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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일본 핵발전소 폭발 긴급대응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가 주관한 '핵발전의 안전성, 신화는 깨지는가' 토론회가 18일 오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렸다.
 민주노동당 '일본 핵발전소 폭발 긴급대응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가 주관한 '핵발전의 안전성, 신화는 깨지는가' 토론회가 18일 오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렸다.
ⓒ 이경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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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째 반핵운동 중이지만 그동안 보고 배우고 듣던 모든 핵사고보다 이번 후쿠시마 사고가 더 크다. 첫날 1호기가 폭발했을 때만 하더라도 이 정도로 심해질 것이라 예측하지 못했다. 이후 2호기, 3호기, 그리고 가동이 안 되던 4호기마저 터졌다. 후쿠시마 사고는 체르노빌 때보다 더 큰 핵사고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의 말이다. 그는 "우리나라도 일본 방사능 전파에 대비한 대책본부를 만들어야 할 텐데 현행법상 외국의 핵사고에 대한 대비책이 전혀 없다"며 답답함을 드러냈다.

그만이 아니었다. 18일 오후 민주노동당 주최로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핵 발전의 안전성, 신화는 깨지는가' 토론회에 참석한 인사 모두 "정부의 인식이 안일하다"며 탄식을 금치 못했다

세계 3대 핵사고 중 하나로 기록될 후쿠시마 원전 연쇄폭발 사고. 일각에선 이를 1979년 미국의 스리마일 원전 사고와 비교하고 있지만 이 대표는 이미 후쿠시마 사고는 1986년 구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넘어섰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현 정부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에 버금간다는 후쿠시마 원전 연쇄폭발 사고에도 '원자력 르네상스'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정부는 전체 발전량 중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의 31.4%에서 2024년까지 48.5%로 높이겠다는 '제5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수력원자력은 올해 6월까지 11개 신규 원전 부지를 결정하기로 했다. 또 6월 말까지 월성1호기 원전의 수명연장도 결정할 예정이다. 미국과 중국, 독일 등 세계 각국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원전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는 가운데 우리나라만 거꾸로 행보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정희 민노당 대표는 이날 토론회 인사말에서 "자연의 힘 앞에 인간의 과학이 얼마나 무력할 수 있는가를 다시 한 번 절감하고 있다"며 "이 난리통에도 '우리는 안전하다, 우리는 일본과 다르다'는 정부를 보면서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설사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출된 방사성 물질이 한반도까지 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번 상황을 기회 삼아 충분한 안전 점검과 대비태세를 세우는 것이 기본"이라며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가 주는 최대의 교훈은 바로 우리의 에너지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체르노빌 사고 당시, 1500km 떨어진 북부 스웨덴까지 방사성 물질 떨어져"

미국의 과학국제안보연구소 (ISIS)가 14일 촬영해 공개한 후쿠시마 제1원전 위성사진
 미국의 과학국제안보연구소 (ISIS)가 14일 촬영해 공개한 후쿠시마 제1원전 위성사진
ⓒ I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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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전 연쇄폭발 사고에 대한 정부의 대책 가운데 가장 먼저 '도마'에 오른 것은 이른바, '편서풍 논란'이었다. 토론회 패널들은 대다수 국민들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연쇄폭발에 따른 방사성 물질 전파 가능성을 우려 중인데도 정부는 "바람 타령 중"이라고 꼬집었다.

이헌석 대표는 현재 일본 정부가 밝힌 피폭 방지 지침을 전하며 상황의 심각성을 재차 환기시켰다.

"일본 정부가 주민들에게 피폭에 대비하기 위해 호흡마스크, 장갑, 신발, 우의 등을 착용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그런데 주목할 점이 있다. 일본 정부는 주민들에게 밖에 착용하고 나간 것들을 집안에 들여놓지 못하게 한다. 마스크 등이 사실상 저준위폐기물이 돼 버렸기 때문이다."

