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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의 섬, 오메떼뻬의 메리다에서 3박 4일 여정을 마쳤다. 저녁마다 찰랑찰랑 물소리를 들으며 아름다운 석양 아래에서 카약을 즐긴 일, 말을 타고 섬을 횡단한 일, 그리고 원숭이 섬과 아름다운 산 라몬 폭포. 마치 며칠동안 꿈을 꾸다 나온 기분이다.

우리는 마음을 추스리고 아침 일찍부터 오메떼뻬의 모요갈파(Moyogalpa)에 있는 배 선착장으로 향했다. 오전 9시에 출발하는 페리(ferry)를 타고 다시 산 호르게(San Jorge)로 가기 위해서다. 시원한 바닷바람과 경치를 만끽하기위해 페리 꼭대기에 올라가니, 이미 배 안의 모든 외국인 여행객들이 이곳에 모여있었다. 그렇게 멀어져가는 두 화산 콘셉시온(Concepcion)과 마데라스(Maderas)를 바라본다. 안녕! 아름다운 자연이여, 순박한 사람들이여...

니카라과 최고의 휴양지, 산 후안 델 수

약 1시간 반에 걸친 운항 후, 산 호르게 선착장에 닿았다. 이 곳에서 다시 택시를 타고 니카라과에서 야구로 유명하다는 도시, 리바스(Rivas)를 지나 드디어 산 후안 델 수(San Juan del Sur)에 도착했다. 산 후안 델 수는 니카라과 남서쪽의 태평양 연안에 위치한 가장 인기있는 휴양지다. 적당한 높이의 이곳 파도는 서핑하기에 안성맞춤이어서 매해 니카라과 젊은이들과 해외 여행객들이 휴가를 즐기러 찾는 곳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다. 비교적 저렴한 물가와 때묻지 않은 아름다운 자연환경때문에 은퇴 후 살기에 좋은 도시로 선정된 적도 있단다. 이렇게 모든 걸 갖추고 있는 곳을 그냥 놔둘리가 있나? 실제로 많은 유럽, 캐나다, 미국인들이 해안가 주변의 고급 주택과 콘도를 베이케이션 하우스(vacation house)로 투자하고 있었다.

호스텔에 짐을 풀고 해변으로 걸어나갔다. 아담한 규모의 해안이 무척 포근해 보인다. 바닷가에는 닻을 내리고 정착해있는 여럿 고깃배가 파도에 울렁거리고 있다. 바닷물이 차갑지 않은데다가 모래가 어찌나 곱고 부드럽던지 마치 파우더를 밟는 것만 같다. 그야말로 해수욕을 하기에 더할 나위가 없겠다. 이런 조건이라면 어련히 비치파라솔과 비치 타월, 그리고 대형 튜브 등을 상상하겠다만 이 모든 것이 무색하리말큼 해안가는 한산하기 그지없다. 다만 모래 사장 뒷편으로 이국적인 정취가 흐르는 다양한 종류의 레스토랑과 야자수가 바다를 마주하고 있을 뿐이다.

한가한 산 후안 델 수 해변의 모습이다.
 한가한 산 후안 델 수 해변의 모습이다.
ⓒ 하연주 박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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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곳에서 자전거 페달을 밟다

그저 느긋하게 해수욕을 즐기며 게으름을 피워도 좋으련만, 우리는 자전거를 빌려 타고 산 후안 델 수 일대를 둘러보기로 했다. 오늘의 목적지는 산 후안 델 수 바다 북쪽에 나란히 있는 세 개의 해변, 마셀라(Marsella)와 플라야 마데라스(Playa Maderas), 그리고 마하구아(Majagual) 비치다.

