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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때인가 유치원 때 보물찾기를 한 적 있다. 보물을 찾아오면 학용품과 바꿔주었다. 그런데 나는 보물을 한 번도 찾지 못했다. 당연히 선물도 받지 못했다. 내게 남아 있는 보물찾기의 추억은 그게 전부다.

 

그 보물찾기를 오랜만에 해보았다. '땅끝' 전남 해남에 있는 달마산 미황사에서다. 20일, 일요일을 맞아 모처럼 아빠와 엄마, 예슬이랑 나들이를 갔다. 목적지는 달마산 미황사였는데, 내가 어렸을 때 가보고 몇 년 만에 다시 가는 것이었다.

 

미황사로 가는 차 안에서 아빠께서 "미황사에 대한 기억이 있냐?"고 물어보셨다. 나는 특별한 기억이 없었다. 그런데 아빠께서는 내가 어렸을 때 같이 미황사에 가서 하룻밤 자고 밥도 먹고 했다고 하셨다. 그랬던가ㅇ0ㅇ????

 

사실 나는 미황사가 별로 내키지 않았다. 절에 가면 대부분 그렇듯이 경내를 한 바퀴 돌아보고 나면 특별히 할 일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다른 곳을 가고 싶었는데…. 그래도 집에 있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웅보전에 숨은 거북이를 찾아라

 

차 안에서 아빠께서는 "너희들! 미황사에 가면 심심하지 않을 거야"라고 하셨다. "미황사에는 숨은 그림이 많고, 일부러 찾지 않으면 눈에 잘 보이지 않아 그냥 지나칠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면서 '보물찾기'의 재미를 맛볼 수 있는 곳이라고 하셨다.

 

급 호감^&^. '절에 숨은 그림이 있다니?? 어떤 그림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얘기를 듣고서 미황사에 대한 호기심이 일었다. 빨리 보고 싶어서 몸이 근질거릴 지경이었다.

 

집에서 출발한 지 2시간 정도 걸려 미황사에 도착했다. 막상 와서 보니 예전에 왔던 기억이 났다. 대웅전 밑에 있는 집에서 하룻밤 잤던 기억도 났다. 미황사가 갑자기 더 친근하게 느껴졌다.

 

예슬이와 나는 대웅보전으로 달려갔다. 아빠께서 대웅보전 기둥에 숨은 그림이 있다고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우리는 단번에 찾아냈다. 아빠께서 말씀하신 숨은 그림은 바로 주춧돌에 새겨진 거북이와 꽃게 조각이었다.

 

아빠 말씀대로 다른 사람들은 그냥 지나쳤다. 수많은 사람들이 대웅보전으로 들어가면서도 주춧돌의 조각에는 눈길을 주지 않았다. 아니… 눈에 잘 보이지 않았다.

 

나는 주춧돌에 있는 거북이와 꽃게를 사진기에 담았다. 그랬더니 다른 아저씨와 아주머니들이 쳐다보셨다. '대체 저 아이는 뭘 보고 있을까' 하는 표정이었다. 그제서야 다른 분들이 거북이를 알아보고 "여기에 거북이가 새겨져 있네" 하셨다.

 

미황사 대웅보전은 단청이 되어 있지 않았다. 다른 절의 건물과는 다른 특이함이 느껴졌다. 절의 분위기는 원래 고요하고 엄숙한데, 장난처럼 조각이 돼 있고 단청도 안 돼 있어 '절'이라는 단어가 부담스럽지 않고 편안하게 와 닿았다.

 

우리 가족은 절의 이곳저곳을 구경했다. 건물에 걸린 간판을 읽어보며 한자 공부도 했다. 아는 글자인데도 글씨가 바르지 않아 읽기 힘든 게 많았다. 어떤 것은 분명히 아는 글자인데 막상 생각이 나지 않기도 했다.

 

후손들 재미있으라고 장난친 건가?

 

이번에는 스님의 사리를 모셔둔 부도밭으로 갔다. 부도밭은 대웅보전에서 오른쪽으로 난 산길을 따라가야 했다. 도시에서는 맡을 수 없는 숲의 상쾌한 공기에 기분이 좋아졌다. 마음도 상쾌해져 발걸음이 가벼웠다.

 

예슬이와 나는 부도밭에서도 숨은 동물 조각을 찾기 바빴다. 부도에는 우스꽝스런 모습을 한 동물들도 있었다. 한쪽 다리를 들고 서 있는 오리는 웃음을 짓게 했다. 도마뱀처럼 생긴 것도 있고 날갯짓을 하는 새도 있었다. 대웅전에서 본 꽃게와 거북이도 여러 마리 있었다.

 

다른 절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재미난 조각이 왜 여기 미황사에는 많이 새겨져 있는 건지 생각해 보았다. '당시 석공들이 후손들에게 재미를 선사하기 위해 장난삼아 새겨놓은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생명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불교에서 죽은 동물들을 위로하기 위해 새긴 걸까? 그것도 아니면 아빠의 말씀처럼 미황사를 지을 당시 불교가 융성하고 불교미술이 활발했다는 증표일까?

 

아무튼 미황사는 재미있었다. 일반적인 절과 다른 느낌.^*^ 건물이 화려하지 않아 소박하게 느껴지고 재미있는 조각작품이 많아 절로 웃음을 짓게 하는 곳. '절'이라는 단어를 부담스럽지 않고 더 친근하게 만들어주는 곳이었다.

 

덧붙이는 글 | 이슬비 기자는 광주 문정여자고등학교 1학년입니다.


#미황사#달마산#보물찾기#숨은그림찾기#불교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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