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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총영사관의 외교관들이 현지 여성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기밀을 유출시킨 사상 초유의 사건에 대해 여야 의원들이 한목소리로 당국을 질타하고 나섰다.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은 이번 사건을 '국가를 망신시킨 치욕적 사건'으로 규정하고 ▲ 총리실 조사가 아닌 검찰 수사로 넘길 것 ▲ 특임공관장제도 개선 ▲ 문제외교관 일벌백계 등을 주문했다.

 

박주선 민주당 의원은 "외교관은 품격있는 처신으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고 국익 신장을 위해 선봉에 서야 할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는데 치정·불륜 사건에 연루돼 국격훼손행위를 저질렀다"며 "이 사건은 전 외무 공무원의 위신을 실추시키는 지울 수 없는 치욕적 사건"이라고 질타했다.

 

박 의원은 이어 "부끄러운 사건이긴 하지만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은폐하면 국가기강의 해이를 바로잡을 수 없다"며 "(사건 진상을) 낱낱이 공개하고 철저하게 확인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민간인 사찰한 총리실이 조사 자격 있나"

 

의원들은 이번 사건의 조사를 총리실과 외교부에 맡길 게 아니라 검찰로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동철 민주당 의원은 "작년 11월에 첫 보고를 받은 외교부가 초동단계 대처를 잘못해 5개월간 한 게 없다"고 질타한 뒤 "수사권도 없고 민간인 사찰로 물의를 빚은 총리실이 조사하는 것을 어떻게 믿냐"며 "당장 검찰에 수사를 의뢰해 일거에 해결해야 국민들의 의혹이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현 한나라당 의원도 "문제의 중국 여성 덩씨에게 흘러간 자료들은 일개 스캔들 주인공이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정보를 적극적 수집하는 스파이 냄새가 난다"며 "총리실 조사가 아닌 국정원이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원들의 지적은 '특임공관장제도'로 이어졌다. 관심의 초점이 된 김정기 전 상하이 총영사가 직업외교관이 아닌 특임공관장이기 때문이다. 김 전 총영사는 20여 년 전 대학가 베스트셀러였던 영어교재 <거로 Vocabulary Workshop>의 저자로서 2007년 당시 이명박 후보의 서울시선대위 조직본부장을 역임했다.

 

김동철 민주당 의원은 "한나라당 조직 책임자를 외교 일선을 맡는 공관장으로 맡겨놓으니 국내정치만 생각하다 이리 됐다"며 "직업의식과 외교관의 사명감이 없는 사람을 임명하는 특임공관장 제도에 큰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송민순 의원은 "대통령은 소총 좀 쏘면 군단장하고 헤엄 좀 치면 함대 사령관 할 수 있다는 식으로 생각하나보다"고 꼬집었다.

 

구상찬 한나라당 의원도 "영사뿐만 아니라 중국 대사, 홍콩 총영사, 광저우 총영사, 타이베이 대사 등 중국 내 중요한 공관의 공관장에 정식 외교관이 하나도 없으니 이런 사건이 날 수밖에 없다"고 개탄했다.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은 "물 좋은 공관에 비외교관 출신을 배치해 잉태된 씨앗이었다"며 이번 사건을 '외교부에 불어닥친 구제역'이라고 표현했다.

 

"대책 안 세우면 상하이보다 더 큰 문제 쓰나미 돼 온다"

 

의원들은 문제를 일으킨 외교관들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에 대해서도 질타를 가했다.

 

박선영 의원은 "지난 2007년 선양에서 발생한 비자발급 비리 사건에서 중국 현지인은 10명이나 구속됐지만 한국 직원은 1명만 구속하고 말았는데, 이때 그만둔 사람이 아직도 선양에 남아 브로커 노릇을 하고 있다"며 외교관에 대한 소양교육을 강화하는 등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상하이보다 더 큰 문제가 쓰나미처럼 올 수 있음을 경고했다.

 

윤상현 한나라당 의원은 "외교부 직원들의 기강이 해이해진 이유는 문제 직원들에 대한 징계가 부실한 것도 한 원인"이라며 "최근 5년간 징계 대상자 가운데 포상해서 경감시킨 사람이 전체 18건 가운데 16건(89%)이나 된다"고 지적했다.

 

이날 참석한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 사건에 대해 외교부와 총리실이 함께 조사하고 있고 상하이 총영사관 합동조사도 계획하고 있다"며 "상황을 엄정 인식해 외교관 복무기강을 총체적으로 재점검하는 기회로 삼겠다"고 말했다.


태그:#상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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