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그 과정도 꽤 의미있게 받아들이지만 결국 기억에 더 뚜렷하게 남는 것은 승리와 패배의 기록이며 그 기록지에 적힌 득점과 도움 등의 공격 포인트가 인상적으로 작용한다.

 

'경남의 해결사 루시오 vs 인천의 해결사 유병수'의 자존심 대결로 관심을 끌었던 이 경기는 두 선수 모두 제 몫을 다하며 믿음직스럽게도 각각 한 골씩을 터뜨렸지만 결국 마지막에 웃은 이는 안방 팀의 골잡이 루시오였다. 그의 발끝에서 짜릿한 결승골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최진한 감독이 이끌고 있는 경남 FC는 3일 낮 3시 창원축구센터에서 벌어진 2011 K-리그 4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 FC와의 안방 경기에서 골잡이 루시오의 멋진 직접프리킥 결승골에 힘입어 2-1로 이겼다. 이로써 3승 1패가 된 경남은 다시 리그 상위권으로 올라섰다.

 

외롭지 않았던 경남의 공격

 

 루시오

루시오 ⓒ 경남 FC

시민구단 창단 순서로 따졌을 때 아우뻘 되는 경남 FC는 이제 인천 유나이티드가 어려운 형으로 안 보이는 것 같다. 지금까지 이어진 14번의 맞대결 기록(6승 5무 3패)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최근에 만들어낸 기록은 그 차이를 더 크게 느끼게 한다. 지난 해 정규리그 기록에서 1승 1무(5득점 4실점)로 앞섰을 뿐 아니라 최근 4경기에서 뽑아낸 골이 무려 9골이나 된다. 특정 팀을 상대로 경기마다 2.25골을 만들어냈다는 것은 기본적인 공격력을 넘어 뛰는 선수들 모두에게 자신감으로 작용할 수 있는 점이다.

 

그래서 그런지 8672명의 안방 관중들 앞에 선 경남 선수들은 경기 시작 1분만에 가볍게 골을 만들어내며 인천 선수들을 경기 내내 조급하게 만들었다. 그 주인공은 윤일록이었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수비 라인이 무엇에 홀린 듯 슛 공간을 시원하게 열어주었을 때 공을 부드럽게 몰고 들어가던 윤일록은 문지기 윤기원까지 따돌리며 침착하게 왼발로 밀어넣었다.

 

경남 FC의 간판 골잡이 루시오는 인천의 수비수 셋(배효성-장경진-정인환)에게 집중 견제를 받았지만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윤일록은 비교적 자유롭게 빈 곳을 넘나들었다. 또한, 공격형 미드필더 셋(이훈-김영우-김태욱)이 효율적으로 움직이며 공간을 만들었기 때문에 그렇게 답답하거나 외로워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루시오가 경기 내내 인천 수비수들에게 꽁꽁 묶여 있었던 것만은 아니다. 전반전에만 두 차례나 상대 문지기 윤기원과 혼자서 맞서는 기회를 동료들이 만들어주었던 것이다. 35분에는 김태욱과 김영우의 역습 연결이 좋았고, 41분에는 수비수 루크의 빠른 공격 가담이 루시오를 빛나게 했다. 아쉽게도 두 차례의 슛이 골로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경남의 공격이 인천의 공격에 비해 조직력이 돋보였다는 것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끝내 루시오의 왼발 끝에서 멋진 결승골이 나왔다. 62분에 전재호의 반칙으로 얻어낸 직접 프리킥 기회에서 루시오의 위력적인 킥이 골문 구석으로 날아가 정확하게 꽂힌 것. 조금 먼 거리였지만 진정한 해결사는 거리따위는 큰 문제가 될 것이 아니었다.

 

유병수와 카파제의 눈이 맞았지만...

 

 유병수

유병수 ⓒ 인천 유나이티드 FC

방문 팀 인천 유나이티드는 너무 일찍 실점한 것이 경기 내내 선수들의 발목을 붙잡았다. 어쩌면 그것보다도 더 심각한 것이 내재되어 있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확인한 경기였다. 그것은 바로 측면 미드필더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전술이다. 이것을 해결하지 못하면 이번 시즌도 지난 시즌 후반기처럼 고비를 넘지 못하고 스스로 주저앉을 것으로 보인다.

 

체격 조건이 비교적 뛰어난 수비수 장경진을 가운데 자리에 두고 배효성과 정인환을 양쪽에 배치한 인천 유나이티드는 디에고를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 전재호를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내세웠지만 이들이 빠른 공격이나 시원한 측면 돌파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바람에 정규리그 첫 승리에 대한 꿈을 아직도 이루지 못했다.

