 "한국은 이명박 정부 아래에서 '망국적 부채 공화국' 반열에 올라섰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선 부소장은 정부가 공공부채를 늘리면서도, 어떻게 정부의 공식 국가 채무로 잡히지 않도록 했는지를 자세하게 따졌다. 그는 이를 두고 '정부의 분식회계 수법'이라고 적었다. 수법은 공기업에 빚을 떠 넘기거나, 민자사업으로 돌려막거나, 국가 재산을 팔아먹는 방법이라고 적었다.

특히 현 정부가 외형적 성장 지상주의와 부동산 거품붕괴에 대한 우려 때문에 '저금리-고물가-고환율'을 의도적으로 오래 유지했다고 비판했다. 선 부소장의 말이다.

"이같은 기조로 성실한 근로소득자는 불이익을 받고, 대신 재벌 대기업과 부동산 투기하는 사람들은 이익을 보는 구조다. 쉽게 말해 없는 사람들에게 뜯어서 있는 사람들에게 막대한 규모의 소득을 재분배해 주고 있는 셈이다."

세금혁명은 어렵지 않다

자, 이제 그의 대안을 들어보자. 미국의 9·11테러부터 세계 금융위기, 한국의 부동산 거품과 가계부채 위기 등 이미 예고됐던 재난들이다. 게다가 저출산 고령화 충격도 마찬가지다.

그는 "이런 상황으로 치닫기까지 정부나 지자체, 정치인들은 눈앞에 쓰나미가 밀려오는 것을 봐야만 대처에 나설지 모르겠다"고 적는다. 이어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면, 막대한 공공부채도 모자라 젊은세대와 이후 세대에게 엄청난 빚더미를 상속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해법은 없을까. 선 부소장은 크게 여섯 가지를 내놓는다. 국가적 차원에서 해야할 다섯 가지와 청년세대에게 바라는 한 가지 제언이다. 우선, 하루라도 빨리 전방위적으로 대처하라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라는 일개 부처 중심이 아니라 전 정부 부처가 전방위적으로 결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령화 쓰나미가 2020년 전후로 온다고 봤을 때,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두 번째는 구조적인 틀을 바꿔라는 것. 엄청난 돈을 들이는 것보다 각종 사회경제적 제도와 시스템을 잘 디자인해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공공주택단지의 1층을 공공용도로 사용해보는 것이다. 공공보육센터나 도서관 등 공동공간을 만들어도, 각종 보육이나 사교육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것. 이밖에 공공임대주택의 재고를 획기적으로 늘리거나, 20대 또는 60대 노인 인구의 경제활동 참여를 늘리는 방법 등도 제시했다.

세 번째는 국민연금 개혁이다. 현재처럼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으로 땜질식 처방만 해서는, 고령화의 충격을 막아낼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이야기다. 현재처럼 자식세대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현 세대의 문제는 현 세대가 책임지는 방식으로 개혁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네 번째는 재정지출, 세대간 형평성을 고려하라는 것. 청년세대와 미래세대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다섯 번째는 이들 청년과 여성, 그리고 미래 세대에 투자하라는 충고다.

마지막으로 젊은이들에게는 정치적 목소리를 높이라고 당부한다. 저출산 고령화 문제의 최대 당사자이면서, 정치적으로 소외돼 있는 청년 세대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각종 선거에서 청년 세대 이익을 잘 대변할 세력을 선택하라고 그는 말한다. 나아가 자신들의 이해를 대변할 정치 세력을 만들라는 말까지 덧붙인다. 이어, "젊은 후배님들, 우리 좌절하지 맙시다"라고도 썼다.

책 막바지에 나와있는 '대한민국 가계부의 재구성'은 지금 당장이라도 정부나 여당 등이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이면서도, 중요한 내용들이 포함돼 있다. 물론 의지가 있어야 하지만 말이다. 또 2025년 '또 다른 세상' 대한민국을 즐겁게 상상해 놓은 내용도 있다. 그때면 기자도 얼추 50대 중반이다. 그가 말하는 '또 다른 세상'은 주거와 교육, 의료 걱정이 없는 세상이다. 읽어보시라. 정말 모두가 바라는 세상이다.

그 즐거운 상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정말 '혁명'을 해야할 때가 아닌가 싶다. 세금을 어떻게 쓰게 하느냐부터 시작하면 된다. '세금혁명'은 그리 어렵지 않다.

선대인 <김광수 경제연구소> 부소장.
 선대인 <김광수 경제연구소> 부소장.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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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세금혁명, #선대인, #프리라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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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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