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보물 제400호. 호암대사가 관음보살을 친견하고 놓았다고 전한다
▲ 승선교 보물 제400호. 호암대사가 관음보살을 친견하고 놓았다고 전한다
ⓒ 하주성

관련사진보기


순천 선암사를 가서 세 곳만 둘러보라고 한다면. 난 주저 없이 다음 세 곳을 들린다. 첫 째는 입구에 놓인 승선교요, 둘째는 그 유명한 선암사 뒷간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는 선암사 홍매화다. 지난 3월 5일 선암사를 찾았을 때는 홍매화가 피기 전이라 조금은 아쉽기도 했다.

선암사 승선교는 보물 제400호로 지정이 되어있다. 이 승선교는 다리를 놓은 시기가, 보물 제304호로 조선조 영조 때에 만들어진 벌교 홍교보다 앞섰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승선교에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고 하여, 이 다리를 보면서도 조금은 남다르다는 느낌이다. 하기야 답사를 하면서 만나게 되는 그 하나하나에 느낌이 없다면, 벌써 이 짓을 그만두었을 테지만.

승선교는 다리 위가 상당히 넓다
▲ 다리 위 승선교는 다리 위가 상당히 넓다
ⓒ 하주성

관련사진보기


승선교의 기초는 개울에 놓인 자연암반을 그대로 이용하고 있다
▲ 기초 승선교의 기초는 개울에 놓인 자연암반을 그대로 이용하고 있다
ⓒ 하주성

관련사진보기


지금은 길이 나 있지만

승선교는 임진왜란 때 불타 버린 선암사를 중건할 때 놓았다고 전해진다. 조선조 숙종 39년인 1713년 호암대사가 관음보살을 친견하고 싶어 백일기도를 하였단다. 그러나 100일 기도를 마치고도 관음보살을 친견 할 수 없게 되자, 낙담을 하여 벼랑에서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하였다. 그런데 그 때 한 여인이 나타나 대사를 구하고 사라졌다.

호암대사는 자신을 구해 준 그 여인이 관음보살임을 뒤늦게 깨닫고, 원통전을 세워 관음보살을 모셨다. 그리고 아름다운 무지개다리를 절 입구에 세웠는데, 그 다리가 승선교라고 전해진다. 전설대로라면 벌교 홍교가 영조 5년인 1729년에 선암사의 스님이 세웠다고 하니, 승선교가 16년 먼저 축조가 된 셈이다.

아마도 두 곳의 다리가 비슷한 것을 보아도 같은 시기에 세워졌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다리를 축조하면서 돌을 쓴 방식이나 마무리를 한 수법 등이 승선교가 오래된 방식이고, 홍교보다 웅장한 모습이기에 더 오래 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금은 승선교를 건너지 않아도 선암사 경내로 들어갈 수가 있다. 하지만 예전에는 냇가에 걸쳐 놓은 승선교를 건너야 했다고 하니, 지금보다 선암사를 들어가는 입구가 운치가 있었을 것 같다.

다리 밑으로 들어가면 홍예부분을 정성들여 쌓은 흔적이 보인다. 중앙에 용머리를 빼면 다리가 무너진다고 한다,
▲ 아취 다리 밑으로 들어가면 홍예부분을 정성들여 쌓은 흔적이 보인다. 중앙에 용머리를 빼면 다리가 무너진다고 한다,
ⓒ 하주성

관련사진보기


2005년 7월 20일 선암사 답사 때 촬영한 승선교이다
▲ 승선교 2005년 7월 20일 선암사 답사 때 촬영한 승선교이다
ⓒ 하주성

관련사진보기


자연암반을 기초로 축조한 승선교

승선교를 놓은 개울은 너비가 꽤 넓다. 승선교는 이 넓은 개울에 무지개 모양으로 하나의 아취로 꾸며졌다. 승선교는 기단부가 자연적인 암반이기 때문에 홍수가 나도 급류에 쓸릴 염려가 없다. 아마 이런 형태의 홍예교 중에서도 가장 단단한 다리일 것이다. 다리의 홍예부분은 기다란 장초석을 다듬어 쌓았다. 각이 지게 잘 다듬은 돌을 연결하여 홍에를 만들었는데, 그 짜임새가 매우 정교하다.

아래로 들어가 둥글게 조성한 천정부분을 보면, 이 승선교를 놓을 때 얼마나 절교하게 축조를 하였는지를 알 수 있다. 중앙부분에는 용머리가 삐죽 나와 있는데, 그 돌을 빼면 다리가 무너진다고 한다. 홍예를 중심으로 양쪽 시냇가와의 사이는 자연석을 쌓아 석벽을 이루고 있다. 암반과 연결된 부분에도 돌을 쌓았는데, 이 돌들은 모두 주변 냇가에서 구할 수 있는 냇가 돌을 이용하였다고 한다.

홍예를 구성하고 있던 석재들. 해체보수 시에 30개를 교체하였다
▲ 석재 홍예를 구성하고 있던 석재들. 해체보수 시에 30개를 교체하였다
ⓒ 하주성

관련사진보기


승선교 해체 보수 시에 교체한 석재들. 다리 건너편에 전시해 놓았다
▲ 교체한 석재들 승선교 해체 보수 시에 교체한 석재들. 다리 건너편에 전시해 놓았다
ⓒ 하주성

관련사진보기


한 옆에 놓인 승선교의 석재들

자연암반을 기초로 하여 쌓은 승선교이지만, 세월의 흔적을 막을 수가 없었던 것일까? 승선교를 건너가면 커다란 돌들이 놓여있다. 그 위에는 사람들이 올려놓은 작은 돌들이 무수하다. 이곳에 놓인 돌들은 승선교를 놓았던 자연암반에 균열로 떨어져 나가는 현상인 절리가 생겨, 승선교를 축조한 지 290년이 지난 2003년 11월 ~ 2004년 6월까지 승선교를 완전해체 보수하였다.

이때 승선교의 아치부분에 사용된 147개의 석재 중에서, 노후부식 등으로 강도가 떨어져 사용할 수 없는 석재 30개를 교체한 것이다. 그 석재들을 승선교 건너편에 전시해 놓았다. 관음보살을 친견한 기념으로 놓았다는 선암사 승선교. 해체보수를 하긴 했지만 300년이 지난 승선교의 아름다움은 언제나 그대로이다.


태그:#승선교, #선암사, #순천, #호암대사, #보물 제400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