그는 또 "편서풍 논란보다 중요한 것은 음식물 등을 섭취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내부피폭을 막는 일"이라며 "농림수산식품부가 일본 수입 농수산물에 대한 검사 주기를 현행 6개월에서 1주일 단위로 줄이겠다고 했지만 아예 수입제한 조치를 내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4일 전 보도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에서 100km 떨어진 곳을 비행하던 미군 헬리콥터가 방사성 물질 세슘-137을 수집했다고 한다"며 낙진 전파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체르노빌 사고 이후 세슘-137 낙진은 체르노빌 원전으로부터 서쪽으로 1500km 가량 떨어진 스웨덴 북부에서도 다량 발견됐다"며 "현재 정부가 대피 권고 기준을 삼은 후쿠시마 원전 반경 80km도 안전치 않다"고 경고했다(정부는 18일 오후 2시 후쿠시마 원전 반경 80km 밖 교민들에게도 가급적 안전한 지역으로 대피하라고 권고했다).

우 정책실장은 "일본정부가 정한 대피 지역 바깥의 하루 피폭량도 연간 허용 피폭량의 7배가 넘는다"며 "편서풍으로 한국은 안전하다고 말할 게 아니라 상황이 더 악화될 때를 대비하여 방사선 피해발생 시의 국민행동지침과 이에 따른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어떤 안전장치도 원전 사고 발생 가능성 원천 차단 못 해" 

일본 대지진으로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17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 폭발 각계인사 77인 긴급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국내 원자력 확대 정책에 대한 전면 재검토와 신규 원전 건설계획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 대지진으로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17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 폭발 각계인사 77인 긴급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국내 원자력 확대 정책에 대한 전면 재검토와 신규 원전 건설계획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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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규모 상향조정 등 '안전성 제고'를 전제로 원전 확대 정책을 계속 이어가겠단 정부에 대한 쓴소리도 이어졌다.

조봉곤 전북대 교수(지구환경과학과)는 "후쿠시마처럼 판 경계에서 발생하는 지진보다 판 내부 지진이 더 무섭다"며 "1556년 중국 시안에서 판 내부 지진이 발생했을 때 83만 명이 죽었다는 기록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지진 안전지대라는 정부의 시각에 대한 문제제기였다.

그는 "역사 기록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전체적으로 2300여 개의 지진이 발생했다, 지진규모를 계측하기 시작한 1975년 이후에도 리히터 규모 5 이상의 지진이 4~5차례 있었다"며 "일본 후쿠시마에서 발생한 9.0 규모의 지진은 발생하지 않겠지만 6.5 이상의 지진은 발생 가능하다"고 밝혔다.

강윤재 에너지전환 부대표는 "스리마일, 체르노빌, 후쿠시마 이렇게 삼세 번이면 충분하다"며 "원전에 대한 안전성 신화는 이미 깨진 지 오래"라고 꼬집었다. 그는 '일본 반핵 운동'의 대표적 인물이었던 고 타카기 진자부로 박사의 발언을 인용, "어떤 안전장치도 원전 사고 발생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진 못한다"고 주장했다.

고 타카기 진자부로 박사는 생전 "원자산업계는 다중방호체계를 들어 원전의 절대적 안전을 자신하지만 그런 자신은 곤란하다, 오히려 역발상으로 사고는 반드시 일어난다는 생각을 전제로 안전대비책을 수립하는 것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윤기돈 녹색연합 사무처장도 "정부는 원전 건설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에 대해 '예측가능한 위험은 잘 준비하고 있고 예측가능하지 못한 위험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안심하라'고 말하고 있다"며 "위험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무엇보다 그는 후쿠시마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의 상황 은폐 및 조작 의혹 등을 제기하며 우리나라의 핵발전 관리감독기관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감사원과 같은 독립된 위상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후쿠시마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지난 2002년 시민단체에 의해 운영 원전 17기에 대한 안전성 검사를 은폐·축소한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정부로부터 근본적인 제재를 받지 않았다.

윤 사무처장은 이를 거론하며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원전 정책을 주관·집행하는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기관으로 계속 머물러 있다면 현재 원전에 대한 관리·감독이 철저히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태그:#후쿠시마 원전, #이정희, #체르노빌, #원자력 르네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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