호스텔 근처에 있는 자전거 대여점에 갔더니, 자전거라고 해봤자 다 낡고 녹이 슨 오래된 것들이 전부였다. 헬멧도 없거니와 브레이크나 기아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게 태반이어서 잘 골라봤자 그놈이 그놈이다. 이것저것 따질 것도 없이 그나마 깨끗해보이는 산악 자전거를 골라잡았다. 자전거 하루 대여료는 미화 6달러. 나쁘지 않은 가격이다. 주인장 아저씨께 우리의 목적지를 알리고 벨트식 배낭에서 돈을 꺼내 지불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시던 주인 아주머니께서 우리를 부엌으로 조용히 부르시더니, 갑자기 칼을 하나 집어 들고 마구 휘두르신다. 이게 무슨 시추에이션인가? 아주머니는 내 허리춤에 차고 있는 가방과 카메라를 가리키며 "아구아(water), 북 오케이! 노 머니, 노 카메라!"하고 열변을 토하신다. 대충 감으로 알아듣건데, 가는 길이 외진 곳이라 강도가 나타날 수 있으니 책과 물을 제외한 돈가방이나 카메라를 내보이고 다녀서는 안된다는 뜻인 것 같다. 어찌나 진지하게 당부를 하시는지 감사한 마음을 표하면서도 이내 겁부터 났다. 게다가 아주머니는 가게에 있는 다른 외국인에게도 이 말을 꼭 좀 전해주라고 하신다. 유럽에서 온 세 젊은이들도 우리와 같은 곳을 가기 위해 자전거를 빌리던 중이었다. 그들에게 가서 아주머니의 말을 전했더니, 두 젊은 여성이 가방을 호텔에 두고 와야겠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아주머니의 주의대로 다시 나갈 차비를 차린 후, 자전거를 타고 해안 모래사장과 동네 구석구석을 달려봤다. 좁고 한적한 골목과 번잡한 골목, 해안가와 레스토랑.마치 낯선 곳, 낯선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속에 페달을 밟고 몰래 들어가서 엿보는 것같아 가슴이 설레인다. 그리고 다시 우리의 목적지인 북쪽 세 개의 해변을 향해 힘차게 폐달을 밟았다.

산 후안 델 수의 북단, 비치 삼형제를 자전거로 횡단하기

산 후안 델 수 북쪽 해안의 끝, 다리를 건너 좁다란 골목을 따라가다보면 곧 비포장 도로가 나온다. 우리는 출발 기념사진을 찍은 후, 한적하고 외진 시골마을의 흙길 위로 미친듯이 폐달을 밟았다. 아주머니의 당부 말씀이 계속 귓가에 맴돌았기 때문이다. 가난한 농가, 낡은 집들과 초라한 행색의 아이들을 보니 이곳이 꽤나 낙후된 지역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가끔 자동차나 오토바이가 지날때마다 마른 흙먼지가 뿌옇게 시야를 가렸다.

행여나 제아무리 아름다운 농가 풍경이 나온다해도 서뿔리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담을 수는 없었다. 그 사이에 강도라도 만나면 어쩌란 말인가? 가뜩이나 긴장했는데, 산악자전거를 타고 고르지 않은 비포장 길을 가는 건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물을 마실때를 제외하곤 최소한의 휴식을 가지면서 앞만 보고 달렸다.

외진 시골길 달리는 중. 비포장 도로라서 생각보다 쉽지가 않았다.
 외진 시골길 달리는 중. 비포장 도로라서 생각보다 쉽지가 않았다.
ⓒ 하연주 박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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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7km 북진 후 다시 좌측으로 빠져 달리기를 두번. 드디어 첫 번째 목적지 마셀라 비치(Marsella Beach)에 닿았다. 양쪽에 바위 절벽이 감싸고 있는 아담한 해변이다. 나른한 오후.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젊은 외국인 몇명만 한 낮의 일광욕을 즐기고 있을 뿐 한적하기 그지없었다.