 

'3-5-2' 포메이션의 경우는 파리아스 감독이 포항 스틸러스를 이끌었을 때의 훌륭한 모델이 있고, '3-4-3' 포메이션의 경우는 장외룡 감독이 인천 유나이티드를 이끌며 돌풍을 일으켰을 때의 좋은 운영 사례가 있는데도 허정무 감독은 이를 잘 접목시키지 못하고 있는 듯 보인다.

 

디에고와 전재호의 공격 능력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그들이 부여받은 임무가 수비쪽에 더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보니 역습 전개 과정에서 이들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골잡이 유병수의 단짝으로 나온 김재웅이 부지런히 움직이기는 했지만 소수 인원이 감당하기에는 공간이 벅차게 느껴질 정도였다.

 

인천 유나이티드 팬들로서는 상주 상무에 입대해 있는 양 날개(김민수, 이준영)와 내셔널리그 용인시청에서 뛰고 있는 박재현이 그리울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날개 공격이 실종된 인천 유나이티드의 2011 시즌 초반, 정규리그 첫 승리가 목마를 뿐이다.

 

그나마 위안을 삼을 수 있는 것은 두 선수의 의미 있는 기록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도 골잡이 유병수가 대전과의 리그 컵 대회(3월 16일, 3-0 승) 득점 이후에 정규리그에서도 마수걸이에 성공했다는 사실이다.

 

0-1로 인천이 뒤지고 있던 전반전 22분, 골잡이 유병수는 카파제가 뒤에서 넘겨준 공을 잡아 오른발로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그 과정에서 경남 수비수 박재홍의 실수가 눈에 띄기도 했지만 각도를 줄이며 달려나오는 상대 문지기 김병지를 바라보며 침착하게 마무리하는 동작이 훌륭했다.

 

이 골을 도운 카파제는 나란히 뛰고 있는 수비형 미드필더 바이야와 함께 최근 인천에서 가장 빼어난 경기력을 자랑하고 있는 중이다. 이 도움 기록으로 최근 세 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를 기록한 것. 아마도 두 명의 외국인 미드필더가 없었다면 인천의 새 시즌은 지금보다 더 참담할 뻔했다.

 

해결사로서 그들의 가치는 한 경기 맞대결 결과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동료들과 얼마나 잘 어우러지고 있으냐이며, 그 과정에서 동료들로부터 무한한 신뢰를 얻어내는 일이라고 하겠다. 그래야 해결사가 더 빛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간판 미드필더 윤빛가람(경고 누적 징계) 없이도 귀중한 승리를 만들어낸 경남 FC는 정규리그 초반 신바람을 등에 받으며 6일 저녁 탄천종합운동장으로 들어가 리그 컵 대회에서 성남을 상대하게 되며, 아직까지 정규리그 승리를 따내지 못한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중요한 숙제를 안고 같은 날 저녁 대구 FC(리그 컵 2라운드)를 안방으로 불러들인다.

덧붙이는 글 | ※ 2011 K-리그 4라운드 경기 결과, 3일 낮 3시 창원축구센터

★ 경남 FC 2-1 인천 유나이티드 FC [득점 : 윤일록(1분), 루시오(62분) / 유병수(22분,도움-카파제)]

◎ 경남 선수들
FW : 윤일록, 루시오
MF : 이훈(60분↔김인한), 김영우(85분↔이용기), 이혜강(51분↔박민), 김태욱
DF : 이재명, 박재홍, 루크, 정다훤
GK : 김병지

◎ 인천 선수들
FW : 유병수, 김재웅(58분↔신동혁/78분↔한교원)
MF : 디에고(46분↔유준수), 바이야, 카파제, 이재권, 전재호
DF : 배효성, 장경진, 정인환
GK : 윤기원

2011.04.04 08:29 ⓒ 2011 OhmyNews
덧붙이는 글 ※ 2011 K-리그 4라운드 경기 결과, 3일 낮 3시 창원축구센터

★ 경남 FC 2-1 인천 유나이티드 FC [득점 : 윤일록(1분), 루시오(62분) / 유병수(22분,도움-카파제)]

◎ 경남 선수들
FW : 윤일록, 루시오
MF : 이훈(60분↔김인한), 김영우(85분↔이용기), 이혜강(51분↔박민), 김태욱
DF : 이재명, 박재홍, 루크, 정다훤
GK : 김병지

◎ 인천 선수들
FW : 유병수, 김재웅(58분↔신동혁/78분↔한교원)
MF : 디에고(46분↔유준수), 바이야, 카파제, 이재권, 전재호
DF : 배효성, 장경진, 정인환
GK : 윤기원
루시오 경남 FC 윤일록 유병수 인천 유나이티드 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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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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