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올림픽대표팀 선수들은 골이 일찍 터진 덕분에 서둘지 않고 경기를 운영할 수 있었지만 그 이후의 경기 내용은 그렇게 만족스럽지 못했다. 국가대표팀에 이름을 올린 기성용, 지동원, 김보경, 조영철, 홍철, 김영권이 빠진 영향도 없지는 않겠지만 오는 6월 시작하는 2012 런던올림픽 축구 아시아지역 예선에 뛸 대표팀 명단에 들기 위해 지나치게 개인의 능력을 자랑하는데 치중한 경기였다.

평가전 상대 중국 팀은 지난 해 11월 광저우 아시안게임 8강 토너먼트에서 우리 대표팀에게 0-3으로 완패했던 인물들(DF 리 지안빈, DF 무레헤마이티지앙, MF 피아오 청, MF 송 보수안)이 주축을 이뤘지만 그 때보다 훨씬 나아진 경기력을 자랑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올림픽축구대표팀은 27일 낮 3시 10분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중국 올림픽대표팀과의 평가전에서 김동섭(광주 FC)의 결승골을 끝까지 지켜내며 1-0으로 이겼다.

임자도 바닷가에서 싹튼 꿈, 이룰 수 있을까?

@IMG@

전라남도 신안군 임자도에서 태어나 바닷가에서 자란 김귀현은 중학교 2학년 무렵이었던 2004년 1월에 아르헨티나 출신의 축구 지도자 아르만도 감독과 함께 지구 반대편으로 날아갔다.

그의 열정이 담긴 성장기가 다큐멘터리로 제작되어 2006년 1월 5일 TV에 방송된 덕분에 축구팬들은 그의 이름을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다. 아직까지 C.A. 벨레스 사르스필드 2군 멤버라지만 그래도 아르헨티나라는 축구 강국의 1부 리그에 소속되어 있다는 사실은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할 만하다.

그러던 중 그에게 또 다른 기회가 찾아왔다.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올림픽대표로 뽑힐 기회가 그에게 주어진 것이다. 더구나 이 평가전에서 선발 출전의 기회까지 찾아온 것. 까까머리로 나온 그는 문기한과 함께 가운데 미드필더로 뛰며 59분간 그라운드를 누볐다.

전반전 중반에 중국의 가운데 수비수 리 지안빈의 위험한 태클에 발목을 다쳤던 것이 부담이 되어 더 뛰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지만 성공할 가능성이 충분한 미드필더 재목이었다.

무엇보다 공간을 이해하는 머리가 뛰어나 공을 소유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김귀현의 위치는 항상 공을 받아 다른 곳으로 이어주기 좋은 자리였다. 아울러 손 동작으로 공격 전개 방향을 유도하는 등 동료들과 소통하는 능력도 뛰어났다.

축구화 바닥을 이용한 볼 컨트롤과 방향 전환 기술도 안정되어 있었고 비교적 작은 체구였지만 중국 선수들의 거친 몸싸움에도 밀리지 않는 강단이 있었다. 경기 시작 후 12분에 만들어진 결승골도 그의 발끝에서 공격이 시작된 것이었다.

김귀현의 발끝에서 골잡이 이용재에게 공이 넘어갔고, 오른쪽 끝줄 앞에서 상대 수비수를 등진 이용재는 오른쪽 측면으로 돌아들어오는 측면 수비수 정동호에게 공을 밀어주었다. 바로 여기서 빠르고 정확한 크로스가 뻗어나갔고 골문 앞에서 김동섭의 발끝 기술이 빛났다. 과정도 마무리도 멋진 골이었다.

후반전, 테스트 위해 버린 시간들

홍명보 감독은 후반전에 모두 다섯 명의 선수 교체를 통해 새로운 얼굴들을 내세우며 기량을 테스트했다. 그러다보니 전반전에 어느 정도 이뤄졌던 조직력은 좀처럼 발견할 수 없었다.

플레이메이커 피아오 청을 중심에 둔 중국 선수들이 강하게 저항한 탓도 있었지만 우리 미드필더와 공격수들은 감독의 눈도장을 받기 위해 지나치게 공을 끌면서 욕심을 부렸다. 드리블과 돌파, 그리고 슛은 억지로 만들면 안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그들이었지만 제한된 시간 안에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는 강박 관념이 오히려 그들의 발목을 붙들었던 것이다.

왼쪽 미드필더로 나온 이승렬은 특유의 경쾌한 드리블로 상대 수비수들을 뒷걸음질하게 만들었지만 무리한 드리블 욕심으로 패스 타이밍을 놓치는 바람에 추가골 기회를 날려버렸다.

69분에 나란히 들어온 골잡이 둘(석현준, 박희성)은 빼어난 체격 조건으로 중국 수비수들에게 부담을 주었지만 역시 더 좋은 공간에 자리를 잡고 있는 동료를 찾아내지 못해서 아쉬움을 남겼다.

그나마 쓸만한 공격 장면이 81분에 나왔다. 공을 이어받은 네 명의 선수가 공교롭게도 후반전에 바꿔 들어온 인물들이어서 더 인상적이었다. 오른쪽 옆줄 가까이에서 공을 잡은 석현준은 가운데 미드필더 김지웅에게 공을 연결했고 이 공은 다시 반원 부근에 자리잡고 있던 박희성에게 이어졌다.

그리고 그 공을 이어받은 왼쪽 미드필더 김경중은 오른발 슛으로 마무리했다. 비록 그 공이 약해서 문지기 왕 달레이가 쉽게 잡아냈지만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과정이 좋았다. 자신이 조금 덜 돋보이더라도 동료를 더 빛나게하는 이런 연결이 더 일찍부터 나왔어야 했다.

이렇게 닷새 동안의 일정을 끝낸 올림픽대표팀은 6월 19일 시작되는 아시아지역 예선 일정에 맞추어 다시 꾸려질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 축구 올림픽대표 평가전 결과, 27일 낮 3시 10분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

★ 한국 1-0 중국 [득점 : 김동섭(12분,도움-정동호)]

◎ 한국 선수들
FW : 김동섭(69분↔석현준), 이용재(69분↔박희성)
MF : 이승렬(79분↔김경중), 김귀현(59분↔정우영), 문기한, 최정한(72분↔김지웅)
DF : 윤석영, 황도연, 오재석, 정동호
GK : 이범영
김귀현 축구 올림픽 김동섭 홍명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