아담한 규모의 마셀라 비치에서 신나게 자전거를 탔다.
 아담한 규모의 마셀라 비치에서 신나게 자전거를 탔다.
ⓒ 하연주 박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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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해안가 양 끝을 신나게 자전거를 타고 달렸다. 파도를 가르며 자전거를 타는 기분은 안해본 사람은 결코 모를 것이다. 고운 모래 위에 바퀴자국이 새겨지자마자 이내 파도가 밀려와 흔적을 지우고 만다.

햇빛에 반짝이는 모래사장이 아름답다.
▲ 마셀라 비치(Marsella Beach) 햇빛에 반짝이는 모래사장이 아름답다.
ⓒ 하연주 박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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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이동지는 플라야 마데라스 비치(Playa Maderas Beach). 가는 길에 두 갈래로 나눠지는 언덕길을 만났다. 마침 지나가는 외국 여성에게 길을 물었더니 왼쪽으로 가라고 가리킨다. 가는 길이 어찌나 가파른지 도저히 자전거를 탈 수가 없어서 할수없이 끌고가는데도 숨이 벅차다. 끝도 없이 가파른 경사길을 그저 땅만 보고 아무생각없이 기계처럼 올라가기를 한참. 그러나 맞닿은 곳 눈 앞에 보이는 것은 바다가 아닌 '출입 금지구역'이다. 망했다! 그렇게 있는 힘을 다해 올라 왔건만, 결국 그녀가 길을 잘못 알려줘서 헛고생만 한 셈이다.
 
마셀라에서 플라야 마데라스 가는 길. 자전거를 끌고 언덕길을 오르는 중이다
 마셀라에서 플라야 마데라스 가는 길. 자전거를 끌고 언덕길을 오르는 중이다
ⓒ 하연주 박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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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올라왔던 길을 내려가야할 판. 급 경사길을 내려가는 것도 만만치가 않다. 마른 흙길이 어찌나 미끄러운지 한발 한발 조심하지 않으면 금새 언덕 아래로 뒹굴것만 같다. 어느정도 경사가 완만하다 싶어서 쉽게 갈 요량으로 다시 자전거를 탔는데.아뿔싸! 땅이 너무 미끄러워 그만 쫘악 미끄러지고 말았다. 다리 한쪽이 훌러덩 다 까져버렸다. 아픈 건 둘째치고 어찌나 억울하고 약이 오르던지.플라야 마데라스, 내 꼭 찾아가고야 만다!

왼쪽 언덕길이 틀렸으니 다시 오른쪽 길을 올라야 한다. 체력고갈과 더위로 몸이 휘청거리지만 또다시 오르막이다. 씩씩거리고 성질을 부리며 오기하나로 드디어 도착. 모든 피로가 풀릴만큼 아름다운 풍경이 한 눈에 들어왔다.

바다에서 즐길일이 수영과 서핑, 낚시만은 아니라는 거! 자전거 타는 재미가 기가 막히다.
▲ 플라야 마데라스 비치(Playa Maderas Beach) 바다에서 즐길일이 수영과 서핑, 낚시만은 아니라는 거! 자전거 타는 재미가 기가 막히다.
ⓒ 하연주 박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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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의 파도가 높아 서핑을 하기에 최적인 곳답게 이미 젊은 여행객들이 해수욕과 서핑을 즐기고 있었다. 우리도 자전거를 타고 달린 후, 당장에 바다로 뛰어들어갔다. 상처난 다리는 짭짤한 바닷물에 따끔거렸지만 몸을 휘어감는 파도를 타는 재미가 정말 좋았다.

플라야 마데라스에서 해안바위를 걸어 지나가면 마지막 목적지인 마하구아 비치(Majaual Beach)에 닿게 된다. 마하구아는 개인 소유의 해안가인데 곧 프라이빗 관광지역으로 개발될 예정이란다. 그렇게 되면 우리같은 일반인이 자유롭게 들어가기는 힘들테다. 때묻지 않은 아름다운 자연에 인간의 상업적 손길이 닿지 않으면 좋으련만. 적어도 이곳에서 값비싼 레스토랑과 바, 호텔과 리조트를 보고 싶지는 않다. 그나마 개발 전에 올 수 있었던 우리는 운이 좋았다고 위안삼아야 겠다. 이곳은 세 해안가 중에 특히 파도가 좋고 석양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곳이어서 많은 이들이 서핑과 수영을 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우리도 가져간 비치 타올을 깔고 해수욕을 징하게 했다. 난생 처음 보는 큰 파도에 몸을 맡기니 파도에 밀려 몸이 떼굴떼굴 굴러갔다. 정말 아무 생각도 안나는 순간이었다.

파도가 높아서 서핑을 하기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다.
▲ 마하구아 비치 (Majagual Beach) 파도가 높아서 서핑을 하기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다.
ⓒ 하연주 박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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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하면서도 각기 다른 개성이 있던 해변 삼형제를 자전거로 완전 정복했던 오후. 고생스러웠지만 북으로 올라갈수록 아름다운 경치에 높은 파도가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아름답기로 유명한 산 후안 델 수의 석양을 보려면 서둘러 되돌아 가야한다. 상처난 다리는 욱씬욱씬 따끔거리지만, 자전거 대여소 아주머니의 당부 말씀이 다시 떠오르기 시작한다. 또 다시 미친듯이 자전거 폐달을 밟는다.

그러나, 아주머니께서 제대로된 정보를 주시기나 한 걸까? 고요한 시골길은 가끔씩 지나가는 자동차가 적막을 깨고 있을 뿐, 그 흔한 개짓는 소리조차 들리질 않는다. 물론 혼자 다니는 것은 위험한 일이겠지만 일행과 함께한다면 그리 요란을 떨만큼 위험해보이진 않았다. 시골길은 그저 한적하고 소박하며 아름다울 뿐이었다.

저녁 5시 반 경에 해가 질 예정이기 때문에 늦장부릴 여유가 없다. 피로하지만 무조건 앞만보며 달려야한다. 차가 지날때마다 우리에게 휘파람을 불며 소리를 지르는 니카라과 사람들. 언어 소통이 어려우니 뭐라고 하는지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그들의 표정을 보면 나쁜 의미의 것은 아닌 것 같다. 일종의 힘을 내라는 격려나 대단하다는 의미의 칭찬이 아니었을까?

그때 트럭하나가 가던 길을 멈추고 섰다. 한 외소한 아저씨가 내리더니 우리에게 트럭 뒤에 타고 가라고 한다. 그분의 호의는 너무 감사했지만, 우리 스스로 '자전거 완전 정복'을 아름답게 마무리 하고 싶은 욕심에 사양을 했다. 언어가 통하지 않아서 제대로 맘을 전할 수 없어 아쉬웠다. 마음 따뜻한 아저씨께서 오해없이 받아들이셨기를 바랄 뿐이다.

태양에 불타는 바다

산 후안 델 수의 유명한 석양이다. 하늘과 바다가 불타오르는 가운데 한 고깃배가 물일을 마치고 들어오고 있다.
 산 후안 델 수의 유명한 석양이다. 하늘과 바다가 불타오르는 가운데 한 고깃배가 물일을 마치고 들어오고 있다.
ⓒ 하연주 박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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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낮의 더위가 식어들어갈 늦은 오후. 인근에 있던 사람들이 삼삼오오 해안가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저녁노을을 보기 위해서다. 우리도 맥주를 사들고 자리를 잡고 앉아 해가 지기를 기다렸다. 곧 오렌지빛 태양이 서서히 수면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 이내 바다가 태양에 불타오르기 시작한다. 순간 너무나 아름다운 절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짙게 깔린 구름 그림자와 태양의 강렬한 색채는 그야말로 자연만이 만들 수 있는 최고의 아름다움이었다.

▲ 해지는 산 후안 델 수 바다
ⓒ 하연주 박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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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기 시작하자 사람들이 뱃일을 마치고 분주히 들어오고 있다. 해가 진 뒤 바다는 또 다른 모습으로 둔갑을 했다. 화려하고 강렬했던 아름다움은 사라지고 고요하고 쓸쓸함만이 남았다.

저녁 노을이 진 후의 바다 모습이다.
 저녁 노을이 진 후의 바다 모습이다.
ⓒ 하연주 박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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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디오스(Adios) 니카라과!

다음날, 산 후안 델 수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다시 그라나다로 향했다. 그라나다로 가는 셔틀 안에서 미국에서 온 두 커플을 만났다. 우리는 승합차 뒷좌석에 앉아 그들의 대화를 엿들을 수 있었다. 그 중 한 남자는 미국에서 투자차 산 후안 델 수에 왔다고 하는데, 그의 말에 따르면 이미 돈많은 미국인들이 이곳 일대 땅을 많이 사 놓은 상태라고 한다. 게다가 호텔 리조트에 콘도 세울 계획을 다 짜놓고 있었다. 그렇게 되면 산 후안 델 수도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다른 해안 휴양지처럼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런데 어쩐지 기분이 떨떠름하다. 여행하기에 다소 불편한 점이 있다해도 나는 단연코 맥도널드보다 이곳의 프리탕가(거리음식)를 즐기겠고, 스타벅스가 아닌 로칼 카페에서 아직도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까페 꼰젤로를 주문하겠다.  그 자체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천연 빛깔의 원석을 개발을 한답시고 화려하고 천편일률적인 모양으로 바꿔놓는 꼴 같아서 영 내키지가 않는다.

이제 몇년 후면 산 후안 델 수 입구에 각종 프랜차이즈 상점이 경쟁하듯 들어오겠지. 영어를 쓰는 사람들이 관광객을 호객하고, 아름다운 바닷가에는 고급 호텔과 리조트가 자리잡고 있을 테다. 선진국의 자본이 이곳에 몰리고 있으니 때묻지 않은 진짜 니카라과를 느끼고 싶은 이들은 바로 지금, 서둘러 이곳을 찾아올 때라고 말하고 싶다.

그라나다에서 일박 후, 내일이면 집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위해 마나과로 가야한다. 긴 여정이 되리라 시작했었던 니카라과 여행. 설레임과 걱정스러움이 공존했던 여행의 시작은 어느덧 끝을 맺고 있었다. 산, 호수, 바다, 땅, 아름다운 자연과 소박하고 정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 게다가 물가까지 저렴하니, 니카라과는 그야말로 모든 것을 다 갖춘 여행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화산과 호수의 나라 니카라과에서 지냈던 하루하루가 마치 주마등처럼 머릿속에 스쳐지나간다.  혼란스러웠던 역사와 혁명, 두 차례 대지진 속에서도 기특하게 잘 버텨줬던 수도 마나과. 스폐인 건축 양식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자유분방한 도시 그라나다, 그리고 배낭족의 천국 호스텔 오아시스. 지금도 끓고 있을 마사야 화산과 콘셉시온 화산. 신비한 섬 오메떼뻬의 개구진 소년들. 불타는 산 후안 델 수의 바다. 집으로 돌아간 후에도 눈을 감으면 그려질 풍경들이다.

앞으로 한동안 '니카라과 앓이'를 할 게 뻔하지만,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가야할 때다. 아디오스 니카라과! 아디오스 니카라궨세! 다음에는 좀 더 스페인어를 공부해서 니카라과 북 동부를 다시 한번 찾고 싶다. 니카라과 매력에 풍덩 빠져버린 지금, 다리에 생긴 상처가 다 아물 때쯤이면 니카라과 후유증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2011년 1월, 2주간의 니카라과 여행의 기록입니다. 이 기사는 하연주, 박인권 부부가 공동 작성하였습니다.



태그:#산 후안 델 수, #니카라과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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